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식 부담 말고 편히 오세요”

고통받는 여성에 무료 쉼터 제공하는 유종숙 씨

지역내일 2001-11-28
너른 들과 밭, 개울로 둘러싸인 이동면 덕성리.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이 곳에 가정불화로 가출, 갈 곳 없는 여성들을 위한 쉼터가 마련돼 주위의 잔잔한 미담거리가 되고 있다. 바로 유종숙(50) 씨가 만든 '크리스천 가족'.
결혼 25주년을 맞이하는 유 씨에게 그럴 만한 사연이 있으리라고 짐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 부끄럼과 수줍음을 많이 타는 유 씨는 그 사연에 대해 "너무도 아름답고 평안한 곳이지만 실제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은 그다지 평탄치 못한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 내에서도 남편의 외도나 폭력 등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여성들을 종종 접하는 유 씨는 조용히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여성만을 위한 쉼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27일 개원해 한 달여를 운영한 '크리스천 가족'을 찾는 여성들의 수가 아직 많은 편은 아니다. 농촌 여성의 특성상 부부문제나 가정문제로 인해 낯선 곳을 찾아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가족'은 운영상 몇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가정을 깨기로 마음먹은 여성들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유 씨는 "가정을 깨기로 마음먹은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재산 분할, 자녀 양육 등 법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라며 "그런 경우 나보다는 여성단체들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가정이 파탄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그릇된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유 씨의 생각이다.
유씨는 남편이나 시집살이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하며 그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제공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의 가르침을 통해 그들과 영혼의 안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거처와 먹을 것만으로는 문제에 대한 근본 치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 씨의 이런 좋은 뜻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요즘 각지에서 쉼터를 돕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고 한다. 먹을 것을 대주겠다거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그것이다. 이런 연락에 대해 유 씨는 "도와주겠다는 분들의 마음만 받고 있다"며 " '크리스천 가족'이 본 궤도에 올라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때까지 모두 사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에도 불구하고 변변치 않은 일에 이름만 앞서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유 씨는 현재 가정문제로 힘들고 어려운 여성들에게 "다시 한번 가정을 생각해서 참고 그래도 안되겠으면 먹고 자는 부담 털어 버리고 언제든지 찾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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