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졸업식 문화 어때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만든 참여형 축제로 새로운 졸업식 모델 제시
#뮤지컬 흑설공주, 피아노와 클라리넷연주에 이어 코믹댄스가 이어지자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색소폰 연주, 랩과 힙합댄스 그리고 밴드 공연…. 모두가 흥겨운 축제한마당이 펼졌다. 콘서트 공연장이 아니다. 바로 2월 11일 있었던 수내고등학교 졸업식의 한 장면이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축하공연이 끝나자 졸업생들을 위한 선생님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교장선생님의 통기타 연주에 맞추어 교복을 차려입은 선생님들의 율동과 노래 공연이 이어지자 축제는 절정에 이른다.
형식적인 식순 과감히 생략,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는 졸업식
새로운 출발선이기도 하면서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는 행사인 졸업식. 하지만 일부에서 밀가루와 계란 세례, 교복 찢기 등 막장 졸업식이 연출되면서 학교 주변에 경찰력이 배치되는 서글픈 졸업식으로 변질되었다. 내빈소개와 상장수여식, 축사 등으로 이어지는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인 졸업식에서 정작 주인공인 졸업생들은 소외되기 일쑤다. 졸업식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은 이유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2월 11일 수내고등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하나되어 축제같은 졸업식을 치러 눈길을 모았다. 학교문화선도 학교인 수내고는 ‘졸업식’이 아니라 졸업문화제''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형식적이고 지루한 식순을 과감하게 생략. 졸업생을 주인공으로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즐겁고 의미있는 졸업식 문화를 제시한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떻게 하면 졸업생들에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는 졸업식이 될 것인지를 가장 많이 고민 했어요. 오늘을 아름다운 추억과 미래를 선물하자는 것으로 컨셉트를 잡았죠. 졸업식 기억이 좋으면 다시 학교를 찾고 싶어지고 모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그 만큼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수내고 정동화 교감의 설명이다.
20년 후 학교에서 다시 만나자...타임캡슐에 추억담아
졸업식에는 의례 교육관계자와 지역인사가 초빙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내고는 단 한 명의 내빈도 초청하지 않았다. 졸업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학부모 선생님이 함께 오롯이 가족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다. 상장수여도 전날 모두 마무리 했고 기존에 행해지던 축사, 송사, 졸업식 노래 등도 모두 생략했다는 정 교감의 설명이다.
“내빈을 초청하다보면 학교는 손님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정작 졸업생이 소외되고 말아요. 또 졸업식 당일에 해당 학생들에게 상장을 수여하다보면 많은 시간을 지체하게 되고 역시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루할 수밖에 없거든요.”
식이 시작되기 전 사물놀이 공연을 들으면서 자리를 정돈하고 개식사, 국민의례, 졸업장 수여까지 10여분 안에 마무리됐다. 이어 선생님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타임캡슐 전달식이 있었다. 타임캡슐에는 졸업생들이 20년 후에 열어 볼 물건이나 편지 같은 것들을 넣었다.
“오늘 졸업한 학생들은 20년 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그때 타임캡슐을 열어보며 20년 전의 자신과 만나게 되겠죠. 그때 친구들과 오늘을 추억하며 즐거울 것이고 또 미래를 기약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교복 물려입기 전달식도 있었다. 졸업생들은 입던 교복을 깨끗이 세탁해 후배들에게 기증했다. 교복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필요한 후배들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선물을 남긴 것.
힙합댄스에 밴드공연까지...축제의 하이라이트
졸업축제의 절정은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축하공연. 장내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들의 바이올린 공연을 시작으로 ‘요한 하모니즈’라는 연주단의 공연이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재학생들의 뮤지컬 공연과 피아노 연주, 그리고 이어지는 코믹댄스까지. 재학생의 공연이 끝나자 동영상 축하메세지가 전달되었다. 바로 전근 가신 교장선생님이다.
“교단생활 30년 동안 가장 감동깊은 졸업식이었어요. 학생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이렇게 밝고 즐거울 수가 없어요.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졸업문화를 가꾸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졸업생 자축공연과 교사 축하공연은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가장 열정적인 공연을 펼친 사람은 바로 이경용 교장. 통기타 연주는 그야 말로 인기폭발이었다. 마지막으로 ‘수내인의 추억’이라는 동영상을 보면서 졸업생들은 입학식부터 수련회, 수학여행 등 3년간의 시간을 반추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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