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미만의 자녀를 둔 중산층 주부 1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자녀 유학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10명 중 3명은 해외 유학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라이프케어연구소 조사(서울 등 7대 도시에 살면서 10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 월 평균 가구 소득이 300만 원 이상인 30∼42세 주부 500명을 대상)에 따르면 “해외 유학을 보내겠다”는 응답자는 34%였으며, “고민 중”이라는 응답은 54%에 달했다. “유학을 보내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자들은 유학 시기를 대학 진학 때(40%), 초등학생 때(23%), 중학생 때(17%), 고등학생 때(12%), 대학원 진학 때(7%) 등의 순으로 제시했다. 초·중학교 때 보낸다는 조기 유학파가 40%에 달했다.
조기 유학 최적 시기는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언제 조기유학을 떠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없다.
Interprep 새숨학교 김종대 대표는 “개인의 목표나 목적에 따라 적정 연령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언어습득이 목표라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한국어가 부족한 초등생의 경우 혼란을 느낄 수 있으므로 장기보다는 6개월이나 1년 정도의 기간이면 좋다.
외국의 문화생활 적응을 통해 대학이나 사회진출을 목표로 한다면 중학교 졸업이나 고등학교 진학 이후가 적당하다. 유학 후 한국의 대학이나 한국기업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경우라면 초등학교 졸업 이후나 중학교 1~2학년인 경우에도 무리가 없다.
거꾸로 말하면 연령대에 따라 유학에 거는 기대치도 달라져야 한다.
초등학교 5~6학년만 돼도 최소 6개월, 중학생은 최소 1년 이상의 언어연수 기간이 우선돼야 통합학습이 가능하다. 이 경우 한국인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고등학생부터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 아이들만 있는 국제학교에서 따로 공부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김 대표는 “단편적인 학교 지식보다 무얼 목표로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확실한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아이의 수준에 맞는 학교를 정한 뒤 교육과정과 학교시설 등을 세세하게 점검하라는 것이다.
국가 선택은 이렇게
과거에는 ‘유학’ 하면 대부분 미국을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굳이 미주권이 아니어도 만족할 만한 학습 환경이 제공되는 나라가 많아진데다 비용이나 접근성을 고려한 조기 유학 수요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유학에 성공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국가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학부모가 조기 유학 국가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체크하는 항목은 비용 부분. 꼼꼼히 알아보지 않고 막연히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중국 순으로 비용을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김종대 대표는 “유학 후 목표가 무엇인지, 해당 국가에서 대학 등의 상급 교육기관으로 진학할 예정인지 등을 고려해 학교와 나라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아이비리그 진학이 목표인지, 단순히 영어 연수를 위함인지, 국내로 복귀해 대학에 진학할지 등 목표에 따라 국가 선택을 달리해야 향후 진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선택시 비용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국가별 특징>
미국 … 선호도 높지만 공립 입학 제한돼 학비 비싸
대학 선택의 폭이 넓고, 아이비리그를 보다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유학의 가장 큰 장점. 조기 유학 대상국 가운데 선호도가 가장 높다.
한국 학생들은 공립과 사립 중 사립 기숙학교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공립은 학비가 무료지만 부모가 유학비자가 있거나 주재원인 경우, 1년 기간의 문화교류비자로 들어온 교환학생이 아니라면 외국 학생이 미국에서 공립학교에 다닐 수 있는 방법은 희박하기 때문. 사립학교는 기숙학교(boarding school)와 통학학교(day school)로 나눌 수 있는데, 기숙학교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육 과정(ESL)이 있는 반면, 통학학교는 ESL 코스를 따로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
대개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높은 명문 사립학교일수록 ESL 코스를 제공하지 않아 높은 토플 성적(CBT 230~250점, IBT 90~100점)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조기 유학생은 대부분 1~2년쯤 ESL이 제공되는 기숙학교에 다니다 명문 사립학교로 전학한다.
캐나다 … 외국 학생에게도 공립 입학 허용
미국과 비슷하면서 치안은 안전하다는 게 캐나다의 장점. 공립학교도 외국 학생 입학을 허용한다는 점은 미국과 가장 큰 차이다. 대신 캐나다는 공립이든 사립이든 모든 외국 학생들에게 학비를 받는다.
미국은 공립과 사립의 수준 차이가 큰 반면, 캐나다는 교육 수준이 평준화되어 학교의 위치나 규모에 관계없이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공립학교마다 ESL 과정을 제공하고, 영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들의 진도가 느린 편이라 한국 학생들이 학업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다.
캐나다에도 외국인을 위한 국제학교가 있어 처음 유학 왔거나 영어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이 적응하기에 좋다. 공립이나 사립 입학을 준비하는 브리딩 코스(Bridging Course)로 적당하다. 비용은 사립학교 수준.
호주 … 외국 학생 입학 정책적으로 허용
우리와 학제가 비슷한 호주는 학비와 생활비가 다른 영어권 국가에 비해 저렴하고, 인터넷 환경도 우수하다. 외국 학생의 입학을 정책적으로 허용한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와 퀸즐랜드 주를 제외하고 공립과 사립 모두 입학이 가능하며, 학비는 사립이 공립보다 20퍼센트 정도 비싼 편. 사립학교 중에는 기숙사 시설이 있는 곳도 있지만, 공립은 기숙사가 없다. 외국 학생을 위한 전문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적어 대부분 입학 전 영어연수학교에서 진학에 필요한 영어 과정을 밟는다.
뉴질랜드 … 타 영어권 국가에 비해 인종차별 거의 없어
교육 환경이 안전하고, 영국의 교육 제도를 채택해 교육 수준도 높다. 영어가 부진한 학생을 위해 보조교사를 배치하고, 다른 영어권 국가에 비해 인종차별이 거의 없는 것도 장점. 학비, 생활비 등도 저렴한 편이다.
뉴질랜드의 학교들은 공립과 사립 모두 유학생들의 입학을 허용한다. 대부분 외국 학생들의 어학 능력 배양을 위한 ESOL(비영어권 외국 학생들을 위한 전문적인 영어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영어 교육과 정규 수업을 병행할 수 있어 입학시에도 영어 능력에 크게 구애받지 않지만 이 과정이 없는 학교는 입학 여부 결정시 영어 능력을 중시한다.
중국 … 제2외국어까지 습득, 조기 유학지로 급부상
2003년 3월부터 조기 유학이 공식적으로 허용된 후 최근 중국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조기 유학지로 급부상했다. 초창기에는 도피성 유학으로 인식돼 선입관도 있었지만, 학교 선택을 잘 하고 본인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중국 현지에서 언어와 문화를 습득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저렴한 경비와 접근성 외에도 중국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영어뿐 아니라 제2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증가 추세다.
한국 학생들은 보통 국제학교와 일반 공립학교 입학 중 하나를 선택한다. 국제학교는 미국계, 영국계, 싱가포르계 등이 있어 선택할 수 있고, 국가별 특징을 살려 현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 요즘에는 아예 한국인 상담교사를 배치한 곳이 많아 직접 상담도 가능하다.
도움말: Interprep 새숨학교 김종대 대표(051-731-0305)
김진명·정애선 기자, 강현정 리포터
정리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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