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나오션리조트 마지막 구비를 남겨두고 꺾어지는 도로에 주황색 포장마차가 서 있으면 그곳이 ‘신흥카페’다. 오른쪽이 신흥사 입구이자 동대산 맨발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요란스럽게도 ‘카페’라는 이름을 걸었지만 옛날국수와 파전, 두부김치, 삶은 계란이 주 메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를 때는 옛날 난로가 한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주위로 네 개의 테이블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 오전은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골프를 마치고 내려오는 골프객이, 오후는 동대산을 거슬러 오른 등산객이 많이 들르기로 유명하다.
물건으로 칸을 질러 놓은 주방 위엔 10가지도 넘는 메뉴가 손님을 반기지만 정작 손님들은 무조건 ‘국수’를 외치기 십상이다. 바쁠 땐 곰솥보다 큰 육수단지를 두 단지나 비울 정도로 바쁘다.
매일 아침 멸치로 육수를 우려내는 최순옥 사장은 “국수 맛이 별거 있나. 우리집 국수가 맛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별로 모르겠네. 뭐 비법이 있다면 무조건 1년 이상 묵은 집 간장을 쓴다는 게 있겠네”라며 사람 좋게 웃는다.
10년 넘게 한 자리서 사 계절을 보내는 최 사장은 이젠 삶고 있는 국수를 젓가락으로 건져만 봐도 익은 정도를 안단다.
이집 물국수는 기억 속 어렴풋한 친정엄마가 해 주시던 그 맛이다. 조미료 절대 없이 오로지 기본 재료만으로 맛을 내는데 멸치 육수가 정말 진하고 달다. 왠지 답답한 속이 풀리는 것도 같고 얼었던 손발이 녹는 것도 같다.
고명으로 올리는 계란지단, 김, 신김치, 부추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딱 적당한 양과 적절한 맛을 낸다. 최 사장은 손님에 따라 양을 많이 내기도 적게 내기도 한다.
가끔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들은 직접 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난로 위에서 폭폭 김을 내는 1.5리터 주전자로 물을 따르고 제각각 입맛에 맞게 마시는데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
마침 허기가 지던 터라 최 사장이 말아주는 국수를 후루룩 털어 넣고 문 밖을 나서는데 발밑이 온통 가을이다. 달리 ‘카페’가 아니었다. 자연이 만든 인테리어가 문 밖에 지천이었다.
이른 점심이나 늦은 아침을 가볍게 국수로 하고 동대산 등산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마우나오션 인근 신흥사 입구
영업시간: 오전8시~오후7시
메뉴: 옛날국수, 파전, 두부김치, 계란, 커피 등
문의: 052-293-0877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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