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가 있는 안산, “우리 집 앞에 벽화가∼”
다양한 테마로 걷고 싶은 길 만들어, 꼴라쥬 기법의 벽화도 등장
‘회색도시’라는 말은 도시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단어다. 도시인의 단절과 우울함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의 어두운 속성을 걷어내려는 노력을 끝없이 해왔다. 그 중 가시적 효과가 뚜렷한 것이 벽화다. 적은 예산으로 도시미관을 쉽게 바꿀 수 있고, 문화적 향유까지 가능한 벽화. 안산 곳곳에 그려진 벽화를 소개한다.
테마가 있는 벽화-시민시장 일대
“이 길을 10년이 넘게 걸었는데 요즘처럼 예뻐 보인 적이 없어요.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초지동 시민시장 부근에 사는 한 주민은 새로 단장된 벽화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이곳 시민시장 일대는 요즘 ‘스토리텔링 동네 담장 만들기’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낙후된 담장에 그림을 그려 시민들이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 화랑로 등 4곳에 조성되는 이번 사업은 거리마다 다른 주제로 꾸며져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데 정약용, 이익선생 같은 위인들의 얼굴에서부터 벌집을 형상화한 자연친화적 그림까지 다양하게 그려진다. 현장에서 만난 정지석 화가는 벽화를 “회색빛 도시에 색을 입히는 일”이라며 벽화가 그려지기 전과 지금의 동네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고 전한다. 장미맨선에 사는 주민은 “집 앞 벽화에 정약용 선생과 글이 그려져 있어 새삼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총 23m에 달하는 벽화 조성사업이 완성되는 4월말이면 시민시장 인근은 또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들이 꿈꾸는 거리-덕성·삼일초등학교 앞
벽화가 많이 그려진 곳 중 하나는 초등학교 부근. 특성을 고려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곳이 고잔동 주공7단지 앞 덕성초등학교 앞 벽화. 이곳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과, 새, 꽃 등이 그려있다. 담장의 높아 그림의 크기가 크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그려진 정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길게 그려진 벽화는 아이들의 등하교를 즐겁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 한다. 빨간 안경을 끼고 벽화 앞을 지다던 한 아이는 “학교 오갈 때 뿐 아니라 영어학원 갈 때도 매일 이 길을 다니는데 다른 길과 달리 심심하지 않아요. 노란 오리들이 물에서 놀고 있는 것을 방금 봤는데 어느새 활짝 핀 꽃이 있고, 나뭇가지에 새 두 마리가 노래를 하고... 재미있어요” 한다. 삼일초등학교 담장 벽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위치와 구성으로 얼마 전 재단장을 했다.
꼴라쥬 기법으로 구성된 옛이야기-성포도서관 인근
성포 도서관과 성포주민 센터 중간에 있는 개나리길은 안산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개나리가 만발하는 요즘은 화룡점정! 천정이 노랑꽃으로 도배된 이 길에 볼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알콩달콩 전래동화 길’로 명명된 벽화가 바로 그것. 이곳 벽화는 다른 곳과 달리 타일의 꼴라쥬(타일처럼 조각을 붙이는 방식) 기법으로 제작 된 것이 특징. 돌담에 색색의 타일이 모양을 이루고 있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꼴라쥬 기법은 조금 떨어져 보면 더 잘 보인다. 도서관에서 내려가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동화는 심청전, 심청의 아버지가 어린 심청을 안고 젓동냥하는 것에서 눈 뜬 아비와 해후하는 장면까지 이어져 있다. 뒤이어 별주부전, 마지막은 흥부와 놀부가 묘사되어 있다. 방금 도서관에서 ‘흥부와 놀부’를 빌렸다는 한 주부는 아이 손을 잡고 타일벽화 앞에서 전래동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외 벽화가 있는 곳
벽화가 그려지는 대부분 장소는 오래된 담장. 그래서 알록달록한 색체의 벽화가 완성됐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안산 문예당 앞 무진빌라 담장도 예외가 아닌 듯. 지은 지 오래된 빌라 담장에 분홍빛 산, 갈색 바위가 빌라 1,2차 단지 끝까지 그려있다. 벽화 끝에서 벽화가 그려지지 않는 건너편을 보니 이곳과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상록수역 굴다리와 상록수운동장 펜스에 그려진 벽화도 도시 미관을 높인 곳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상록수운동장에 설치된 안산미술협회 작가들의 설치작품도 일종의 벽화기능으로 운동장 분위기를 한결 밝게 했다. 선부동 정지2공원은 ‘아름다운 나의 느티나무 길’이란 테마로 제작된 벽화로 자연과 도시의 교량 역할을 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상록수중학교 정문에 있는 꽃 그림은 이 학교 재학생들이 직접 그린 벽화로 학교 앞 분위기를 한결 밝게 해 주고 있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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