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다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지나간 날들이 그립다. 그 때 그 친구가 보고 싶고, 그 때 그 곳에 가고 싶어지고, 그 때 그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 맛은 이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입안에 남아있다. 그래선지 요즘은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마케팅이 인기다. 이름도 일부러 옛날식으로 붙이고 포장이나 가게 인테리어도 70년대 풍으로 해서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냉면맛’으로만 승부한다
중앙동 메가넥스 뒤편에 할매냉면집도 추억을 자극하는 집이다. 이름도 그렇거니와 가게 간판도 가게규모도 거의 학교 앞 분식집 수준인데 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살짝 더위가 느껴지던 날, 냉면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와 할매냉면집 냉면을 먹어보자며 나섰다. 가게는 한 스무 명만 들어서면 꽉 찰 정도로 작지만, 냉면 종류가 많은 걸 보면 냉면전문집 답다. 물냉면 비빔냉면 옛날냉면 열무냉면 회냉면 온면….
이 집은 ‘냉면맛’으로 승부하는 집이다. 가게주인의 추천메뉴는 ‘옛날냉면’. 특별히 벽에다 ‘옛날냉면이란?’ 하면서 설명을 해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옛날냉면과 회냉면을 주문한다. 냉면을 기다리며 벽에 붙은 설명을 읽어본 즉 ‘옛날냉면은 물냉면종류로 새콤 달콤 매콤하며 물냉면보다 맛이 진하다’는 것이다. 그 아래쪽 괄호 속에 있는 부연설명을 보면 50년 전 할머니는 옛날냉면 한 가지만 고집을 했고 그때는 냉면 한 그릇을 15원(150환)에 판매했다고 한다.
친구와 나는 30년 전에는 냉면가격이 얼마였던가 기억을 더듬는다. 당시 학생 시내버스요금이 몇 십원 단위였으니 냉면값은 200~250원쯤 했을까?
추억과 함께 먹는 옛날냉면
옛날냉면이 식탁에 놓였다. 불그레한 색깔의 얼음육수에 면을 저어 먹으며 친구는 “옛날 광화문에 있던 분식집 냉면이 참 맛있었는데 그 집 냉면과 모양도 맛도 똑같다”며 감탄한다. 육수를 떠 먹어보니 정말 새콤하고 달콤하고 매콤한 비율이 어느 하나도 지나치지 않은 게 참 맛있다.
“고등학교 때 공부 좀 잘하는 애들이랑 친했는데 시험 끝나고 나서 누가 1등하면 한턱낸다고 광화문에 가서 냉면을 사곤 했어. 완전 그 맛이야. 진짜로 옛날냉면이네.”
친구는 냉면을 먹으며 추억을 이야기한다.
내가 먹는 회냉면도 딱 적당한 맛이다. 양념의 매운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달콤새콤한 맛이 잘 어우러져 기분을 전환시킨다. 우리는 추억의 힘에 이끌려 열무냉면까지 먹어보기로 한다. 열무김치가 들어간 열무냉면은 옛날냉면과 또 다른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열무김치가 들어가 시원하고 순수한 맛이 난다. 옛날냉면 회냉면 열무냉면이 다 각각 다른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오후 4시경이라 처음에는 손님이 우리뿐이었는데 냉면을 먹는 사이에 손님이 줄을 잇는다. 주부 세 명이 들어와 앉더니, 중년남자 2명, 젊은 남녀 한쌍, 혼자 온 손님이 차례차례로 들어오더니 포장해 간다는 손님까지 들어왔다. 내 뒤에 자리잡은 젊은 남녀가 메뉴판을 보면서 물냉면을 시킬까 비빔냉면을 시킬까 고민한다. 내 친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옛날냉면이나 열무냉면 맛있다고 알려주고 싶단다. 작은 가게 안이 복작거린다. 역시 맛있는 집은 알려지기 마련인가보다. 하지만 가게가 작으니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그냥 가는 손님도 많단다. 할매냉면집 냉면의 제 맛을 즐기며 먹고 싶다면 식사시간이 살짝 지난 후에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할매냉면집은 전 메뉴를 포장판매도 하고 있다. 냉면의 경우 면을 알맞게 삶은 후 급속냉각을 해서 포장판매하기 때문에 집에 가서도 가게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은 옛날냉면 비빔냉면 물냉면 5000원, 열무냉면 6000원, 회냉면 7000원.
(할매냉면: 031-484-5858)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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