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두 차례 4년간 교육감으로 재직했고 다시 4년간 대전교육을 책임질 교육계 수장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을 만났다. 그가 펼칠 4년의 교육정책에 대해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가 선거 기간이나 취임 후 내놓은 공약과 정책보다는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일상을 통해 그의 교육철학을 가늠해보고자 노력했다. 그것이 오히려 독자들이 김신호 교육감과 그의 교육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교실의 변화’를 강조했다.
“교육이 바뀌려면 교실이 변해야 합니다. 변화와 창조의 시대에 걸맞은 교실에서만 새 시대에 맞는 교육이 가능합니다.” 김 교육감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과거의 교실은 지식주입식, 교사중심의 ‘일방통행’식이었다면 앞으로의 교실은 학생이 중심이 되고 쌍방향으로 소통해 창의력·사고력 신장 중심의 교육을 펼치는 교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의 방향이 달라져야 하고, 질문의 형태나 학습과제의 제시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초·중등 교사를 지냈고 대학 강단에도 서 봤던 그다. 교육현장에 대한 그의 설명은 간명하고 쉬웠다.
“조선시대 측우기를 만든 사람은 누구입니까 같은 단답식 질문으로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측우기가 발명됐는지, 또 당시 강우량 측정이 왜 중요했는지를 상상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종대왕과 장영실 얘기가 이해되고 기억되는 겁니다.”
그는 그런 ‘열린 교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교실과 학교 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그는 ‘보수 성향 교육감’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굳이 성향을 기준으로 자신을 분류하자면 ‘대 진보적인 보수 교육감’이라고 했다. “교육감은 교육전문가로서 비전을 정하고 지역 실정에 맞춰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수장입니다. 제가 제시한 정책은 오히려 진보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이 밖에도 기자와 나눈 교육에 대한 다양한 대화에서 그는 한 번도 막힘이 없었다. 교육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음을 느낄 만 했다.
그렇다면 인간 김신호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질문도 이쪽으로 넘어갔다. 첫 번째로 눈에 띈 것은 그의 집무실 벽에 걸려 있는 두 편의 시다. 직접 쓴 것이냐고 묻자 대뜸 학창 시절 문학동아리 얘기를 꺼냈다. “학창시절부터 무천문학동인회라는 문학동아리 활동을 했었죠. 그 땐 밤새 시와 문학을 논하며 술잔을 기울이곤 했는데.”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는 모습이다. 그는 스스로를 ‘시인이요 수필가’라고 소개하기까지 했다. 그가 쓴 여러 편의 시도 보여줬다. 실제 당시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시인으로 등단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교육자’의 길이었다.
“문학 활동을 하고 싶었죠. 그 땐 그런 열정이 있었어요. 하지만 학자의 길 또한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기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어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아마 문학의 길을 선택했을 겁니다.”
여전히 문학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는 말이다.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시와 수필을 쓴다. 시간이 허락하면 더 좋은 글을, 더 많은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문학가이기에 앞서 독서광이기도 하다. 밑줄을 긋고 메모지를 붙여가며 가며 책을 읽는 습관을 가졌다. 늘 책을 들고 다니며, 틈만 나면 꺼내 본다. ‘여유 있는 삶을 위해 하루를 사는 지혜’(박요한 작), ‘대한민국 다시 읽기’(한창수 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법정스님 잠언집) 등이 그가 최근 즐겁게 읽은 책이다. 책을 펼쳐 이 책들 중 기억에 남는 몇 구절을 직접 읽어주기도 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지식과 정보의 융합에서 나옵니다. 책에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들어있죠. 앞으로 학교교육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문학과 가장 어울릴 법한 분야가 음악이다. 그도 역시 음악을 좋아한다. 집무실에는 언제나 잔잔하게 음악이 흐른다. 인터뷰 중에도 클래식 선율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팝과 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장르의 음악을 듣는다. 저장된 곡만 4000곡이 넘는다. 직접 연주하고픈 욕심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타악기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괭가리와 장구, 드럼 등 타악기를 배우고 싶어 했다. 기자 앞에서 덩실 장구춤을 추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드럼 역시 그가 조만간 도전할 분야 중 하나로 꼽았다. 그의 마음이 방향을 정했고, 열정이 살아있으니 시간만 허락한다면 그는 조만간 훌륭한 드러머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그는 한 장의 사진을 꺼내보였다. 체육관에서 발차기를 하는 사진이다. 며칠 전 찍었다고 한다. 실제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배구, 탁구, 당구 등 모든 다양한 종목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격렬한 운동인 합기도도 그가 열심히 한 운동 중 하나다. 현재 공인 2단이다. 60이 가까운 나이지만 지금도 가끔 도장에 나가 젊은 선수들과 대련할 정도로 왕성한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다. 왜소해 보이는 외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금의 제 본분은 대전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대전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지금 제게는 가장 큰 관심분야입니다.”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준 ‘열정’이 대전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도 투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호 교육감은...
- 1952년 충남 논산 출생
- 강경상고, 공주교육대, 숭전대(현 한남대) 사범대 졸업
-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아주립대 교육학 석사
- 미국 아이오와대 교육학 박사
- 초·중등 교사, 공주교대 교수
- 4대 대전시교육위원
- 6~7대 대전시교육감
- 한국초등상담교육학회장
-전국 시·도교육위원협의회 교육개선특별위원회 위원
- 한국교육학회, 한국교육심리학회, 한국초등교육학회, 한국교원교육학회 회원
-미국심리학회(APA), 미국교육연구학회(AERA) 회원 - 행정자치부 국가고시 출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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