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파에 얼어붙은 대학가

가장 큰 피해자는 여전히 지방대·여대생

지역내일 2001-11-23 (수정 2001-11-24 오전 10:45:32)
IMF를 능가하는 최고의 취업한파가 대학가에 불어닥쳤다. 예전에는 명문대나 정보통신·공학계열 학과는 그런 대로 취업이 됐던 것에 비해 이번 취업난은 그 폭이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 지자체 대책 없어 = S여대 경영학과를 4년째 다니는 K(22)씨는 일주일에 평균 1∼2개씩, 지금까지 금융계 쪽 3군데를 포함해서 20군데 정도 원서를 냈다. 하지만 연락이 온 곳은 단 2곳. 그것도 아직 면접이 남았다. 학점 4.0에, 토익 910, 경영학 전공, 깨끗한 외모에 유창한 말솜씨.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안되는지 K씨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S여대 박범실 취업봉사실장은 “여대생의 취업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기업들이 여성 신입사원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보통 한 명의 신입사원이 자신의 몫의 일을 할 때까지 약 2년이 걸린다고 판단한다”며 “여성은 결혼이나 육아 등으로 평균 근로년수가 3.7년이라고 계산하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선 여성을 뽑으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임인재(23·여·부산대 국문 졸)씨 말처럼 요즘은 신입사원을 뽑는 곳이 적다.
임씨는 “대기업은 인원을 감축한다고 하는데, 퇴출 0순위가 여자 아니겠냐”며 “있는 여사원도 내보낼 상황이면 여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기대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은 대체로 외국어에 강하지만 실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어 전공 여대생들이 많이 응시했던 스튜어디스 공채도 미국 여객기 테러사건의 영향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불경기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스튜어디어스를 희망했던 여대생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중국어를 전공한 안옥희(23·여·부산대 중문 졸)씨는 “중문과가 뜬다고 하지만, 실제 중국어를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회사의 임금이 낮은데다 주로 조선족을 채용하기 때문에 중문과 졸업생이 갈 곳은 적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 못지않게 부당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는 이들은 지방대생들이다. 지방대생들의 취업난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닌데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별다른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박상주(26·부산대 기계 졸)씨는 “지방대생이 서울지역 학생들에 비해 정보력이 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불평등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뭔가 뚜렷한 대책을 세우고,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화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 김건희 김동하 김태원 정현욱 학생리포터·장우성 기자 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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