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나 상사가 하루아침에 회사를 떠나고, 부도로 직장을 잃었다는 친구 소식도 들려온다.
떠난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사람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는 ‘불황보다 더 무서운 종업원의 사기저하’가 걱정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올 정도다.
이제 ‘종업원의 기 살리기’는 기업들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고, 그 방법 또한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가족형 보상제도 ‘종업원 기 살리기’ 효과 만점
최근 LG전자 구미공장에서는 사원만족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가족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가사불이(家社不二)’ 활동을 전개해 눈길을 끌었다. 우수사원의 가족 앞으로 케익과 꽃을 전달하고, 가족식사권을 선물하는가 하면, 1박2일 콘도이용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랍 속 깊이 묻혀버리는 상장이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축하주를 내느라 흐지부지 사라지고 마는 상금에 비해 실속 있는 보상제도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바쁜 회사생활로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에게 회사차원에서의 관심 전달은 가장의 ‘기 살리기’에도 제격이라는 것.
사원의 처진 어깨를 올려주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스러웠던 아내들도 격려해 가정과 회사는 둘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은 아내들은 그 동안 남편에게 가져왔던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집에만 들어오면 입을 굳게 닫아버리는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어요. 마누라 생일은 뒷전이고, 회사 여직원들 생일은 꼼꼼히 챙기는 남편을 보며 질투를 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회사에서 인정받는 남편의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까 갑자기 남편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지난달 남편이 우수사원으로 뽑혀 회사로부터 케익과 꽃다발을 선물 받은 김금선 주부(38 형곡동)는 “남편에게 속옷선물을 받았을 때보다 더 기분 좋았다”고 덧붙였다.
남편의 회사충성(?), 인정받는 기쁨 커
사내 연애를 통해 남편을 만난 이미화 주부(35 인의동)는 얼마 전부터 남편의 야근을 놓고 잔소리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지난 10월 남편이 우수사원으로 뽑혀 케익과 축하카드, 10만원 상당의 가족식사권을 선물 받은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5년 전 남편이 서울 본사까지 올라가 상을 타 왔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변화였다.
“신혼 때부터 일요일도 없이 출근하는 남편에게 ‘내가 더 좋아, 회사가 더 좋아’라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가끔은 저렇게까지 회사에 충성(?)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결혼 생활 12년 동안 남편과 함께 연극공연을 보러 간 게 딱 1번뿐이었으니 말 다했죠. 여전히 남편은 일과 시간에 쫓기지만, 그날만큼은 세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여유 있는 저녁식사를 즐겼습니다.”
이미화 주부는 “케익과 함께 배달된 축하카드를 열어보니 남편 회사 사업부장의 축하 메세지와 친필 서명이 있었다”면서 “‘16년째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남편의 노력이 헛된 게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찡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단란한 가족여행, 콘도이용권으로 가뿐하게
옥계동에 사는 이유선 주부(30)는 지난 9월 아주 특별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LG전자에서 TV설계를 맡고 있는 남편이 1박2일간의 콘도형 보상을 받게 된 것.
한번 시작했다 하면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 신제품 개발프로젝트에 묶여 남편은 그 좋아하는 여행을 포기하고 살아온 지 수 년째였다.
“어느 날 남편이 퇴근해 들어와선 인터넷에서 가고 싶은 콘도를 골라보라는 거예요.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아예 1박을 늘린 2박3일의 일정을 잡았죠. 대천 한화콘도에서 하루 묵고, 동해 쪽을 돌아 온천까지 하고 왔답니다. 남편이 우수사원으로 뽑힌 덕분에 저 역시 VIP가 된 듯한 기분이었죠.”
최고의 가족보상 아이템은 ‘정시퇴근 쿠폰 10장(?)’
LG전자 TV공장 조직문화팀 김현식 과장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가족형 보상제도는 남편들이 바쁜 회사 일로 가족에게 소홀하기 쉽다고 판단해, 회사에서 가족을 대신 챙기는 성의를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20대∼30대의 사원보다 40대 이상에서 보상효과가 뚜렷이 나타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 8월 가족형 보상을 받은 수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5점 만점 중 평균 만족도가 4.22점인데 반해 40대 이상에서는 4.33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
“가족형 보상제도가 '고개 숙인 남자'에서 탈피해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 40대∼50대에 불안하기 쉬운 가장의 위상을 재정립시켜주는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에서 아내 앞으로 꽃 배달을 보내 온 후 식탁에 오르는 반찬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LG전자 구미공장에서 가족형 보상 혜택을 받은 우수사원은 현재 150여명 정도. 회사에서는 이 제도를 확대해 연말에 협력업체의 우수사원 30명을 선발하고, 이들에게도 가족형 보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기존의 케익형, 가족식사형, 콘도형의 보상제도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교체해 우수사원 가족들이 느끼는 만족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회사에서 케익을 보내온 날도 남편이 야근하는 바람에 정작 주인공 없이 아이들하고만 케익을 잘라먹었다는 어떤 아내. “내년에는 우수사원에게 ‘정시퇴근 쿠폰 10장’ 같은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며 농을 섞는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떠난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사람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는 ‘불황보다 더 무서운 종업원의 사기저하’가 걱정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올 정도다.
