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골라~"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재래시장. 서로를 넉넉히 끌어안고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자,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소박하고 정겨운 곳이다. 그 곳이 언제부턴가 백화점, 대형 마트에 밀려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은 맛과 소박한 가격, 훈훈한 인심으로 불황속에서도 빛을 발휘하는 먹을거리들이 있다. 가벼운 주머니로도 출출해진 속을 든든하게 하여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소문난 맛깔스런 먹을거리를 찾았다.
송화시장 ''권가네 빈대떡''
어린시절 어머니의 품과 같이 따뜻한 ‘부침개’가 냄새로 맛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버섯전, 두부완자, 동태전, 호박전, 김치전, 꼬치전, 깻잎전, 고추전, 녹두전에 호박죽, 팥죽, 식혜까지 모두 새벽 6시부터 직접 만든 것이다. 전날 불려 두었던 녹두를 갈고 야채를 다듬고 호박죽을 끓이고 식혜를 만들고 분주하게 일을 하면 11시쯤부터 음식들이 하나 둘 나온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해 주던 재료 그대로, 맛 그대로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부치는 정성이 지극한 부침개를 매일매일 부쳐낸다.
''권가네 빈대떡''의 수많은 부침개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두부완자와 고추전이다. 두부와 양파를 반반씩 섞고 고기는 넣지 않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고기를 첨가해서 소를 만들어 깻잎에 넣어 만든 깻잎전도 깻잎향이 입맛을 돋아준다. 녹두를 전날 불려서 직접 갈고 숙주, 고사리, 고기에 직접 담근 아삭한 김치까지 넣고 부친 녹두전도 빼놓릏 수 없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빈대떡의 맛은 일품. 크기도 커서 한 장이면 배가 든든해진다.
명절 음식뿐만이 아니라 평상시에 반찬으로, 간식으로, 후식으로, 안주로, 도시락 반찬으로 쓰임에도 가리지 않는 것이 ‘부침개’지만 낱낱이 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재료값도 만만치 않으니 필요한 만큼 사가는 단골손님들이 꽤 많다. 명절 전에는 주문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손님들이 밀리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예약주문이 가능하다. 전 1근(400g)에 6천원이고 각각으로 담아둔 모듬전은 1팩에 5천원이다. (010-8706-1624)
화곡본동시장 ''가마솥 교동 왕족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마솥 안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부담 없이 먹으며 즐길 수 있는 음식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표적 서민음식인 족발이 나란히 꽉 차게 누워 있다. 조미료나 방부제는 사용하지 않고 5~6가지 천연한방 생약을 직접 두들겨 진을 내어 맛을 낸 족발이다. 이 곳의 주인장 최상엽씨는 철학공부를 하다가 한방 약재에 대한 공부를 접하게 되었고 족발과 궁합이 맞는 한약재를 연구해서 직접 족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화곡본동시장 ''가마솥 교동 왕족발''에서는 콜라겐이 듬뿍 들어 있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탁월하고 각종 단백질과 비타민이 함유되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건강식품인 족발을 국내산 중에서도 가장 신선한 생고기로 사다가 매일매일 직접 만들고 있다. 조미료나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최상의 원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보존기간이 길지 않아 매일 삶아 당일 판매를 해야만 진정한 족발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인정신을 통한 인내와 애정으로 최대한 맛도 살렸지만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되도록 정성도 담았다.
부드러운 육질이 살포시 씹히면서 끝 맛은 쫄깃쫄깃한 족발 맛에 반해 단골이 된 손님들은 "누린 냄새가 안 나고 담백하고 맛있다"며 자주 찾아온다. 온 국민들의 대표 야식으로 손꼽힐 정도로 사랑 받는 음식인 족발을 조리하고 써는 과정을 손님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주방을 오픈해 놓고 손님이 보는 앞에서 발 하나를 통째로 썰어준다. 왕족발은 2만3천원, 미니족발은 1만원이다. (010-9193-1982)
방신시장 ''35년 전통 할머니 순대''
35년 순대를 버무려온 어머니의 손맛과 내공을 그대로 이어받은 딸 김정례(63)씨가 직접 만든 순대가 보기에도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대를 칼로 숭숭 썰어 접시에 담아내면 침이 꼴깍 넘어 간다. 새벽 3시에 기상하여 매일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순대는 어머니가 만들 때보다 선지양을 줄이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생강과 마늘, 후춧가루를 넣고 각종 야채와 당면을 넣어 담백하면서 부드럽고 쫄깃한 맛의 젊은 순대로 재탄생했다. 그 맛에 반한 손님들은 다른 집 순대를 먹어보면 맛이 다르다며 이사를 가서도 찾아오기도 하고 외국으로 진공 포장해 가지고 간다.
국민대표 간식 순대, 떡볶이, 어묵 세 가지만 놓고 팔지만 손님들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부드럽게 씹히고 누린내가 적은 쫄깃한 순대를 떡볶이 국물에 풍덩 빠뜨려 함께 범벅해서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낀단다. 이 집의 또 다른 인기비결은 싸고 맛있고 푸짐한 인심까지 더해진다는 것이다. 1인분에 2천원이지만 그때그때 주인장의 마음에 따라 양이 많아지기도 한다. 주머니 가벼운 10대들과 오랜 단골들 앞에선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내장, 허파 등을 생물로 쓰는데 구제역 여파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전보다 만들어내는 순대 양이 줄어 만들기 바쁘게 다 팔려 버린다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므로 음식궁합이 좋고 철분 함량이 높아 어린이나 여성, 임신부에게 적합한 영양음식인 순대를 대를 이어 판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보냈던 아들이 교수가 될 때까지 순대를 팔아 뒷바라지를 했다는 것이라고. (011-784-3400)
화곡 남부시장 태웅 손만두 칼국수
목동 4거리에서 길 하나를 건너에 위치한 화곡동 남부시장은 목동 지역과 인접해 양천지역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그중에서도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태웅 손만두 칼국수 집은 넓지 않은 가게에 언제나 사람이 꽉 차고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태웅 손만두 칼국수 집은 어머니와 아들 모자가 이곳 화곡시장에 터 잡은지 6년차, 아침 7시에 나와 하루 음식을 준비한다. 손만두와 칼국수 등 음식은 어머니가 서빙은 아들이 두 모자가 맡아서 하기에 더욱 손발이 잘 맞는 이곳은 저녁 8시면 거의 문을 닫는다. 왜냐하면 손님들이 많아 8시쯤이면 준비한 음식 재료들이 바닥이 나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해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만두, 그중에서도 김치만두가 맛있다. 주인장의 손맛 정성껏 더해진 김치만두는 김치가 넉넉하게 들어가 아주 깔끔하다. 얇은 만두피에 매콤한 김치를 듬뿍 넣고 돼지고기와 부추, 잡채 등이 들어가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주던 바로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고기만두도 다른 곳 만두와 달리 돼지 냄새 등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다. 만두는 김치만두 고기만두 모두 6개 한접시에 2000원이다.
이곳에 오면 칼국수도 많이 찾는 메뉴다. 해물이 들어가 시원하면도 칼칼한 해물 칼국수는 5,000원으로 새우 홍합, 바지락 등 넉넉히 들어간 해물과 감자 호박 등이 어우러진 맛은 매우면서도 개운하다나.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지락이 듬뿍 들어가 시원하고 깔끔한 바지락 칼국수(4,500원) 팥칼국수(5,000원)도 많이 찾는 메뉴다. 그리고 함께 나오는 배추 겉절이도 주인장의 맛깔스런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으로 인기가 좋다.
황윤정.이희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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