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정갈한 식사도 좋지만, 가끔 격식 있는 자리보다 편안한 자리에서 마음껏 웃고 떠들고 싶다. 고민이나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학창 시절 친구들과 선생님 얘기로 추억에도 잠기고, 잊고 살던 낭만도 느끼는 삶의 여유가 그립다. 갈매기살 먹으러 갔다가 분위기에 매료된 곳 ‘갯배갈매기’는 그런 장소로 알맞다.
●추억을 만들고 기억하는 곳
단계동 백간공원 옆 ‘갯배갈매기’는 동행 없이 혼자 찾아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지만, 친구와 함께 가면 더 좋다.
비오는 날이면 함석판으로 만들어진 차양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실내의 함석 천장 아래 매달린 냄비 뚜껑 갓의 백열등은 7080세대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양철통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주앉은 사람과의 마음은 한층 가까워진다.
한쪽 벽에는 칠판과 분필이 준비되어 있어 누군가는 ‘나 왔다 갔다’는 낙서를 남기고, 창으로 이루어진 문을 활짝 열면 백간공원의 나무와 바람이 ‘갯배갈매기’ 안으로 들어온다. 시원한 저녁,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테라스에 앉으면 달이 휘영청 떠오르도록 분위기에 취해 자리를 뜨기 힘들다.
●전국을 누벼 찾은 맛 ‘갯배갈매기’
‘갯배갈매기’의 주인장, 심성우 대표는 대학에서 조리를 전공했다. 한식, 일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과 위생사 자격증까지 맛과 음식에 관련된 공부라면 빠지지 않고 공부했다. 워낙 어려서부터 요리에 뜻을 둔지라 학교를 다니면서 했던 식당 아르바이트도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심 대표의 성적과 능력을 높이 산 호텔의 취업 제안도 눈앞에 있었지만, 자기 스스로 맛에 대한 승부와 희열을 찾고 싶어 택한 것이 창업이다. “6개월 동안 전국에 맛있다는 식당을 두루 찾아 다녔어요. 돈도 많이 들고 이동거리도 많았지만, 맛을 찾는 여행이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 많은 맛 탐방 중에 속초에서 만난 것이 ‘갯배갈매기’예요. 맛도 좋으면서 편안한 분위기, 가격까지 부담 없는 것이 제가 생각한 식당이더라고요.”
심 대표는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지만 오전 일찍 출근한다. 직접 갈매기살을 손질하는 이유도 있지만 철저한 위생 관리를 위해서다. 주방을 자신 있게 오픈하는 것도 식당의 기본은 위생이라는 그의 원칙 때문이다.
●푸짐한 갈매기살에 무한 리필 되는 계란크러스트
갯배갈매기살의 대표 메뉴인 갈매기살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갯배소스에 허브로 맛을 낸 갯배갈매기, 갯배소스에 마늘 양념한 마늘양념갈매기, 그리고 양념하지 않은 채로 씹는 맛이 돋보이는 생통갈매기다. 석쇠에 노릇노릇 구워진 갈매기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심 대표는 “갈매기살의 맛과 영양을 위해 마늘과 생강 외에도 사과나 레몬 같은 야채와 과일을 사용해 갯배소스를 만들어요”라며 양파, 부추, 적채로 만들어진 육장소스와 고기를 함께 먹으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파절이는 돼지고기와 궁합이 좋고 술 해독에도 좋은 유자소스로 만들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김치찌개와 계란크러스트는 무한 리필 된다. “먹는 것에서 인심 나야 된다”는 심 대표는 손이 크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계란크러스트는 불판 가장자리에 계란을 붓고 볶은 김치를 넣어서 익혀 먹는데, 김치와 계란이 어우러진 맛이 돋보인다. 얼큰한 김치찌개와 계란크러스트는 손님들의 가격부담을 덜어주는 일등 서비스 품목이다.
학창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갯배도시락’은 김치볶음과 함께 검은콩, 멸치, 오징어채 등으로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밥 위의 계란부침과 소시지를 보면 주인장의 꼼꼼한 정성이 느껴진다. 심 대표는 시원한 맛 때문에 김치말이국수를 찾는 손님도 많다고 전한다. 고기와 함께 구워 먹어도 좋고, 따로 찾아도 별미인 갯배대하구이도 준비되어 있다.
문의 : 748-9233
갈매기살은 무슨 살?
갈매기살은 이름 탓에 바다 갈매기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돼지의 가로막(횡경막) 부위에 있는 살을 지칭한다. 기름기가 적고 쫄깃한 맛이 일품으로 돼지 한 마리에서 3백 그램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고급 부위다. 고소한 맛에 처음 먹는 사람들은 소고기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B가 많고 열량은 삼겹살의 반 정도다.
홍순한 리포터 chahyang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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