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신창면 학성산자락에 위치한 신창초등학교(교장 박영일). 조그만 학교에 들어서자 중량감 있는 관악기 소리가 새어나왔다. 권위 있는 대회를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신창초 윈드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김진홍 교사를 만나 보았다.
분명 악보를 볼 줄 모르는 학생이 관악부에 들어가면 어느새 연주 실력을 갖추게 된다. 김진홍 교사는 해맑은 새 관악부원들이 자신도 모르는 재능이 있다고 느낄 만큼 관악에 흠뻑 빠지게 한다.
아이들이 관악부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김 교사는 “내가 먼저 음악과 악기에 대해 공부하고 틈 날 때마나 꾸준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따라서 연습한다”며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기계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 자신의 감성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한 자기성찰과 피나는 노력 없이 예술은 이루어지지 않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는 비결에 대해 “잘하든 못하든 나를 끝까지 믿어주고 정신적인 힘이 되어주는 학부모님들이 워낙 관악부에 적극적”이라며 겸손한 미소를 보였다. “열정과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이유를 찾았다.
"아이들이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처음 관악부에 왔을 때 아이들은 4명 있었고 학교 예산도 거의 없어 형광등도 안 들어오는 가건물에서 시작했죠. 여기저기 쫓겨 다니며 연습했던 어려운 시절이 있었어요. 그 와중에도 아이들이 꼭 신창초등학교를 빛내고 이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야겠다는 살아있는 눈빛으로 연주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2년 만에 전국대회 금상, 1등 같은 기적을 이루었고 현재의 관악부가 존재할 수 있었지요."
김진홍 교사는 “요즘은 학교가 더욱 더 학력위주로 가다보니 학원시간이나 개인 스케줄 때문에 아이들이 함께 연습할 시간이 없어 안타깝다”며 “자만하지 않고 남이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예술가적인 독기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신창초 관악부 아이들이 예술과 감성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을 바란다”고 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에 휴식과 안식을 전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말이다.
몇 해 전 방영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난다. 신창초 윈드오케스트라는 오래된 악기에 적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전국대회에서 굵직한 상을 휩쓴 실력파다. 그들의 드라마틱한 성과가 보고 싶다.
노준희 리포터 doo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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