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ㆍ용인 식목일에 대처하는 두 가지 풍경

지역내일 2011-03-27 (수정 2011-03-27 오후 12:32:57)
나무는 꿈을 먹고 자라는 동심의 기억 


어릴 적 기억입니다. 식목일에 맞춰 작은 전나무 묘목을 가져온 아빠는 어린 저와 나무를 심으며 “네 나무니 잘 돌봐줘라”고 하셨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제 이름표를 보며 뿌듯했고 정성껏 돌봐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침마다 마당에 나와 나무가 얼마나 자랐는지 한 뼘 한 뼘 재어보던 기억 말입니다. 어릴 적 ‘내 나무’는 저와 같은 꿈을 먹고 자란 나무였습니다. 인디언들이 생태친화적인 것은 어렸을 적 코요태와 늑대, 나무와 바위들 중에 하나를 골라 자신의 수호신을 삼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에겐 함께 자랄 나무가 없더군요. 식목일에 즈음해 아이들과 나무를 심고, 함께 성장하는 기억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성남ㆍ용인의 식목일 풍경을 미리 들려다본 이유입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Good Choice : 용인시 ‘내 나무 심기’로 식목일 가족 참여 풍성 



아파트와 콘크리트문화인 도시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 쉽지는 않다. 매번 돌아오는 식목일에 아이와 나무 심기 대신 꽃이나 화분을 사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이유다. 용인시에서 이런 시민들의 고충을 참작해 ‘용인시민 내 나무 심기’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나무심기에 관심은 있지만 심을 장소가 마땅히 없는 시민들에게 장소와 묘목을 제공해 나무 심는 체험을 하고, 내 나무로 지속적으로 가꾸어나가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3년 전 양지면 임야에 시민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백합나무 묘목 심기로 처음 개최된 ‘용인시민 내 나무 심기’는 공무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식목 행사를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 참여 형 식목 행사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이런 호응이 힘입어 작년에는 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수고 1.5m 종 전나무 묘목을 심는 행사로 확대했고 올해도 용인자연휴양림에서 식목일 ‘내 나무 심기’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용인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번 행사는 가족 단위 신청자에게 우선 기회를 줘 소중한 가족 체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용인시 산림휴양과 정태준씨는 “숲과 나무에 대한 시민 관심을 높이고 수도권 내 대표적인 휴양림으로 부상한 용인자연휴양림 내 나무 심기를 통해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식목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가족단위 ‘내 나무심기’ 관심 높아, 각 구청에서는 과실수 무료 분양
실제 용인시의 ‘내 나무 심기’는 시민들의 호응이 높아 지난해에는 접수 이틀 만에 500여 명의 접수가 마감될 정도였다고. 올 해도 접수 3일 내에 완료가 될 만큼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내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했던 김난희(41ㆍ죽전)씨는 “아파트에 살아 그동안 아이들과 나무를 심어본 경험이 없어 아쉬웠는데 초등학생 아이들과 가족 나무를 심으며 좋았던 기억이 남는다”고 전했다. “아이들 이름표를 붙이고 나무에게 우리 이야기를 하면서 책에 나오는 제제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떠올랐어요. 제제가 성장하면서 겪는 온갖 어려움과 기쁨을 나무와 함께 하잖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내 나무’가 생겼다는 것에 기분이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용인시 관계자도 “참여하시려는 분들의 문의가 많고 더러는 분당에서도 참여 의사를 전해올 정도”라며 “성남시는 왜 그런 행사를 하지 않느냐며 오히려 용인시에 분통을 터뜨릴 정도로 시민들의 나무 심기 요구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용인시는 매년 4월 첫 주 식목일 주간에 맞춰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토요일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착순 접수 후 참여하는 방식이라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용인시 수지, 기흥, 처인구청에서 마련하는 묘목 분양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지구 산업 환경과 산림 녹지계 김미영씨는 “2004년부터 용인시 관 내 3개 구에서 식목일 묘목 나눠주기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사람들이 조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루 안에 금방 소진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용인시는 시민들이 선호하는 과실수 묘목을 중심으로 각 구청마다 약 3천여 주를 선착순 무료 분양해 주고 있다.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면 1인당 2주의 묘목을 분양받을 수 있으며 나무를 심고 가꾸는 요령도 함께 배부 받아 어려움 없이 내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한편 용인시의 내 나무 심기 행사는 오는 4월 2일(토) 오전 10시부터 초부리 용인 자연휴양림에서 진행된다. 선착순 접수를 받은 가족단위 신청객 500여명에게는 용인시 시목(市木)인 전나무 묘목과 나무 이름표, 삽과 호미 등 식재도구와 비료 등이 행사 당일 현장에서 지급된다. 나무심기 방법과 시범 교육도 실시해 어려움 없이 나무 심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참여하는 가족들이 자신의 이름과 날짜, 나무 이름과 남기고 싶은 말을 메모해 나무에 부착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가꾸어나갈 수 있다. 
문의: 031-324-2348

Bad Choice : 성남시, 식목일 행사 주민 참여 없어 아쉬워 



성남시의 경우 용인시와는 대조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식목일 행사가 없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분당구 금곡동에 사는 이진아(40)씨는 “아이가 어릴 때 나무를 심고 성장 과정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성남시에 이렇다 할 식목일 나무 심기 행사가 없어 용인의 나무 심기 활동이 부럽기까지 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성남시 녹지과의 오기근씨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식목일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며 “선거 관련 오해의 소지들이 있어 식목일 당일 공무원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선거와 식목일 시민참여는 별개의 문제라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공기획의 부재를 토로했다.
분당구 야탑동의 김신애(43)씨도 “하다못해 나무 묘목이라도 나눠줄 수 있는 성의가 필요한데 성남시에서는 그런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서비스와 마인드가 없는 것 같아 불만”이라고 전했다.
친환경 녹색 성장, 환경을 말하는 시에서 나무 심기라는 기본적인 취지조차 시민들의 참여와 독려를 막고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
좋은 취지의 행사에 시민들을 초청하고 함께 참여하는 시(市)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많은 시민들은 원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성남시 소재의 시민단체인 ‘맹산반딧불이자연학교’에서는 해마다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 등 식목일 가족참여 행사를 진행해 반가움을 주고 있다. 야생화 심기, 숲 가꾸기와 도롱뇽 알 관찰하기 등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식목일 행사를 개최해 가족단위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맹산 자연학교의 식목일 행사에 참여한 박영현(41)씨는 “아이들과 나무와 숲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 됐다”며 “나무를 심는 것 뿐 만 아니라 관리하고 지키는 일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였다”고 전했다.
“수종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숲 가꾸기 활동을 아이와 같이 하면서 말로만 환경이 아니라 직접 나무의 쓰임과 고마움을 체험하는 계기였어요. 이런 기회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연 친화적인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한편 맹산 반딧불이 자연학교에서는 오는 4월 3일(일) 오후2시부터 사전 신청한 30가족과 함께 나무 심기 및 숲 가꾸기, 자연체험물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가족 당 1만원의 참가비(전액 내셔널트러스트 기금으로 사용됨)를 내고 참여할 수 있다.
문의: 031-702-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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