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 위한 경제공동체 이룰 터
현재 사회적 기업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도 예비사회적기업 ‘정(精)찬’은 지난 2009년 설립된 ‘정(情)찬 도시락’ 사업으로 출발했다. (사)나눔과 섬김이 부천의 우리배움터 등 4개 지역아동센터 아이을 돕기 위한 고민으로 시작해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발전하기까지, 이들의 노력은 지역사회를 밝히는 환한 등불이 되고 있다. 이웃의 삶에 대한 근본 문제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낸 이후, 지금 이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지난 17일 정찬 김치 작업장에서 이득규 실장과 직원들을 만났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자
“우리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도움 줄 일은 없을까. 그렇다면 그 애들의 근본 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아! 그렇다. 우선 부모의 실업으로 인한 빈곤을 해결하자. 아이들의 부모가 일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보는 거다.” 이득규 실장은 ‘정찬 김치’ 사업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학부모는 장기실업으로 경제적인 타격을 받고 있었다. 또 일하는 부모들은 잦은 야근으로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년 5월 (사)나눔과 섬김은 사회적 일자리사업단인 정찬 도시락을 설립, 지역아동센터 부모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도시락을 내 아이를 먹인다는 사명감으로 정성껏 만들고 있어요. 실제로 사업 참여자들의 아이에게 먹일 김치를 제조하다보니 고객들에게 믿음도 주게 됐지요. 좋은 재료를 엄선해서 만든 상품에 부모의 마음이 담겨있답니다. 많이 찾아주세요.” 이곳에서 만든 김치는 100% 국내산 우리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한다. 현재 포기김치와 깍두기, 총각김치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믿을 수 있어서 좋다’는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결식아동과 어르신을 위한 급식 지원 기관은 주 납품처가 됐다. 부천장애인종합복지관과 삼정복지회관, 부천지역 지역아동센터들과 성남의 행복도시락을 비롯한 행복한 생협공동체에도 질 좋은 상품을 납품하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연결된 믿을만한 상품
정찬 김치의 특징은 결식아동인 소비자와 생산자인 학부모가 연결돼 있어서 화학조미료나 건강에 해로운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생산과 유통이 일원화돼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가장 신선한 김치를 직접 배송한다는 것도 자랑이다. 집단급식소와 무료급식소를 중심으로 판매되는 제일 인기 있는 상품은 포기김치다. 액젓과 새우젓을 사용해서 담백한 맛이 난다. 또한 보관을 잘해서 시간이 지나도 김치 고유의 맛이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찬 김치는 시원하고 깔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치 이외에도 친환경 유기농 도시락을 비롯, 단체 도시락을 생산하며 방학 중에는 결식아동 급식지원 도시락을 생산해서 배달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제 걸음마를 준비하는 단계예요. 현재 월 2000kg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 걸요. 재료는 직접 농산물 도매시장에 가서 사와요. 국내산 김치를 천일염으로 절여서 영양사가 준비한 레시피를 활용해서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시원하고 깔끔하다’는 괜찮은 평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다. 1kg 기준으로 포기김치 4000원, 깍두기 3000원, 총각김치 4500원이며 10kg 이상을 주문하면 무료로 배송해준다. 여름에는 kg당 4000원인 열무김치도 판매하고 있다. 매운 맛, 안 매운 맛 등 고객들의 입맛을 고려한 상품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역기관에서 검증받은 맛, 지역사회로 확대할 터
부천에는 (주)고마운 손과 (주)나눔과 돌봄 등 4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 이와 더불어 정찬 김치는 올 하반기에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사업 확대를 꿈꾸고 있다. 정찬 김치의 모토인 신선, 건강, 공헌을 바탕으로 친환경 상품을 만들고 사회에 수익을 분배하는 시스템으로의 발전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심효숙(41)씨는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여기 취업해서는 시간도 생겼고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뿐입니다. 아침도 못 먹고 급식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정찬김치에서는 복지관 등 지역의 기관에서 검증받은 맛을 일반 가정에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7월부터 아파트 게시판에 홍보를 시작해서 김치의 맛을 널리 알리려는 생각에서다. 또한 올 김장철에는 부천시민과 함께하는 김장나눔대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10명의 직원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겠어요. 취약 계층을 우선 채용해야죠. 희망 근로 같은 반짝 고용이 아닌 무한성장하는 일자리로 꾸준히 발전해갈 생각입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미니 인터뷰 - 정찬 김치 이득규 실장
이득규 실장은 (사)나눔과 섬김에서 일한 지 4년이 됐다. 경기도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된 정찬김치 작업장에서 직원들과 열심히 일하며 빈곤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통한 경제공동체를 꿈꾼다. “김치는 1000명이 만들면 1000가지 맛이 나는 음식이죠. 배추 상태와 물, 부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까요. 정찬 김치의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도농 협력을 통한 로컬 푸드를 활용해서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공급받구요,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안정적인 수급구조를 만들어가는 게 급선무일 거예요.” 이 실장은 현재보다 많은 월 5000kg 이상의 판매수익을 올린다면 안정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본다. 하반기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소포장 제품을 생산해서 다양한 제품군으로 일반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임옥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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