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자원봉사는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자 풀뿌리

수화·태권도 등 자원봉사, 태권도 외국인 수강생 600명 넘어

지역내일 2010-12-22 (수정 2010-12-22 오전 10:17:20)

한 사회의 시민의식을 측정하는 수단은 다양하지만 그 중 자원봉사자 수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기준이 된다. 자발적인 봉사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시민의식이 높은 사회임을 우리는 선진국의 예에서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의 20%정도가 자원봉사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안산은 8만여 명의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는 상태. 다양한 자원봉사로 삶의 보람을 얻고 있는 김교환씨를 만났다.

수화 통역으로 시작한 자원봉사
그가 자원봉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86년.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을 하면서부터이다. 집안의 동서가 자원봉사로 수화통역을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소리에 묻혀 살던 분들에게 손의 움직임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니...수화를 배우면서 그는 소통의 힘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수화를 배우고, 자원봉사자로 보람을 느끼면서 그는 농아올림픽 대회, 아시안게임 등에서 수화통역을 하게 된다. 자원봉사는 묘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는 그. 봉사자로 활동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우리 사회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안산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태권도 교육. 멀리 고향을 떠나 온 그들에게 한국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였다. 그는 그들에게 태권도로 한국을 이해하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2007년 초지복지관에 태권도반을 개설하고 학생을 모았다. 처음 도복을 차려입고 센터의 강당에 가 보니 학생은 10명도 안 되는 상황,  흐늘거리고 몸동작과 생기 없는 눈동자... 하지만 그는 그들이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고 한다. 한국은 그들에게 사랑하지만 서운함이 가득한 애증의 상대. 우선 마음을 여는 것이 필요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인정하기’. 그들을 외국인이라는 한군데 틀에 묶지 않고 개개인의 입장과 위치 그리고 그들의 경력을 인정해 주었다. 그들을 프로필을 관계자에게 문의해 외우고 외웠다. “당신은 정말 머리가 좋은가 봐요. 당신 나라에서 이 대학 들어가려면 머리가 엄청 좋아야한다면서요? 태권도는 내가 더 잘하지만 머리는 당신이 더 좋은 것 같아요”하며 그들을 인정해 주었다. 그리고 한국의 예의, 인내, 정신 등을 알려줬다. 반응은 생각 외로 빨라 수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태권도를 배우겠다며 찾아 온 수강생들로 강당은 가득 찼다. 현재는 장소를 옮겨 원곡동 외국인주민센터에서 태권도를 교육하고 있다. 그를 거쳐 간 수강생만 19개국 600여명. 유단자도 100명이 넘는다. 고국에 돌아가 태권도장을 개원한 수강생도 있다고 한다.

로보캅 대장으로 안전한 안산 만들기에 일조
그는 현재 안산시 로보캅순찰대 대장을 맡고 있다. 안양의 예슬, 혜진 유괴사건 후 창단된 로보캅순찰대는 초등학교 주변이나 야산, 외진 곳 그리고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밀집지역을 순찰하며 범죄 예방과 청소년 선도를 한다. 현재 순찰대원은 450여명. 단원지대와 상록지대로 나눠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순찰을 한다. 범죄 다발지역인 화장실 시설물 안전 점검과 방치된 차량 등을 조사하자 한 시민은 ‘그 동안 민원을 많이 냈는데 다행이다’하며 기뻐하였다고 한다. 상록구의 모 아파트에서는 방금 순찰을 마쳤는데 왜 순찰을 안 하냐는 전화가 가끔 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 만큼 로보캅 대원들의 활동이 가시적인 성과나 난 것 같아 기쁘다는 그는 추운 날 순찰을 마치고 오는 대원들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한다. 안산 로보캅은 인근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범죄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얼마 전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의 행정 정책 등을 총 망라해 선정하는 2010 정부합동평가 우수상을 받았다. 이는 경기도에서 단독 선정된 것으로 그뿐만 아니라 대원들에게도 사기를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상을 계기로 정말 잘해야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그는 마침 쏟아진 함박눈을 맞으며 오전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대원 어깨의 있는 눈을 톡톡 털어준다. “미국의 경우 자원봉사자가 전 국민의 50%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자발적인 봉사자는 사회 발전의 풀뿌리이자 원동력 입니다”라고 강조하는 그는 리포터에게도 “당신이 자장 잘 하는 것 중 하나로 자원봉사를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한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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