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홍연숙, 남복현 씨
꽃을 만지며 꽃을 닮아가는 사람
꽃 좋아하는 부모님 영향, 꽃과 함께 행복 만들어요
어떤 가수는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라고 노래했다. 하지만 꽃을 만지는 사람은 아가씨뿐만 아니라 아줌마도, 아저씨, 총각도 예쁘다. 부부가 닮듯 꽃을 만지며 꽃을 닮아가는 사람. 봄이 오는 길목에서 꽃 같은 두 사람을 만났다.
꽃 같은 사람-홍연숙
팔공산 아랫자락에 있는 그녀의 고향집은 봄이 되면 사방이 꽃 천지였다. 꽃을 좋아하는 부모님은 온갖 꽃을 마당에 심었고 꽃들은 뿌리를 박고 내리며 봄을 잡아끌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그녀는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마루에 집어던져 놓고 바구니를 들고 들로 뛰어 나갔다. 손톱에 까맣게 때가 끼도록 흙을 헤집으며 냉이를 캐던 꼬마는 어느 날 자기가 서 있던 곳에 우뚝 서서 현기증을 느꼈다. 작은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그곳에서 그녀는 마음을 꽃에게 빼앗겨버렸다. 냉이 캐던 소녀는 숙녀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늘 꽃을 놓지 않았다. 아직 꽃 피려면 한참 남은 한 겨울, 산에 들어가 겨우 멍울진 진달래꽃 가지를 잘라와 미지근한 물에 담가 놓고 겨우내 꽃을 기다리던 그녀였다. 결혼하면서 기르던 50여개의 화분을 옮겨오자 그녀의 ‘꽃사랑’을 알고 있던 남편도 놀랄 정도였다고. 결혼 후 복지관 등에서 꽃꽂이강사를 하던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꽃집을 연다.
꽃집 주인이 된 것은 16년 전, 처음 개업한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꽃을 만지며 사람을 만난다. 꽃집을 하면서 가장 많이 얻은 것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얼마 전 꽃을 사러 온 한 고객은 “큰 아이 대학 졸업식 꽃을 사러 왔다. 아이 유치원 졸업부터 대학 졸업까지 이곳에서 축하 꽃을 샀다. 우리 가족에게 의미 있는 곳이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요즘 그녀의 마음을 빼앗고 있는 꽃은 야생화. 소녀시절 작은 꽃다지 앞에서 전율했던 소녀는 이제 야생화를 보러 전국을 누빈다. 얼마 전에는 백두산에도 다녀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수줍게 무리지어 있는 작은 꽃들을 보며 몸이 짜릿했다고 한다. 블로그를 통해 본 그녀의 집은 또 다른 꽃집. 베란다인지 고향집 마당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다양한 꽃과 화초가 가득하다. 200여개의 화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한 시간여 이야기하고 일어서려니 꽃무리에 파묻혀 있는 그녀의 동그란 얼굴이 마치 꽃 같다.
봄 같은 사람-남복현
콘크리트 도시에서 앞만 보고 바삐 걷던 한 시민. 걸음을 멈추고 꽃향기 물씬한 꽃집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초록과 꽃의 향연. 온갖 전기기기에 포위된 책상 주변을 생각하며 화분을 사야지 마음을 먹는다. 알록달록한 꽃 틈에서 두꺼운 잎이 연꽃 모양으로 피어있는 식물이 눈에 띈다. ‘선인장류라 생명력이 강하고 관리를 많이 안 해도 된다’라는 말에 레티지아와 올리버글로우란 다육식물을 선택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사 온 화분을 컴퓨터 앞에 척 놓으니 햇살이 그의 책상을 떠나지 못한다.
한양대역 앞 화훼단지에서 다육식물 전문점을 운영하는 남복현씨도 많은 꽃집 주인이 그렇듯 꽃을 좋아하던 사람이다. 일부러 찾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꽃집을 하게 됐다는 그녀는 4년 전 다육식물의 매력에 빠져 흔치 않는 다육식물 전문 꽃집으로 업종을 전문화했다. 보유하고 있는 종류도 1000여종이 넘는다. “선인장류인 다육식물은 한 달에 한번 정도 물을 주면 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관리 대신 신경은 많이 써야 하는 식물”이라고 한다. 햇빛과 온도에 신경을 써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밤새 식물이 안녕한지 확인하는 것. 하나하나가 다 예뻐서 자고 일어난 아이 볼에 입맞춤 하듯 눈인사를 한다고 한다. 다육식물은 관리만 잘 하면 20년 이상 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키우는 보람이 더 나는 식물. 모든 다육식물은 꽃이 피기는 하나 잎 자체가 꽃이자 얼굴이므로 1년 내내 꽃을 보는 기분을 가질 수 있어 집과 사무실에서 고루 키울 수 있다. 난(蘭)처럼 취미 활동이 가능해서 남자 고객도 간혹 온다고 한다. 늘 식물과 있어 마음도 잘 늙지 않는 것 같다는 그녀는 오늘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꽃처럼 활짝 웃는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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