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한번 가야 하는데’ 마음먹고 있던 ‘경기국제보트쇼’를 마침내 다녀왔다. 올해 아시아에서는 4번째로, 세계에서는 40번째로 국제보트쇼 연합으로부터 국제인증을 받은 이번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는 ‘위대한 도전, 바다가 미래다’였다. 안산 탄도항과 화성 전곡항에서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개최 되었다.
행사 마지막 날, 1시쯤 도착하니 끝이 보이지 않는 주차장은 차를 세울 곳이 없을 정도로 꽉 차 있다. 인파에 떠밀려 신호등을 건너자 육지의 미지근한 바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바람. 그건 ‘바다 바람’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색색의 바람개비. 그리고 예쁜 트램카. 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 200여 미터 거리는 운동부족(?) 가족에게 너무 먼 길이기에, 지친 일행은 긴 행렬 끝에 서서 ‘꼬마기차’를 기다렸다. 형형색색 색칠을 한 기차를 타고 행사장을 한 바퀴를 돌자 시원한 바닷바람에 정신이 들며 그제야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3개의 커다란 풍력발전기, 그림처럼 떠 있는 흰 보트,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
조용필, 박지성이 홍보대사
‘선택하기 어려울 때는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을 고르면 성공 확률 100%’라는 말은 음식점 뿐 아니라 행사장에서도 적용되는 말. 해상체험존은 어느 곳보다 인파로 북적이는 곳. 그 중 가장 길 줄에 서서 이 줄의 정체를 알아보니 ‘펀(fun)보트’. 물총을 쏘며 보트를 탈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뿔싸, 여분의 옷이 없으니 어쩔꼬? 포기해야만 했다. 요트나 낚시배는 사전 예약을 해야 이용하다는 말도 들려온다. 유비무환은 놀 때도 꼭 필요한 정신이었다. 아쉬워하던 아이들은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풍선을 보더니 두 말없이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물위에 둥둥 떠 있는 ‘수상에어볼’은 균형을 잡기 위해 애 쓰면 쓸수록 균형이 흐트러지는 묘한 기구. 그 안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5분여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몸의 자유’를 만끽했다. 중학교 이상만 탑승이 가능하다는 말에 초등생 두 아들놈은 뿔이 났다. 그 뿔을 없애준 것은 오락기. “집에서도 하니까 오늘은 평소에 할 수 없는 것을 해 보자”라는 권유는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옆에 있는 경기도박물관 홍보용 버스와 경기도관광안내 부스는 오락에 지친 아이들에게 먹을거리 하나 입에 물린 후에나 겨우 갈 수 있었다.
조용필과 박지성이 경기국제보트전의 홍보 대사임을 알리는 간판 앞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인근 횟집은 몰려드는 미식가로 대목 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알찬 행사로 발전
체험존에서 경사진 다리를 따라 내려가니 푸른 바다에 펼쳐진 요트의 향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영화나 여행안내 전단지에서 보던 요트. 아이에게 “내 요트인 것처럼 폼 잡고 서봐” 주문하고 카메라렌즈를 고정하니 억 소리 나는 가격대가 렌즈에 잡힌다. 어지간한 집보다 두 배가 넘는 가격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때 혜성처럼 나타나 자랑하는 한 사나이. “배 타고 서해안을 누벼 봤다”고 한다. 1대당 15명이 승선해 전곡항~제부간 항해하는 ‘크루즈 요트 체험’ 역시 사전예약자에 한해 승선 가능하다고... ‘내년은 예약 할 수 있는 건 다 예약하고 와야지’ 하는 마음이 강렬하게 솟는 순간 이였다. 행사장 곳곳에 걸린 포스터와 영상의 주인공들은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출전자들. 총 12개팀이 참여해 행사 마지막 날 결승전이 치러진 이번 경기의 우승자는 Bjorn Hansen. 코리아매치컵은 매년 세계 9∼10개국에서 펼쳐지는 월드매칭투어(WMRT)의 한국 내 개최 대회라고 한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김성욱이 유일하게 참가했다.
행사장 입구에 있는 전시관을 놓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보트전에서 유일하게 2000원의 요금이 부과 되는 곳. ‘고비용의 요트를 보는 댓가’ 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크지 않다. 첨단의 요트를 1·2관에서 볼 수 있는데 요트 자체제작기술을 보유한 국내업체 현대요트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받았다. 제4회 경기 국제보트전은 33개국 366 기업체가 참여하고 행사 기간 동안 12만 80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