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동 기업은행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클럽에 외국인, 그것도 여성밴드가 활동하고 있다고 해서 귀가 솔깃해졌다. 타국 땅에서, 그것도 여성들끼리 밴드 활동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성 싶어 그들의 애환도 들어볼 겸 클럽 문을 노크했다.
필리핀에서도 인정받은 실력, 5명이 만들어내는 하모니
들어서자마자 앳된 미녀들의 화색에 놀라고 만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섣불리 판단한 선입견이 오히려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걸그룹 ‘소녀시대’를 연상케 하는 이 소녀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으로 생머리에 롱다리로 그야말로 ‘쭉쭉빵빵’이다.
필리핀에서 음악활동을 하다가 입국한 지 6개월째. 처음 밴드를 결성할 땐 여성 4명에 남성 1명이어서 밴드 이름을 ‘401밴드’로 정했는데 지금은 모두 여성들로 리더 앤젤(23, 기타) 리치(21, 리드보컬) 엠제이(23, 베이스) 엘라(26, 키보드), 유미(21, 드럼)로 구성되어 있다.
입국하게 된 계기는 필리핀에서 함께 음악을 하면서 인정을 받고 한국으로 초청돼 왔다는데 필리핀에서도 그들의 활동은 아주 활발했다고 한다.
(중간제목) 호소력 짙은 목소리, 잔잔한 멜로디가 어울려
‘401밴드’의 대표곡은 한국 곡으로는 ‘나 항상 그대를’이며 팝송으로는 ‘what’s up’, ‘zoombie’, ‘where is the love’ 등이다. 또 필리핀 곡으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레디 아킬라의 ‘아낙’ 이라는 노래를 한다.
미녀들의 수다 김정규 대표는 “필리핀 사람, 일명 피노이는 음악적인 느낌이 우리와 비슷하고 현지를 방문해 보면 우리가 즐겨 듣던 팝송을 접할 기회가 상당히 많이 있다”고 말한다.
확인도 할 겸 즉석에서 연주 신청을 했더니 기꺼이 무대에 서는 그들이다. 취재 하루 전 서울에 초청공연을 다녀와 다소 피곤한 이들이었지만 무대에 서는 모습은 영락없이 프로다.
“먼저 한국 곡을 선사하고 싶다”며 리드 보컬인 리치는 깍듯이 예의를 차리며 차분히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진지하다. 원음과는 다르게 허스키하면서 호소력 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나 항상 그대를’은 듣는 이의 가슴 깊이 파고들며 더욱 더 애잔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인터뷰 때의 생기발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합숙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봉사도 하고픈 마음
하루 30분씩 4회 공연이 힘들기는 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합숙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처음 입국해서는 언어의 장벽도 있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한국말도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이다. 만나자마자 어설픈 영어실력을 발휘하자 오히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라며 인사하니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국에 있을 때부터 ‘소녀시대’ 팬이었다면서 틈나면 우리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고, 또 함께 연습하면서 무대에 올리는 노력파들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한국생활이 익숙해지니 자신들을 보살펴준 주변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
“이 친구들이 밴드를 구성하고 노래를 하는 것은 물론 금전적인 이유이겠지만 이친구들은 좀 더 적극적인 생각으로 한국문화의 이해와 타국에 나와 있는 자국민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이제 이들은 봉사를 하고자 한단다. 이들이 입국한 이유가 영리추구가 목적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의 재능을 사회봉사와 결합시키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 서울공연도 필리핀 대사관 행사에 무료로 공연하고 왔던 것이라고.
“필리핀 및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위로도 하고 싶다”고 이들은 이구동성 외친다. 엔젤(23)은 “타국 땅에서 일반인과 접촉하며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고 싶고, 또한 명세기 뮤지션이기에 업소뿐만 아닌 다른 공간에서도 우리가 하는 음악을 널리 전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며 “불러주기만 한다면 곧장 달려가겠다”고 의지를 밝힌다.
원래 필리핀인들이 낙천적이고 웃음이 많아 항상 얼굴이 밝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알았지만 또 이렇게 낯선 이국땅에 온 이들을 만나보니 역시 한결같은 표정이 놀랍기만 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객지 생활이 힘들어 보이는 기색이 전혀 없다.
우리 지역에서 외국인이, 그것도 여성만으로 구성된 밴드는 최초라고 하는 이들의 음악활동은 얼마 안 돼 더욱 더 폭넓어지리라고 예감하며 굿바이! 하고 돌아섰다.
문의 : 401밴드(019-599-7590)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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