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자녀의 중간고시를 말하다
“아이 시험기간엔 엄마들이 더 긴장해요!”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아이보다 더 긴장하는 엄마들
지난 달 29일, 안산내일신문 학부모위원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 모임은 올해 초 내일신문 브런치 교육강좌 이후 결성, 매월 정기모임을 하며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답니다. 이달의 대화주제는 ‘시험’이었어요. 새 학년 새 학기 들어 처음 치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엄마들의 마음은 어떤지 들었습니다. 아이 시험기간에 아이보다 더 긴장한다는 엄마, 공부할 것 다 찾아서 챙겨준다는 엄마, 태연을 가장하면서 아이를 지켜본다는 엄마…. 자녀를 대하는 방법은 다 달라도 시험에 신경 쓰는 건 똑같았고 할 말도 많았습니다. 시험 이야기만으로도 1박2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지요. 그날의 세 시간의 대화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참석자: 신숙자(고1 학부모), 한미란(고3 학부모), 장경숙(중2?초6 학부모), 이정희(중3?중1 학부모)
# 시험 전…태연한 척 지켜보기
한미란(이하 한): 우리 아들 내일부터 시험 보는데 난 너무너무 긴장돼. 고3돼서 처음 보는 시험이잖아. 시험결과에 따라 대학이 좌우되는데 한 개라도 실수해 봐.
장경숙(이하 장): 우리 애도 다음 주부터 시험인데 하루 두 과목씩 4일이나 시험을 보더라. 시험기간이 길면 내가 힘들어. 어떤 엄마는 시험기간에는 분리수거 날에 쓰레기를 안 버린대. 버리거나 깬다는 행위를 하면 부정 탈까 봐. (다들 대단하다는 반응)
이정희(이하 이): 난 시험기간에 아이가 게임을 해도 냅두는 편이야. 애들이 뭘 해야 하는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놔두는 거지. 엊그제 보니까 아들은 닌텐도게임 한 30분하고 제 방에 들어가더라.
신숙자(이하 신); 그건 훈련을 잘 시켜놓은 거지. 컴퓨터나 게임기나 한번 잡으면 어른도 30분에 끝내기가 어려운데….
이: 내가 겉으로 태연한척 하지만 속으론 무지 치열해. 애가 어떻게 행동할까 다 지켜본다구. 감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렇고 엄마가 늘 대기 중인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부담스러워 할 거 같아서 무심한 척 하는 거지..
신: 맞아. 우리 큰애 얘기 들어보면 ‘대기 중’인 엄마는 부담스러웠던 거 같아. 큰애 고등학교 때는 시험기간에 방관하는 척 하면서 아이 공부 하는 거 신경 쓰느라 잠을 못자고 소파에 앉아서 신문보거나 그랬어. 시험성적 안 나오면 ‘너 그런 식으로 공부하더니 성적이 이렇게 나온 거다’ 하고 책망했지.
# 시험기간… 마음자세 가르치기
한: 우리 애 중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학습코칭 강의를 들었는데 끊임없이 아이한테 애정과 관심 보여주고 지지하라고 하더라구. 난 요즘 그런 게 조금씩 나오더라.
신- 맞아. 우리 작은애는 격려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그런 게 효과적인 거 같아. 너 잘 하고 있어, 난 너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어. 그런 태도를 보여주니 애도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작년까지 직장 다니느라 관심을 안줬거든. 지금 최대한 해주고 싶어.
장: 언니는 뒤늦게 관심을 주니까 그 방법이 먹히는 거지. 원래 그런 엄마들은 애가 어릴 때부터 너무 관심을 가지고 대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부담감도 주게 돼.
한- 시험 칠 때는 애들도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것도 가르쳐줘야겠더라. 우리 애의 경우 작년에 수학시험 시간에 마음이 급한데 선생님이 문제지를 천천히 나눠줘서 5분이나 흘러가는 바람에 화가 나서 문제도 잘 못 풀었다는 거야.
장- 우리 큰애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어. 답안 마킹을 두 개나 밀려서 했는데 감독선생님이 종 쳤다고 못 고치게 했대. 너무 억울한 마음에 그 다음 시간 시험도 잘 못 쳤다고 하더라고. 그런 말 들으니 나도 속상하더라.
이: 오늘 중3 아들한테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깊이 숨 한번들이 마시고 마음을 편안히 해라. 답안을 한 번 더 검토하고, 시험 끝나면 미련을 두지 마라”라고 했어. 중1 딸한테는 “이번 시험은 시험이란 게 이런 거구나 알면 되는 거다”라고 했고.
한: 시험 때 불안감을 없애는 방법이 마침 신문에 나왔던데 불안한 마음을 글로 쓰면 해결이 된다는 거야. 아이가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
# 시험 후 … 야단보다 격려
한: 시험 끝나고 오면 묻지도 않아. 애 얼굴에 다 쓰여 있거든. 시험 못 봐도 늘 “괜찮다. 다음에 잘 보면 되지” 그랬는데 어느 순간 내 욕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닌가 싶더라. 엄마가 욕심을 좀 내면 더 잘할 아이인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장: 애 성적이 안 좋게 나와도 혼자 노력 많이 한 거 아니까 야단도 못 치겠어. 큰애는 시험 결과 보면서 이번에는 이 부분을 좀 못해서 성적이 안 나왔는데 다음에는 공부를 이렇게 해야겠다고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내더라고.
신: 난 큰애한테는 안 그랬는데 작은 애한테는 70점 받아오면 60점 안 받아와서 다행이야 그러고, 어쩌다 90점 받아오면 잘했다고 난리를 떨어.
한: 성적 안 좋게 나오면 나보다도 애가 더 많이 괴롭고 힘들지. 어른들이 뭐라고 하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중요해. 애 공부하라고 몰아붙이면 성적은 올라갈지 몰라도 행복지수 올라가는 게 아니잖아. 어른들이 적당히 방관하는 자세도 필요한 거야.
이: 시험결과가 나오면 어떤 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깨우쳐줘. 난 아이시험에 기대치가 없어. 내 기대치보다 스스로 기대치를 높여갈 수 있기를 바래.
신- 정희씨처럼 아이들을 키워왔으면 애도 스스로 잘하겠지만 난 여태 그런 훈련을 안시킨 상태여서 시험 때면 부담 반 초조 반이야. 그래도 시험결과 가지고 얘기할 생각 없어. 결과 안 좋으면 스스로 반성하겠지. 난 ‘조금만 더 노력하자’ 이런 식으로 대할 거야.
한- 근데 시험성적은 꼭 숫자로 표현되어야 하는 건가. 이런 시험제도 다 뜯어고치고 싶어. 하지만 시험이 없으면 너무 재미없겠지? 하여간 우리나라에선 행복이 성적순이야. 상위 4%가 좀 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좀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잖아. 성적이 좋으면 스스로도 자존감 행복지수가 올라가니까.
신: 재미있으라고 시험 보는 게 아니라 시험을 통해 잘 하고 있는 건지 평가해볼 필요는 있
는 거야. 성적 평가 자체가 너무 일률적이라는 게 문제지만 평가제도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거라고 생각해.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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