이제 ‘종업원의 기 살리기’는 기업들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고, 그 방법 또한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가족형 보상제도 ‘종업원 기 살리기’ 효과 만점
최근 LG전자 구미공장에서는 사원만족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가족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가사불이(家社不二)’ 활동을 전개해 눈길을 끌었다. 우수사원의 가족 앞으로 케익과 꽃을 전달하고, 가족식사권을 선물하는가 하면, 1박2일 콘도이용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랍 속 깊이 묻혀버리는 상장이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축하주를 내느라 흐지부지 사라지고 마는 상금에 비해 실속 있는 보상제도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바쁜 회사생활로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에게 회사차원에서의 관심 전달은 가장의 ‘기 살리기’에도 제격이라는 것.
사원의 처진 어깨를 올려주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스러웠던 아내들도 격려해 가정과 회사는 둘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은 아내들은 그 동안 남편에게 가져왔던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집에만 들어오면 입을 굳게 닫아버리는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어요. 마누라 생일은 뒷전이고, 회사 여직원들 생일은 꼼꼼히 챙기는 남편을 보며 질투를 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회사에서 인정받는 남편의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까 갑자기 남편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지난달 남편이 우수사원으로 뽑혀 회사로부터 케익과 꽃다발을 선물 받은 김금선 주부(38 형곡동)는 “남편에게 속옷선물을 받았을 때보다 더 기분 좋았다”고 덧붙였다.
남편의 회사충성(?), 인정받는 기쁨 커
사내 연애를 통해 남편을 만난 이미화 주부(35 인의동)는 얼마 전부터 남편의 야근을 놓고 잔소리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지난 10월 남편이 우수사원으로 뽑혀 케익과 축하카드, 10만원 상당의 가족식사권을 선물 받은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5년 전 남편이 서울 본사까지 올라가 상을 타 왔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변화였다.
“신혼 때부터 일요일도 없이 출근하는 남편에게 ‘내가 더 좋아, 회사가 더 좋아’라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가끔은 저렇게까지 회사에 충성(?)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결혼 생활 12년 동안 남편과 함께 연극공연을 보러 간 게 딱 1번뿐이었으니 말 다했죠. 여전히 남편은 일과 시간에 쫓기지만, 그날만큼은 세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여유 있는 저녁식사를 즐겼습니다.”
이미화 주부는 “케익과 함께 배달된 축하카드를 열어보니 남편 회사 사업부장의 축하 메세지와 친필 서명이 있었다”면서 “‘16년째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남편의 노력이 헛된 게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찡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단란한 가족여행, 콘도이용권으로 가뿐하게
옥계동에 사는 이유선 주부(30)는 지난 9월 아주 특별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LG전자에서 TV설계를 맡고 있는 남편이 1박2일간의 콘도형 보상을 받게 된 것.
한번 시작했다 하면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 신제품 개발프로젝트에 묶여 남편은 그 좋아하는 여행을 포기하고 살아온 지 수 년째였다.
“어느 날 남편이 퇴근해 들어와선 인터넷에서 가고 싶은 콘도를 골라보라는 거예요.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아예 1박을 늘린 2박3일의 일정을 잡았죠. 대천 한화콘도에서 하루 묵고, 동해 쪽을 돌아 온천까지 하고 왔답니다. 남편이 우수사원으로 뽑힌 덕분에 저 역시 VIP가 된 듯한 기분이었죠.”
최고의 가족보상 아이템은 ‘정시퇴근 쿠폰 10장(?)’
LG전자 TV공장 조직문화팀 김현식 과장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가족형 보상제도는 남편들이 바쁜 회사 일로 가족에게 소홀하기 쉽다고 판단해, 회사에서 가족을 대신 챙기는 성의를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20대∼30대의 사원보다 40대 이상에서 보상효과가 뚜렷이 나타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 8월 가족형 보상을 받은 수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5점 만점 중 평균 만족도가 4.22점인데 반해 40대 이상에서는 4.33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
“가족형 보상제도가 '고개 숙인 남자'에서 탈피해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 40대∼50대에 불안하기 쉬운 가장의 위상을 재정립시켜주는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에서 아내 앞으로 꽃 배달을 보내 온 후 식탁에 오르는 반찬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LG전자 구미공장에서 가족형 보상 혜택을 받은 우수사원은 현재 150여명 정도. 회사에서는 이 제도를 확대해 연말에 협력업체의 우수사원 30명을 선발하고, 이들에게도 가족형 보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기존의 케익형, 가족식사형, 콘도형의 보상제도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교체해 우수사원 가족들이 느끼는 만족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회사에서 케익을 보내온 날도 남편이 야근하는 바람에 정작 주인공 없이 아이들하고만 케익을 잘라먹었다는 어떤 아내. “내년에는 우수사원에게 ‘정시퇴근 쿠폰 10장’ 같은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며 농을 섞는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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