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0시. 천안역이 들썩였다. 대충 어림으로만 봐도 1500명은 훌쩍 넘긴 듯한 학생과 시민들이 광장을 채웠다. 모인 사람들은 ‘천안시민학생 걷기대행진’ 참가자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주최 측은 갑자기 몰려오는 인파에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은 곧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차별 없는 평등교육과 천안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함께함이었기 때문이다.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 김난주 상임공동대표는 “천안시민학생 걷기대행진은 올해 초부터 계획을 잡아 준비한 행사”라며 “차별 없는 교육, 천안고교평준화의 실현은 학생, 학부모가 직접 느끼고 행동해야 가능하다는 생각에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교육문제는 이제 곪고 곪았다. 그야말로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다. 벌써 터져 흉 진 곳도 많다. 이에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해법을 내어놓는다. 하지만 정작 가려운 곳은 모른 체 엉뚱한 곳만 긁는다. 오히려 너무 긁어 헐고 또 다른 병이 될 지경이다. 보다 못한 학부모들이 직접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 해결되어야 할 것은 학습에의 지나친 강요다. 오로지 공부 외에는 관심도 기울일 수 없게끔 하는 경쟁위주 교육은 아이들의 정서를 피폐하게 한다. 천안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김난주 대표는 “천안은 고교비평준화지역이기 때문에 중학교까지는 이른바 메이저 고교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고교 진학 후에는 교복으로 아이들이 나뉘어 패배의식을 일찍부터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평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평준화가 되면 우수한 학생들은 어떻게 이끌 것인가” 혹은 “전체적인 수준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특목고, 외고, 자율고 등 정부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있다”며 “하지만 상위 몇% 안에 들지 못하는 대부분 학생을 위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만 사랑받고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김난주 대표는 “걷기대행진을 통해 많은 분들이 차별 없는 평등교육과 천안고교평준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경쟁교육의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는 만큼 설문조사, 좌담회 등을 마련해 고교평준화 논의를 앞당길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다음달 12일에는 교육평론가 이범씨를 초청한 강연회도 준비 중이다. 아이들의 행복한 현재를 위한 노력은 한여름 태양보다 뜨겁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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