10년 세월, 닥종이인형과 함께 한 사람들

닥종이인형동호회 ‘닥*다므기’

지역내일 2011-11-14



가을이 깊어가는 파주출판단지, 보림출판사 홍성찬갤러리에 들어서자 ‘피노키오’ ‘오즈의 마법사’ ‘토끼와 자라’ ‘빨강머리 앤’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이 눈에 들어온다. 닥종이를 한 겹 한 겹 풀로 붙여 만든 동화 속 주인공들, 닥종이의 깊고 은은한 멋이 더해서 일까. 동화책 속에서 자주 보던 일러스트와는 또 다른 매력이 눈길을 끈다.
닥종이와 동화 속 주인공, 색다른 시도로 아이들을 물론 어른들까지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게 하는 그들은 닥종이인형동호회 ‘닥*다므기’ (http://cafe.naver.com/dak8) 심희선, 최경숙, 김경희, 김희숙, 윤금숙, 이창희, 임정자 씨. 11월 13일까지 ‘홍성찬갤러리’에서 동화를 주제로 한 닥종이인형전을 열고 있는 7명의 주부들이다. ‘다므기’란 ‘~함께, 더불어“라는 순 우리말로, 닥종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 닥종이와 늘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닥종이로 빚은 童心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닥종이인형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을 닮는다고 한다. 닥종이를 발라 몸통을 만들고, 한지를 염색해 옷을 입히고, 표정 하나 하나 생명력을 불어 넣다보면 그 사람의 심성이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일 터. 그래서일까, 그것들을 만드는 동안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회원들의 마음이 배어있는 동화 속 주인공들 표정도 하나같이 익살스럽고 재미있다.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작업실에서 닥종이인형을 만들다보면 시간이 언제 가는 줄 몰라요. 만들 때도 행복하지만 특히 이번 작업은 동화 속 인물을 표현하다보니 동심에 빠져서일까,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회장 심희선 씨는 “이번 전시가 11월 8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반응이 좋아 11월 13일까지 연장 전시하게 됐다”고 기뻐한다. 

‘닥*다므기’는 10여 년 전 닥종이인형작가 안정희 선생의 수강생으로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그동안 따로 또 같이 작품 활동을 했었어요. 그러다 2003년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작업을 함께 해보자 해서 7명이 의기투합 했지요”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그들은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닥종이인형에 빠졌다고. 회장 심희선 씨는 그동안 공모전과 초대전에 꾸준히 참여해 적지 않은 성과도 거두었고, 회원들 각자 문화센터나 각 급 학교의 특기적성교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외부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닥*다므기’란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2006~2010년 ㈜크라운·해태제과 닥종이인형공모전, 2009년 대한민국 강릉단오 서화대전 공예부분, 2009년 한양공예예술대전, 2009년 제22회 성산미술대전에서 수상했으며 중국 위해에서 열린 KCIAF 한·중 국제미술대제전에서 작품전시, 2010년 G20 행사  ‘서울세계등불축제’에서 세계정상 캐릭터인형을 전시해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로부터 찬사를 들었다. 최근 이들의 행보는 국내 갤러리 전시 뿐 아니라 올해 독일 괴테문화원 초대전, 북경 798 현대미술제 등 해외에도 닥종이인형작가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닥종이의 매력? 만들 때마다 다른 천 가지 얼굴 표정
‘닥*다므기’회원들은 손으로 뭘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공예를 섭렵했지만 닥종이인형만큼 마음을 끌었던 작업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10년 세월, 한결같이 마음을 끌었던 닥종이인형의 매력, 그들의 자랑이 끝이 없다.
김경희 씨 “원래 손으로 조물거리는 걸 좋아해 목공예, 귀금속공예 등을 배우기도 했어요. 그런데 주부로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좋은 것이 닥종이인형이더라고요. 닥종이가 주는 푸근한 매력, 만들고 난 후 만족감 때문에 지금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웃음). 지금도 첫 작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데 작품성은 미숙하지만 첫 아이를 낳았을 때 그 느낌이었거든요. 닥종이인형이 다 자식처럼 느껴져요.”
심희선 씨 “우리 회원들이 대부분 학생들에게 닥종이인형을 가르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동심의 세계에 빠져 살고 있어요. 이번 동화작업도 아이들에게 동화 속 인물을 닥종이로 표현해 보여주자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보람이 있네요. 앞으로 동화책삽화로 닥종이인형도 색다른 시도로 희망적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큰 성과죠.”

최경숙 씨 “닥*다므기 막내지만 닥종이인형에 빠진 연차는 빠지지 않죠. 10년 째 닥종이에 빠져있거든요. (웃음) 닥종이 매력은 만들 때마다 다른 아이들을 탄생시키는 엄마의 마음이랄까. 성격도 꼼꼼해지고 관찰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10년 한 우물을 파니 강사로 활동하게 돼 보람도 크고요.”
이창희 씨 “우울증 극복하는 데는 닥종이 작업만한 것이 없어요. 한 겹 한 겹 닥종이를 바를 때 마다 무아의 경지에 빠집니다. 그러다보면 기분 나쁘고 마음 상했던 일들도 순화되는 걸 느껴요. 또 닥종이가 주는 푸근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데 최고예요.”
윤금숙 씨 “닥종이는 소재가 주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느낌, 그리고 닥종이인형의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표정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배어나온다고들 해요. 그래서 저는 닥종이인형이 앞으로 소아병동이나 환우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병원로비 등에서 상설전시하거나 병원에서 전시회를 열어 정서적 안정을 주었으면 해요.”

김희숙 씨 “처음엔 힘들었지만 만들면서 어렸을 때 추억도 생각이 나고 아이들 마음이 이런 것이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면서 제 자신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닥종이인형이 아이들 교육에도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만드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저절로 조급함이 사라지게 된다고들 해요.”
임정자 씨 “저는 고등학교의 장애아들에게 닥종이인형을 지도합니다. 신기하게 한 자리에 10분 이상을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 시간에는 1~2시간 계속 앉아 있어요. 이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제 자신 장애아들에 가진 편견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아이들에게 알맞은 교육이 아이들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제가 닥종이작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입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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