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성적 권리 있다”

내일여성센터 ‘장애인 아우성’ 행사

지역내일 2001-11-09 (수정 2001-11-10 오후 1:51:18)
장애인의 성적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의 역할에 대해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사)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회장 최영희)는 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장애인의 아름다운 성 만들기’ 행사를 열고 그 동안 가려져 있던 ‘성적 존재로서의 장애인’을 재조명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장애인도 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며 “사회는 장애인의 성적 권리와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자기 선택권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의 성과 결혼’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중앙의대 재활의학과 김돈규 교수는 “장애인은 사회의 편견과 장애아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장애인 부부가 비장애인 부부보다 이혼률이 훨씬 낮으며 장애아의 출산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므로 이제는 이들이 인간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사회가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6년부터 성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정효선 국립재활원 성재활 상담실장은 “전신마비 장애인도 성생활과 출산이 가능하다”며 “성생활 회복은 장애인에게 삶의 희망과 자신감을 줘 삶의 질을 크게 높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날 행사에서는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로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휠체어 장애인 박지주씨는 자신의 연애와 성 경험을 솔직히 밝히며 “장애인의 성생활을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면 장애인 스스로 성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93년 결혼한 전신마비 장애인 정치우씨는 “아이를 낳은 후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살게 됐다”며 “결혼 전 집 밖으로 나가기조차 꺼렸던 성격이 180도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뇌성마비 장애 1급인 조윤경씨(28)와 비장애인 용석정씨(28)의 결혼식. 이들은 지난 95년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어우러기’ 모임에서 처음 만나 가정을 꾸린 후 4년여만에 내일여성센터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식이 진행되는 내내 신부의 손을 놓지 않은 신랑 용씨는 “평범한 부부처럼 서로 사랑하고 함께 도우며 살아갈 것”이라며 “두 살배기 딸인 다영이와 함께 오손도손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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