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경안고 효봉사단 ‘행복나누미’
발마사지로 지속 가능한 봉사활동 한다
요양원·양로원 등으로 활동 확대 계획, 매주 월, 금요일 활동
지난 월요일, 고잔동에 있는 한 병원에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에 온 것이 처음이 아닌 듯 동선이 자연스러웠다. 어르신들도 병문안 온 손녀를 반기는 듯 격의 없었고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사지용 크림을 챙긴 후 아이들이 간 곳은 입원실. 아이들의 방문 날짜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어서 오라’고 손짓을 했다.
봉사의 즐거움을 알다
자원봉사가 입시에 반영 되면서 청소년들의 봉사 활동은 내용과 질에서 비약적인 확산이 있었다. 호사가들은 ‘봉사활동을 위한 봉사활동’이라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실재 부작용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봉사활동이 선의의 목적을 가진 소수의 선행도 보다는 다수의 참여가 필요한 것임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청소년 봉사활동은 단순 업무 위주의 일회용이며 획일적인 것이 사실. 이런 문제를 고민한 경안고등학교 장희걸, 조성용 선생님은 지속가능하며,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생긴 것이 ‘경안고 행복나누미’.
두 선생님은 ‘마사지’로 봉사활동 컨셉을 잡은 후 1·2학년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아이들은 흥미로워했고 많은 수가 지원을 했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발마사지 전문 강사가 와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발을 마사지 하며 발마사지 방법과 기술을 배웠다. 우리 몸의 중요한 부분이면서 외면 받아 온 발을 만지며 아이들은 발의 소중함을 느꼈다. 여기저기서 간지럽다고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아파. 살살해’하는 말도 들려왔다. 그렇게 두 시간의 교육이 끝나자 아이들은 어설프나마 ‘준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병원과 협약식을 하고 사전 답사를 하러 왔다. “현충일은 관계자와 인사 후 병원 분위기를 파악하고 돌아갈 생각 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당장 마사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날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희걸 선생님은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현재 마사지봉사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인원은 32명. 월요일 14명, 금요일 18명이다. 참여시간은 각각 1시간씩이고 한명이 평균 2-3명의 어르신들에게 마사지를 해 드린다.
발마사지 공고가 났을 때 ‘앞으로 진로와 관련이 있는 봉사활동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얼른 신청 했다는 윤이슬 학생은 장래 희망이 사회복지사. 오늘은 2명의 할머니에게 발마사지를 했다.“제가 마사지를 해 드린 할머니는 오늘 3번째 만남인데 지난 주 까지는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매번 이름을 물어보고, 학교가 어디냐고 물어 봤어요. 왜 왔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오늘은 이름을 묻더니 손이 예쁘다, 공부는 잘 하느냐 하면서 관심을 가져 주었다”며 좋아 했다.
봉사는 나눔의 실천적 활동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듯 봉사도 해 본 사람이 잘 하는 것일까?
행복나누미 봉사 활동을 계획하고 학교장에게 건의한 조성용 선생님은 대학시절 학습봉사를 하면서 봉사의 보람을 배웠다. 그때 경험이 자신의 인생에 큰 자산이 되었음을 알기에 제자들이 의무가 아닌 즐거움의 봉사활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몇 해 전에는 학습봉사 ‘배움 나누미를, 그리고 이번에 행복 나누미를 기획했다.
배움 나누미는 현재에도 지역 아동센터 등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학습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나누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자기 시간을 남에게 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삶이 담긴 발을 만지면서 개인의 역사를, 앞으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 하지 않을까요?”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는 선생님은 마침 마사지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을 향해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밝은 표정으로 병실을 나온 2학년 신혜경 학생은 마사지 해 준 할머니가 ‘저리던 발이 마사지 받고 안 아프다’고 했다며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자랑했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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