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푸른청소년오케스트라 손성식 자휘자

내 지휘봉은 음악에 대한 아이들의 열정으로 움직인다

지역내일 2011-04-20 (수정 2011-04-20 오후 7:33:37)

일몰이 아름답게 지던 지난 2일 관산도서관 강당. 조용하던 도서관에 아름다운 화음이 울렸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는 새롭고 선선했다. 열람실에서, 휴게실에서 그리고 강당에서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크지 않은 무대를 꽉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까지 내려 온 단원들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를 마쳤다. 마침내 허공을 가르던 지휘자의 움직임이 멈추자 숨 죽여 듣던 관객들은 환호성과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공연 내내 등을 보이던 지휘자가 마지막 작품을 연주하고 뒤돌아서자 더 커지는 함성. 베토벤 스타일의 손성식 지휘자는 은발 머리 휘날리며 관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한다.

지휘자는 요리사와 같은 존재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요리사와 같다. 각각의 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처럼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를 잘 조합해서 화음을 내는 일, 그러니까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인 셈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에서 대학교 1~2학년까지 계층과 실력이 다양한 오케스트라일수록 지휘자가 해야 할 일은 더욱 많다. 안산 푸른청소년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고 있는 그를 만난 곳은 경안고 관현악 연주실. 연주실력 뛰어난 고교 관현악 선생님이던 그가 오케스트라 지휘를 의뢰받은 것은 창단연주회가 끝난 직후. 음악에 대한 열망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연주 무대를 제공하고 안산 시민들에게 좋은 연주 감상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이주연 단장의 취지에 공감해 같은 배를 탔다.
교직에 있으면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은 다 쉬는 일요일 저녁, 연습실에 악기를 들고 오는 아이들을 보자 힘이 생겼다. 파트별 연습과 지도를 통해 서서히 조화로운 소리를 맞추던 오케스트라는 안산중앙병원에서 공연을 한다. ‘아픈 분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줄 주 있는 곡’을 선정하고 무대에 올렸다. 환자 중의 한분은  “좋아하는 노래 동백아가씨를 오케스트라로 듣다니... 오늘 내 귀가 호강을 한다”며 좋아했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어린 단원들은 깜짝 놀라고 그 역시 음악이 주는 힘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찾아가는 공연’이 벌써 3회. 소리를 잘 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 잡혔던 단원들은 찾아가는 공연이 회를 거듭할수록 악기를 사랑하고 연주를 즐기는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찾아가는 공연도 3회 진행
푸른청소년오케스트라단은 어려운 곡을 고집하지 않는다. 공연 일정이 잡히면 장소, 관객 연령대과 취향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클래식부터 영화음악, 가요,재즈, 트로트, 만화 주제가 까지 넘나든다. 연주자들은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끼며 합주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갖는다. 오케스트라 구성원은 60여명 내외. 이들 중 30%가 예중, 예고에 재학 중이거나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예비 음악인이다. 취미로 입단 했다가 연주의 매력에 빠져 전문 음악가를 꿈꾸는 단원도 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는 화합의 결정체입니다. 많은 악기와 개성 강한 단원들이 낮추고, 조율해야 하지요. 좋은 화음을 위해 나의 욕심을 내릴 줄도, 남을 받쳐줘야 하는 것도 배울 수 있는 곳이죠. 그래서 청소년기의 오케스트라 경험은 연주 실력향상 외에 조화롭게 세상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또 다른 학교입니다.”
그는 다음달 15일에 있을 공연을 기대 해도 좋다고 자신한다. 이번 공연은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하는 청소년 음악회로 문예당 달맞이 극장에서 7시에 공연된다. 안산시문화예술진흥기금의 도움으로 열리는 이번 정기연주회는 주페의 경기병 서곡을 시작으로 베토벤 바이러스까지 음악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무대. 특히 이번 연주회에는 서울예술영재 교육원생과 안산에 거주하는 음악영재들의 연주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무대에 오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들의 눈빛이 생동감 있게 변하는 것을 느낀다는 그. 음악에 대한 단원들의 열정어린 마음이 학교 선생님으로, 대학원 학생으로 바쁜 그를 지휘자로 서게 하는 힘이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는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어렵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단장과 많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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