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울산을 두고 ''교육강좌의 블랙홀''이라 비유한다. 어떤 유명한 강사가 와도 울산에선 학부모의 반응을 끌어내기 힘든 것을 두고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울산의 학부모도 피해자다. 최신 중요 정보는 수도권에서만 맴돌고, 그나마 난무하는 무료공개강좌는 대부분 사교육업체가 주도하는 것이라 업체 입장에서 교육과 대입을 해석하기 일쑤다.
당연히 학부모들은 교육에 관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결국엔 많은 정보 홍수 속에서 정작 내 자녀에게 딱 맞는 정보를 골라낼 수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기대 속 막 올린 교육브런치
올해로 2회를 맞는 ''내일신문 학부모 브런치 교육강좌''는 그래서 반응이 더 뜨거웠는지도 모른다. 교육을 두고 공교육과 사교육의 균형을 잡아주고, 울산에선 듣기 힘든 원칙적이고도 핵심적인 설명으로 학부모들의 교육정보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울산대학교 해송홀에서는 울산지역 학부모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브런치 강좌가 시작됐다. 누가 울산 학부모의 교육열이 낮다 했던가. 열시부터 시작되는 강좌임에도 불구하고 아홉시가 조금 넘자 벌써 학부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입학사정관전형과 포트폴리오
첫 강의는 영등포여고 최병기 교사가 맡았다. 주제는 ''입학사정관전형과 포트폴리오''.
최근 들어 대입정보에서 입학사정관만큼 뜨거운 감자는 없다.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전형을 확대한다는데 정작 울산에선 제대로 된 관련 정보를 구하기 힘들었다.
입학사정관제 제정에 참가한 최병기 교사는 "긴장할 것 없다. 입학사정관전형도 많은 대입전형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전국의 수많은 고등학생의 생활은 다 똑같다. 그 속에서 눈에 띌 만큼 화려한 스펙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고 말문을 열었다.
긴장하지 말고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입학사정관의 주관대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기도 한데, 절대 그렇지 않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할 때는 학교별로 초빙사정관을 모신다. 최소50명에서 최대150명이 학생선발을 담당한다. 이보다 더 객관적일 순 없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입학의 주요핵심은 ''전략''이라는 설명. 자녀의 장점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전형을 잘 선별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학교생활 충실도가 입학사정관제 핵심
그래서 입학사정관제 아래서는 학교생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입학사정관제 목적 자체가 교사들의 평가권 회복을 통한 공교육 강화이기 때문이다"는 최 교사.
때문에 이 전형 아래서는 생활기록부가 중요하다. 학생의 학교생활이 오롯이 학생부에 기록되고 그것이 입학사정관제 포트폴리오에 대한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교사가 일일이 학생에 대해 알기 어려운 학교상황이라는 점이다. 최 교사는 "에듀팟을 이용해 학부모가 관심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자녀의 활동상황을 일일이 에듀팟에 기록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이 선발하는 학생은 학과와 연계된 학과성적이 있으면서 관련분야에 대한 적성이 뛰어난 학생이다. 학부모는 모집전형이 내 아이의 준비과정과 맞는지, 학과에 대한 학업특성이 자녀에게 있는지, 고교 교육과정을 충분히 이용해 준비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최병기 교사는 "입학사정관제도 언젠가 대입에서 사라질 것이라 예상하는 분들이 있다. 착각이다. 앞으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전형방법이 바로 이 제도다"며 "단편적인 준비과정만 보지 말고, 학교생활 전체의 틀 안에서 진로와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 답이다"고 힘주어 당부하며 마무리했다
독서, 제대로 하기
첫 강의 후, 학부모들은 준비된 커피와 빵으로 브런치타임을 가졌다. 마침 울산대엔 벚꽃이 흐드러지게 날려 야외 벤치에서 한껏 봄을 느낀 학부모들은 다시 두 번째 강의를 듣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두 번째 시간은 타임에듀 교육연구소 이해웅 소장의 강의로 논술을 주제로 이어졌다. 이해웅 소장은 "독서력은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독서 전 활동과 독서 후 활동이 연계적으로 잘 이루어질 때,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특히 읽기능력은 읽고 나서 생각할 때 신장된다"고 시작했다.
먼저 읽기 전 활동으로는 책을 주도적으로 고르는 일부터 하게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다.
책을 읽을 때는 매일 정해진 시간을 정해놓고 읽기보다 틈틈이 끊어 읽는 방법을 쓰자. "이 방법을 쓰면 자동적으로 앞서 읽은 것을 스스로 요약하게 된다. 이 과정은 시간배분능력과 읽는 속도를 기를 수 있다"고 전하는 이해웅 소장.
독후활동은 독서활동 중 가장 중요한데, 읽은 후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이 소장은 "토론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통해 책 내용을 다시 받아들이는 힘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독후활동에는 독후감이나 감상문을 쓰고 발표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
이 소장은 "토론할 곳이 없다는 학부모들이 있는데, 아이 스스로 학교에서 토론 동아리를 만들게 하는 것도 좋다. 그게 안 된다면 가족끼리 형제끼리 시키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대신, 이때는 토론의 주제를 미리 파악해 토론거리를 만들어주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논술 대비 독서록 만들기
논술출제경향을 살펴보면 고전은 예나 지금이나 반드시 포함되는 주제다. 실제 대입논술의 30%는 장자를 위시한 고전에서 출제됐다. 최근 들어서는 실학사상과 관련된 예문출제도 잦다. 이 소장은 "고전과 실학 부분은 지금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어떤 상황에 대입해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이 두 부분이라 출제율이 높다"고 전했다.
또 서양철학의 주요 인물에 대한 제반지식도 갖추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 책 읽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한계다. 그래서 이 소장은 중학생 시절을 현명하게 이용할 것을 권했다.
이 소장이 추천한 필수서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장자와 맹자. 플라톤(국가론), 정약용(목민심서), 이이, 박지원, 김구(백범일지), 윤동주, 이육사, 이청준, 조지오웰(동물농장), 루소, 로크, 롤즈, 노신, 아담스미스 등.
이해웅 소장은 "논술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고3수준에서 어떻게 이해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시사문제와 연결시키고, 개념어를 정리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고 강의를 마쳤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