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동북지방의 지진으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원자력과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이 급증하고 있다. 사고 후 40여일 째.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우리나라에 내린 비와 국내산 채소에서도 방사능물질이 검출되면서 일상생활에도 방사능공포가 스며들고 있다. 비 한 방울 맞는 것도 걱정되고, 해산물을 먹는데도 신경이 쓰인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안산시민들의 달라진 일상생활을 짚어보았다.
비- 원전사태 이후 비 내리는 날이 겁이 난다. 기상 정보를 전하는 리포터는 방사능비가 우려되니 큰 우산을 준비하라고 하고,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도 걱정이 된다. 방사능비가 우려되던 날 안산의 한 초등학교도 휴교를 했다. 비를 맞으며 걷는 낭만은 이제 꿈꾸지 못할 일이 되었고 방사능비를 맞은 농작물을 먹어도 될지 걱정이다. 실제 지난 7, 8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뒤 경남과 제주지방의 노지 채소 중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성분이 발견됐다. 인체에 영향이 없는 극미량이라 하지만, 이제 먹거리까지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마트- 집근처 대형 마트 소금매장에는 이전과 달리 용량 큰 3kg 들이가 많아졌다.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 방사선 요오드에는 소금이 좋다는 말이 돌면서 마트마다 소금매출이 부쩍 늘었다. 소금이나 미역 다시마에 함유된 비방사선 요오드를 미리 많이 섭취해 인체에 축적이 되면 방사선 요오드가 몸에 들어왔을 때 배출된다는 이론이 배경이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자주 먹는 것만으로는 방사선요오드를 배출할 수는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초기 소금사재기 열풍은 가라앉은 듯하다. 그래도 마트에 갈 때마다 소금이나 해조류를 하나씩 더 사게 된다는 주부들이 많다. 조만간 방사능에 오염된 바닷물로 인해 소금과 해조류도 먹을 수없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시장-오염된 바닷물에서 난 생선을 먹을 수 있을까? 원전에서 바다로 방사능오염수를 내보내면서 수산물 섭취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하지만 해수의 흐름이 달라 아직까지는 국내산 수산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선지 집근처 마트의 수산물 판매원은 이전과 판매량이 별로 차이가 없다고 했다.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도 원전 방사능 사태이후 일본산 활어 거래가 줄어든 것 외에 냉동생선이나 국내산 어패류 거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한 상인은 “먹을 사람은 다 먹는다”고 했다. 가게마다 진열된 생선들 앞에 써 붙인 ‘국내산’이라는 글씨가 더 돋보이는 느낌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계 직원은 “오염우려가 있는 일본산 수산물은 반입되지 않고 냉동생선은 그 이전에 잡힌 것들이라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두드러진 변화는 시장의 소금 거래량이 원전사고 이전의 10배가 넘는다는 것. “예전에는 소금트럭이 한 달에 한번정도 들어왔는데 요즘은 이틀에 한번꼴로 들어오고 있어요. 30kg짜리라 일반 가정용도 아닌데 영업집에서 미리 사두는 건지...”
일본 원전사태 이후 일본으로 유학 간 자녀를 둔 가정은 늘 불안감을 안고 산다. 도쿄의 대학에 다니는 딸이 있는 고잔동 박모씨. 지진 때문에 들어와 있던 딸을 며칠 전 다시 일본으로 보냈다. 대학 4학년인 딸은 한 학기만 다니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채우고 온다며 갔지만 도쿄 수돗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된 터라 여간 염려가 되는 게 아니다. 출국 전에 여행가방 가득 참치 김 미역 라면과 물 2리터까지 챙겨 보냈다. 도쿄에서 ‘생수 구하기가 어렵다’는 보도에 당장 먹을 물도 없을까 걱정했는데 도착한날 딸은 집에서 가까운 슈퍼에서 생수 2리터를 샀다고 해 좀 안심이 됐다. 그래도 딸은 물을 더 확보하기 위해 일본 지마켓에서 한국산 생수를 2리터 12개를 주문했다. 휴대폰으로 생수값 19.56달러가 결제됐다는 문자를 받으면서, 방사능오염수를 걱정해야하는 이 생생한 현실이 마치 수십 년 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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