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고광률 소설가

조광조, 너 그럴줄 알았지

지역내일 2010-06-26 (수정 2010-06-26 오후 11:19:41)
  글 쓰는 사람치고 돈 밝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이 시대가 자본주의 시대이고 보면 돈을 아주 외면할 수도 없다. 이것이 글 쓰는 사람들의 현실적 고뇌다. 돈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꺼이 흥행성을 쫓아야한다. 하지만 작가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작품성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용감한 사람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속담과 같이 용감한 사람만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법.

“부끄러움과 긍휼이 가벼이 취급받는 세상에서 글 쓰는 자는 미련한 사람이지요. 그 미련스러움 때문에 글 쓰는 사람들을 가엾고 귀히 여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시절도 갔습니다. 글이 재미있으면 사랑받고 재미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세상이지요.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재미를 찾아 기꺼이 어릿광대의 마음으로 유리걸식을 자처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저는 글로 먹고 살지 않아 유리걸식 하지 않아도 되니 행운이지요” 대전대학교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는 고광률 소설가(49)의 말이다. 그는 글 쓰는 일로 생계를 꾸리지 않아도 된다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이 세상에 대해 분노할 줄 아는 글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여러 부분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납득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침묵하거나 애써 외면한다. 그것이 이 사회를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저는 아직도 균형 잡힌 글쓰기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분노 때문입니다. 분노하면서도 납득하려고 덤비는 내가 터무니없고 하찮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분노를 균형 잡아 솜씨 있게 이야기하는 분들을 보면 마치 도인 같아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한편 내가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가 싶어 창피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칭얼대듯 고자질하듯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은 열정이 강한 사람이다. 세상에 대한 분노를 삭혀가며 밤 새워 원고지를 메워가는 소설가의 모습이 한눈에 그려지는 대목이다. 고광률 소설가는 대전대학교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에 최상규, 박범신 소설가의 추천으로 <호서문학>을 통해 문단에 데뷔하여 17인 신작소설집 『아버지의 나라』에 단편「통증」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는『어떤 복수』와『오래된 별』이 있다. 이번에「화남」출판사에서 펴낸『조광조, 너 그럴줄 알았지』는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을 정리하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소설집이라고. 그는 앞으로 역사의 뒤편에 억눌려 있는 왜곡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조명하는 추리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는 영동 노근리 사건과 산내 양민 학살 사건, 그리고 백제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라고. 『조광조, 너 그럴줄 알았지』에 표사글을 쓴 현기영 소설가는 그의 소설에 대해 “담론 소설 혹은 에세이 소설”이라고 평하면서 “최근 우리 대학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박범신 소설가는 “고광률 작가의 시선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부조리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고 표사글에 쓰고 있다. 그의 소설에는 모두가 쉬쉬하며 묻고 온 이야기들을 속 시원하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조용숙 리포터 whydtnr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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