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품거래소 추진 의지 ‘아리송’

정부, 금 이외 상품거래소 2014년 이후 논의 … 광주시, “대선 공약 지켜라”

지역내일 2010-07-07
정부가 금을 제외한 농산물, 원유거래소 설치논의를 2014년 이후로 유보하자 상품거래소 유치에 나섰던 지자체가 허탈해 하고 있다.
특히 유치전에 나섰던 광주광역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역 대선공약이었던 점에 주목, ‘대선공약을 지키라’며 대규모 서명운동을 준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맥 빠진 유치전 = 정부는 지난 23일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위기관리대책위원회를 열고 ‘금 거래소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상품거래소 단계별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금 거래소가 오는 2012년 1월 부산에 있는 한국거래소 산하에 설치되며, 원유 및 농산물 거래소 설치시기는 오는 2014년 이후에 논의될 예정이다.
상품거래소 유치에 전력을 다했던 광주시와 전북도, 대구시 등은 거래소 설치시기가 크게 밀쳐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 지자체는 정부가 당초 계획과 달리 거래소 규모를 금을 비롯해 식량·원자재까지 확대하자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또 고용인원 1만명, 생산유발효과 1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사활을 걸었다.
광주시는 지난 4월 상품거래소 유치를 위해 추진위원회와 태스크포스 등을 구성하고, 지방선거 와중에도 기획재정부장관 간담회까지 열었다. 또 다음 달에는 국회포럼을 열어 분위기 확산에 나설 방침이었으나 정부 방침 때문에 모든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전북도도 새만금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어야 한다며 유치전에 가세했다. 지난해 새만금 종합실천계획 발표에 맞춰 국제상품거래소·동북아개발은행·의료기관과 국제적인 대학 등 4대 핵심기관 유치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북도는 중국과 인접한 환황해권에 있는 새만금의 입지를 살리면서 익산 귀금속단지의 금과 비철금속 등을 지정상품으로 거래하는 현물과 선물의 복합 상품거래소를 구상했다.
그러나 정부가 단계적 추진으로 방향을 잡자 이런 구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상품거래소 유치추진 자문위원 등 전문가 워크숍과 포럼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유치 타당성을 알려나갈 계획이지만 주도권을 쥔 정부방침의 변화 없이는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구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철섭 대구시 정책과장은 “학계를 중심으로 상품거래소를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 세미나 등을 추진했다”며 아쉬워했다.

◆지자체, 정부 의지까지 의심 = 광주시 등 이들 지자체는 ‘정부의 상품거래소 추진 의지’까지 의심하고 있다. 광주시는 대선공약을 지키려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상품거래소 유치지역을 결정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또 대선공약을 지키라며 대규모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1월 광주에 농산물 거래소 설치를 공약했다. 지역 정치권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광주 광산 을)은 “상품거래소 광주 유치 공약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누가 대통령과 정부를 신뢰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전북도도 상품거래소 설치시기를 2014년 이후로 유보한 것은 사실상 정부의 추진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입장은 전혀 다르다. 저장시설 등 인프라가 전혀 없는데 어떻게 추진하냐는 것이다. 송준상 기획재정부 정책조정총괄 과장은 “여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추진하느냐”며 “의지만 가지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광주 방국진·전주 이명환·대구 최세호 기자 kjbang@naeil.com
정부 상품거래소 추진 의지 ‘아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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