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에서 시댁과 친정의 차이는 없다! 아들딸을 떠나 총 상속재산의 1/N(자녀 수)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법정 상속분이다. 과연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주부들은 며느리로, 딸로 어떤 셈을 하고 있을까? 3040 주부 100명에게 상속에 대해 물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어쩔 수 없는 것?
그러나…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부들에게 상속이란 어떤 의미일까? 설문 조사는 상속의 의미를 짚어보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응답자 총 100명 중 60명이 상속을 ‘있으면 좋고, 없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답했다. 뒤를 이어 ‘부모가 주는 마지막 선물’(20명), ‘내 인생의 종잣돈’(15명) 순이다. 상속을 부모에게서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라 밝힌 이는 4명.
하지만 이건 워밍업에 불과하다.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있다면 꼭 받겠다는 의견이 다수. 시부모의 재산에 대해 남편이 반드시 상속을 받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무려 66명이 ‘그렇다’는 답을 택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우리나라 상속 문화의 특징으로 가장 먼저 ‘상속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태도’를 꼽는다. “개인적인 성취보다 상속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태도가 특히 강한 것이 한국 사회의 특징이죠.”
부모의 재산 상속은 Yes, 채무는 No!
상속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상속의 범주를 놓고 다시 한 번 갈린다. 부모의 채무 상속에 대하여 채무 승계의 범위를 어디까지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자식으로서 무한책임을 진다’는 의견은 10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무한책임은 지지만 후대까지 대물림은 하지 않겠다’는 의견은 19명. 반면 ‘상속재산 안에서만 유한책임을 지겠다’는 의견이 72명으로 대세다. ‘채무액이 상속액보다 클 경우에는 아예 상속을 포기하겠다’는 기타 의견도 2명 있다. ‘미리 부모에게 채무부터 정리하라고 조언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상속을 둘러싸고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점은 맏며느리들의 관점이다. 설문에 참여한 주부 100명의 비율을 따져보면 맏며느리(38명), 가운데 며느리(26명), 막내며느리(18명), 외며느리(18명)로 나뉘는데, 며느리로서 어느 위치에 속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답변도 꽤 많았다. 시부모의 재산을 남편이 꼭 받아야 한다고 답한 66명을 살펴보면 이중 24명이 맏며느리다.
채무 승계의 범위를 묻는 질문에 ‘상속재산 안에서만 유한책임을 지겠다’라는 답변만 봐도 맏며느리(29명), 가운데 며느리 (18명), 외며느리(13명), 막내며느리(12명) 순으로 맏며느리와 외며느리의 경우 상속을 기본 전제로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상속의 배분을 결정짓는 기준점을 묻는 질문에서 맏며느리들은 ‘부모 부양의 몫’(13명)과 ‘부모의 마음’(7명)을 가장 많이 선택한 반면, 둘째·셋째 며느리들은 ‘유언’(6명)과 ‘공평함과 평등’(8명)을 배분의 기준점으로 꼽아 스스로 느끼는 시댁에서 자신의 위치 차이를 잘 보여준다.
며느리 vs. 딸, 입장 따라 달라지는 속마음
상속에 있어 몇째 며느리인가 만큼 중요한 문제가 바로 친정에서 위치다. 주목할 점은 대다수 주부들이 상속에서 며느리와 딸을 엄격히 구분지어 생각한다는 점이다. 앞서 시부모의 재산을 남편이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66명인 데 반해, 친정의 재산을 자신이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의견은 48명에 불과했다.
특히 시댁 쪽 상속에 있어 맏며느리의 답변이 두드러진 것처럼 친정 쪽에서는 장녀의 답변이 부각된다. 친정 부모의 재산 상속을 자신도 반드시 받겠다고 밝힌 48명 중 장녀는 19명에 달한다. 응답자 중 30퍼센트가 장녀임을 고려해본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다. 그렇다면 딸들이 생각하는 상속의 적정선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에서는 장녀와 함께 ‘1남1녀’에 해당하는 외동딸들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총 34명이 응답한 ‘무조건 1/N’이라는 주장은 장녀(15명)에 이어 위로 오빠를 둔 외동딸(8명)이 가장 많은 답변을 했다.
상속을 둘러싼 며느리와 딸의 다른 입장은 상속 시 남편과 의견 차이에 대한 해결법을 묻는 질문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시부모의 재산에 대한 의견 차는 ‘시댁의 문제니 남편의 의견대로 따르겠다’(41명), ‘남편과 절충안을 찾겠다’(38명)에 이어 ‘어떻게든 남편을 설득해 내가 생각한만큼 받도록 만들겠다’(17명)는 답변이 나왔지만, 친정 부모의 재산을 둘러싼 의견 차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남편이 원하는 만큼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에 한 명만이 체크했다.
세대간 부의 불평등 더욱 심화돼
자, 그렇다면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부모를 공양하고 아이를 키우는 이 시대 주부들의 미래는 어떨까? 현재의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할지 물어봤다.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70명, ‘아니다’라고 밝힌 응답자는 30명으로 나타났다. 재밌는 것은 부모 재산에 대해 상속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던 맏며느리와 장녀일수록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의견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답한 70명 중 맏며느리는 28명, 장녀는 22명에 달한다.
자녀 상속, 성별 차이는 그만? No!
현재 부부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할 때 자녀의 성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91명은 ‘전혀 상관없다’고 답했지만, 여전히 ‘자녀의 성별이 상속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9명에 달했다. 응답자 9명 중 6명이 맏며느리에 속하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 9명은 자신이 생각하는 상속의 비율을 묻는 질문에 6명의 응답자가 장남에게 우선 50퍼센트를 주겠다, 아들과 딸을 7 : 3으로 나누겠다, 아들과 딸을 2 : 1의 비율로 나누겠다고 각각 2명씩 답했다. 나머지는 6 : 4, 4 : 3 등 각자의 기준에 맞는 비율을 밝히기도.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에게 상속에 대한 건강한 관점을 물었다.
“건강한 사회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발휘되어 부가 축적되고, 그것이 사회에 환원되는 사회겠죠. 개인이 노력하지 않고 어느 집안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면, 결국 태어난 집안에 따라 개인의 삶이 모두 결정되는 과거의 사회로 돌아가는 셈이죠.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노력했느냐가 중요한 사회가 현대사회라 할 수 있죠.”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