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보면 죄다 회색건물이다. 어느새 도시는 개성 없고 부조화된 건물들로 가득 찼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산책할 곳, 휴식할 곳이 없다고 한다.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잠시의 여유로움을 누릴 곳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눈 크게 뜨고 찾으면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공간은 있다. 잠깐 짬 내어 쉬고 올 수 있는 곳, 산들산들 거닐 수 있는 곳은 언제나 우리를 향해 손짓한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그 부름을 모른 척 했다면 이제는 대답해야 할 때. 우물쭈물하다가 봄날이 갔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연분홍 치맛자락의 뒤태라도 감상하려면 이번 주말, 한번 여유롭게 거닐어보자.
자연하천으로 다시 태어난 천안천
도심 천안천과 원성천의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이 완료단계에 들어선 지금 신부동 대림아파트에서부터 방죽오거리까지 천안천은 다양한 수생식물이 서식하는 자연하천으로 조성되어있다.
고속버스터미널 뒤편에는 나무다리가 운치 있게 걸려있고 분수가 더위를 식힐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분수에 조명을 설치하여 여름철에는 조명과 분수가 조화를 이루어 도심 속 피서지로 사람들이 찾고 있다. 요즘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저녁이면 산책 나온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다.
하천의 물도 맑고 깨끗하여 오리가 헤엄치고 있고 물속에 다양한 수생식물이 춤을 추고 있다. 곳곳에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들도 갖추어져 있고 둔치와 천변에는 다양한 관목류와 화초, 야생화 등이 심어져 가족들이나 연인, 친구들과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에게도 알맞은 장소로 아침, 저녁으로 가벼운 달리기나 빠른 걸음으로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이 북적인다.
연꽃에 취하며 산책할 수 있는 천호지
천안 12경 중 하나인 천호지는 그동안 관리부재로 쓰레기와 악취로 접근하기 쉽지 않았으나 천안시에서 천호지에 생활체육공원을 조성하고 둘레에 현수교와 보행교 등 다양한 형태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수질개선을 위해 부레옥잠을 식재했다. 그리고 5곳의 수생식물 인공섬에 심어진 연꽃 등도 산책 나온 시민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총 길이 2.3km의 천호지 둘레의 보행코스(조깅코스)에는 산책을 나온 가족이나 연인들과 조깅을 하는 외국인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생활체육공원에도 시민들이 모여 운동을 즐기고 있다.
야간에도 산책이나 운동을 위해 가로등을 설치해 놓았는데 특히 저수지 제방과 망향대로를 연결하는 현수교의 불빛과 망향대로의 자동차불빛이 어우러져 멋있는 야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낚시를 하거나 휴식처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쓰레기를 버려 즐거운 마음으로 나온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어 천안시의 관리와 시민의식의 성숙함이 요구된다.
비밀의 정원이 숨어 있는 영인산자연휴양림
영인산자연휴양림은 충분히 유명하다. 주말이면 진입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여름이면 물놀이시설까지 운영되어 더욱 붐빈다. 하지만 오늘의 추천은 그곳을 넘어선 더 높은 곳이다. 바로 영인산 정상에 마련된 잔디정원이 오늘의 휴식을 위한 공간.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비밀의 정원이다.
정상까지 올라보면 넓은 잔디정원의 반가운 인사가 반긴다. 오르는 길은 산책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한 수준. 시간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 길 끝에 넓디넓은 잔디가 마련되어 공 하나만 있으면 아이들과 땀 흘리며 뛰어놀 수 있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없으니 그늘막 하나만 준비하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쉬었다 오기도 좋다.
한 가지 주의할 점. 영인산자연휴양림은 산불예방 등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야외취사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니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내용. 또한 지난 3월부터 숲 해설과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이것도 활용하면 좋다.
숲 해설은 1일 2회(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시~4시) 운영되며 사전 전화예약(041-541-5694)도 가능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충무공 묘소
지난달 29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가 아산시를 방문했다. 이날 스티븐슨 미국대사는 복기왕 아산시장과의 오찬 후 자전거를 타고 한 장소에 들렀다. 이충무공 묘소가 그곳이다.
이충무공은 아산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현충사는 지역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하지만 현충사 못지않은 공간이 있다. 바로 이충무공의 묘소. 한적하게 시간이 멈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천안에서 아산온천 방향으로 가다가 백운곰탕 길에서 우회전 후 직진하면 찾을 수 있다.
이충무공 묘소는 무엇보다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매력적이다. 머무는 동안 드나드는 사람이 채 열 명이나 될까. 그래서 복잡하기만 한 생활에 잠깐 질릴 때 책 한 권 들고 들르면 좋다. 벤치에 앉아서 바람 소리와 함께 책 한 권을 끝내면 마음은 그지없이 여유롭다. 나무그늘도 시원하다.
이충무공 묘소는 놀이나 체험거리, 이벤트를 기대한다면 패스. 세상의 소란스러움이 부담스러울 때 찾으면 딩동. 고즈넉함이 참으로 만족스러울 것이다.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조명옥,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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