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 동호회 ‘동서남북’

바람에 몸을 싣고 자유롭게 날아요

지역내일 2011-11-21

가파른 산위를 올라가는 차를 타고 내내 마음은 조바심으로 두근거렸다. 덜컹거리는 차가 뒤집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리포터와 달리, 소풍 나온 것 마냥 즐거운 ‘동서남북’ 회원들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산 정상에 도착해 차 위에 실었던 20kg 무게의 장비를 내린다. 헬멧을 쓰고 하네스(기구와 몸을 연결하는 장비)를 입은 뒤 캐노피(날개 역할을 하는 낙하산)를 연결하고 새처럼 하늘로 날아간다. 리포터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다. 멀리 임진강이 빛나고 산 너머로는 해가 지고 있었다.



체력단련 효과에 정신적인 평화까지

산 아래에서 만난 회원들은 땀을 흠뻑 흘린 채였다. 평화로워 보이는 비행이지만 줄을 움직이는 데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란다. 패러글라이딩은 바람과 열을 이용하는 스포츠다. 시속 12~17km의 바람을 타고 줄을 조작해 방향과 속도를 바꾸어 가며 하늘을 난다. 
“체력적인 소모는 등산 한 시간 하는 것과 비슷해요. 복근 운동, 허리 운동이 많이 돼요.”
동서남북의 회원이면서 패러글라이딩파주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성락수 씨의 말이다.
회원들이 꼽는 운동효과로 또 하나는 ‘정신적인 평화’를 들 수 있다. 부회장 박명규 씨는 입문한 지 15년이 되어 간다. 그가 패러글라이딩을 찾은 것은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서였다.
“사업이 잘 안돼서 머리가 아팠어요. 하늘에 떠있는 시간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었어요.”
볼링, 스킨스쿠버도 즐겼다는 박 씨는 어떤 운동에서도 찾을 수 없는 편안함을 하늘에서 느꼈다. 모든 정신을 비행에 쏟으면 신기하게도 잡념이 사라졌다.
몰입과 집중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알코올 중독 같은 문제를 극복하는 이들도 있다. 달리 말하면 패러글라이딩 자체에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회원들은 패러글라이딩을 ‘모든 스포츠의 끝’이라고 말한다. 바다 속을 헤엄치고, 땅 위에서 공차고 뛰고, 맨 마지막에 하는 일이 하늘을 나는 것이다. 날개 없는 인간의 열등감의 발로일까 아니면 끝내 포기 못할 욕망일까. 어쨌든 사람은 날기를 갈망한다. 땅에 없는 어떤 것이 하늘에 있을까. 날개를 펴고 날아가면 그것을 잡을 수 있을까.
회원들은 말한다. 알 수 없는 어떤 기분이 사로잡는다고. 한번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단다.



체험은 쉽지만 입문은…
성락수 씨는 엑스트림스포츠 마니아다. 어느 날 패러글라이딩을 보고 찾아와 보니 아는 사람이 있더란다. 그길로 등록해 회원이 되었다. 성 씨처럼 스스로 찾아오는 이는 30%정도. 나머지는 지인의 소개로 시작한다.
회장 이영근 씨는 “입문한 첫날이라도 하늘에 띄우는 것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찾아온 사람 중 열에 일곱 여덟이면 포기하고 돌아간다”고 말한다.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조작은 간단하다. 주의 사항만 잘 지키면 안전한 스포츠다. 입문해서 독자 비행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8주가량이다. 이착륙 과정을 문제없이 하게 되면 비행을 시킨다. 교관이 무전기로 정밀하고 안전하게 착륙을 돕는다. 사고는 초심자보다 자만하는 숙련자에게 더 많다. 그러나 하늘을 날 인연은 따로 있는지 선뜻 입문하는 사람은 적다.
패러글라이딩을 둘러싼 두 가지 큰 오해가 있다. 하나는 힘이 많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회원들은 “칠십대도 즐길 만큼 가뿐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하늘을 나는 것은 힘이 아닌 기술이다. 기술을 배우는 어려운 지상 훈련을 마무리하면 여성이나 노인층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또 하나는 비용이 많이 들 거라는 오해다. 동서남북 회원들은 장비를 갖추는데 1백 여 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연 회비 20만원에 가입비는 10만 원이다. 레저스포츠 치고 이만한 비용이 들지 않는 종목이 있던가.


3개 자체 활공장 보유한 팀
동서남북은 다른 팀의 부러움을 많이 사는 동호회다. 자체 활공장을 갖추고 있어서다. 파주의 혜음령, 박달산, 적성 파평산 활공장을 이용한다. 가족 같은 유대감으로 단합이 잘 되는 것은 팀의 자랑거리다. 토요일 3시, 일요일 11시에 모여 해질 무렵까지 비행을 한다. 바람이 좋으면 2시간도 날아다닌다. 지방으로 원정 비행도 떠나고 다른 팀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회원들은 10년 이상 오래 된 베테랑들이 많다. 국내에 패러글라이딩이 1980년대에 보급된 것을 생각하면 짧지 않는 경력들이다.
동서남북이 강조하는 것을 회원 곽승건 씨는 “안전주의”라고 짧게 말한다. 이영근 회장은 “산에 많이 다니는 사람들이 산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하늘에 떠 있을 때 바람이 어디서 때릴지 모르잖아요. 자연에 맡길 수밖에 없어요. 그 앞에서 겸손해지는 거죠.”
패러글라이딩은 극한의 스포츠라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한다.
“바람이 불면 예전에는 부나보다 했죠. 이제는 아, 이 바람에 비행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박명규 씨)
봄여름 햇살과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을 온 몸으로 즐기며 날아보고 싶은가. 파주 광탄면 용미초등학교 앞에 있는 동서남북 동호회를 찾아가보라. 삶의 무게도 근심걱정도 자연 앞에 내려놓고 하늘을 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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