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둘레길 첫 구간 개방

녹음 사이로 둘러둘러 걷다

지역내일 2011-05-27 (수정 2011-05-27 오전 9:41:07)


금정산둘레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표지판


모처럼 일요일에 쉰다는 신랑과 함께 금정산 둘레길 첫 구간을 걷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걷기 열풍에 부산시는 2013년까지 금정산과 백양산을 잇는 둘레길 50km를 만들고 있다. 첫 구간은 범어사 인근 상마마을부터 구서동 롯데캐슬아파트까지다. 오전에 잠시 비가 왔던 터라 다행히 덥지 않아 좋았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이정표


둘레길 첫 구간은 거의 평지라 걷기 편해

다 잘 먹고 살아보자는 일에 배 속이 두둑해야 걸을 맛도 나는 법. 본격적으로 걷기에 앞서 파전 한 접시를 깔끔하게 비웠다. 상마마을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는데 상마마을 입구로부터 500m가량 위쪽에 위치한 만성암 입구에서 시작되는 둘레길의 출발점을 찾지 못해 첫걸음부터 헤맸다. 동네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어설프게나마 둘레길에 올랐다.
햇빛이 내리쬘까봐 커다란 챙모자를 준비해갔는데 울창하게 뻗은 나무가 하늘을 가려 시원한 그늘이 이어졌다. 15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금정산둘레길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롯데캐슬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면 다다른다고 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빠른 걸음이 힘든 상태라서 설렁설렁 걷기로 했다.


헷갈리는 길은 노란 밧줄로 알아보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


둘레길 코스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밧줄을 매어 표시

표지판도 봤겠다 사람들도 많겠다 또다시 엉뚱한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우리는 또다시 궤도에서 벗어나 있었다. 어디서부터 길을 잘 못 들었는지도 모르는 채 조마조마 하면서 인적 없는 산길을 걸었다.
금정산길은 워낙에 코스가 많기로 유명하다. 우리가 길을 새로이 개척해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둘레길이라고 조성해 놓은 길이 아님은 짐작할 수 있었다. 제발 사람을 좀 만났으면 하는데 반갑게도 멀리서 밭을 매고 계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보였다. 어르신은 우리가 여쭙기도 전에 길을 잘 못 든 걸 눈치 채시고는 위로 다시 올라가면 둘레길을 만날 수 있다고 친절히 알려 주셨다. 질문을 미리 간파하고 계시다니, 꽤나 많이들 물어보나 했다.
둘레길의 첫 구간은 대부분 평지다. 그러나 자꾸만 샛길로 빠진 우리는 오르락내리락 예정에 없던 짧은 등산을 해야만 했다. 정식 루트에서 벗어나 살짝 긴장한 채로 걷던 리포터와 달리 타고난 길치라 길을 잃는 것에 익숙한 신랑은 느긋했다. “등산이야 잘못된 길로 가면 정상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둘레길은 원래 두리번거리며 걷는 길, 조금 벗어나도 다시 찾아 갈 길 가면 된다”며 호기를 보였다.
일러준 대로 길을 따라 올라가 정식 둘레길에 합류. 다시 사람들과 함께 걸었다. 눈여겨 살펴보니 둘레길을 알려주는 표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 둥지 사이로 노란색 밧줄을 묶어 놓은 것.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 길에는 어김없이 금정산둘레길이라고 쓰여 있는 리본이 달린 밧줄이 보였다.


한적한 오후의 숲길


녹음 사이로 둘러둘러 걷는 길

둘레길 곳곳에는 토르(화석암반), 마삭줄 자생지, 각종 나무 이름에 대한 생태해설판이 설치돼 있었다. 또한 천연나무로 만든 벤치와 운동기구, 평상이 있어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첫걸음부터 버벅대서였을까. 예정한 마무리는 롯데캐슬아파트였는데 결국은 지나쳐 이름 모를 절 밑으로 겨우 빠져나왔다. 도시철도로는 두 구간밖에 안되는 거리였지만 둘러둘러 오니 상마마을에서 구서동까지 거의 세 시간. 꽤나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아마도 맑고 깨끗한 공기와 더불어 느린 발걸음에 기꺼이 맞춰준 가족 때문이었을 게다. 근래에 너무도 바빠 여유로운 시간을 갖지 못한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다정스레 손을 맞잡고 걷고 또 걸었더랬다.
초록이 지천인 숲길. 싱그러운 기운을 담뿍 머금은 나무와 풀 사이로 가끔씩 길을 헤매고 찾기를 반복한 우리들. 하지만 별 상관없었다. 한적한 오후, 기분 좋게 걸었으므로. 찬란한 봄날의 둘레길을 충분히 만끽했으므로.


중간에 외대운동장을 가로질러야 하니 당황하지 말 것


info.
상마마을은 90번 시내버스를 이용해 범어사 주차장 다음 정거장에서 하차. 구서동 롯데캐슬아파트부터 걷고 싶다면 702동을 찾아 가자. 도심 주택가에서 둘레길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굳이 상마마을이나 롯데캐슬아파트에서 출발하지 않아도 된다. 화장실이 절대 부족하니 참고할 것.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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