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받을 준비 다 하셨어요?

박남 시인의 꽁트칼럼(49)

지역내일 2001-09-26
다들 이맘때면 미치죠?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억수로 스트레스 받네요. 집집마다 다양한 사연들이 있지요. 고부간의 갈등이야 태고적부터 있어 온 거니 새삼스럽게 떠드는 거 자체가 식상하지요. 지지고 볶고, 이때만큼은 정말 여자로 태어난 게 철천지원수 같지요. 그 중에서도 명절이 제일 곤욕 아닌가요?
명절 때마다 각양각색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죠. 제각각 사연으로 가슴에 응어리가 있지요. 별다른 사연이 없는 집은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할까요. 10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어도 별 신통한 방법이 없더군요. 명절증후군이라고 하나요?
삭신이 빠개지도록 여자만 일한다고, 얼마나 말이 많아요? 명절 때만 아픈 며느리들 너무 많지요? 부부사이에 싸움도 하구요. 우리 집은 보통 집들하고는 좀 사연이 달라요. 대개 시어머니하고 동서들 때문에, 혹은 시누이 때문에 골머리를 썩잖아요? 그런데 우리 집은 시아버지 때문에 그냥 돌아 버려요.
“애아범이 옛날에 나한테 그랬다. 험! 험! 거, 뭣이냐-!” 하면서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정말 오금이 저림니다. 애아범이 한말이면 애아범한테 할 일이지 저만 보면 ‘애아범, 애아범’ 노래를 불러대는데 정말 죽을 맛입니다. 그것도 나를 만나기 전에, 그 옛날 고려짝에 한말을 늘어놓을 때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요.
그 고려짝이라는 것이 너무 어마어마합니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때 아버님 구두를 해 드리겠다고 한 이야기까지 끄집어내면서 돈을 내놓으라고 할 때는 정말 의심이 간답니다. 하두 답답해 남편한테 물으면 기억도 안 난다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지요. 집안 살림살이는 물론이고, 사돈의 팔촌까지 챙기면서 돈 내놓으라고 협박을 한답니다.
그 옛날 당신 아드님과 어떤 약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왜 나한테 그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요. 화가나서 남편한테 따지면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당신이 좀 참으라’고 하는군요. 장장 28년을 참아 왔습니다. 아끼고 아껴 돈을 모으면 뭐합니까. 어떻게 아시고 그러는지 달랑 아버님 수중에 들어가고 마는걸요.
어쩌다 거절을 하면 온갖 유치 찬란한 방법으로 당신 만족을 하시고야 끝을 냅니다. 돈이 없으면 자식이 아니라 원수랍니다. 예전에 컴퓨터도 아이들보다 아버님 걸 먼저 장만해드렸으니 말해 뭐하겠어요. 예전에 교사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더군요. 어쩌다 서울에 올라오셔도 집안에 뭘 들여놨나 염탐하러 오시는 거 같습니다.
오로지 자신만 아시니 시어머니를 챙겨 드릴 여유가 없습니다. 다행이 시어머님은 별 말이 없어서 그냥 모른 척 넘어가지만 켕기는 건 켕기는 거죠. 우리는 한번도 먹어 보지 못한 음식도 사서 보내라고 하시고,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기고 정말 환장합니다. 앞으로 결혼할 여자들은 남편될 사람이 집안어른과 사전에 무슨 약조를 하지 않았나 따져 보고 결혼해야 할걸요? 아이고, 정말 환장해요.
잡담 한마디 : 오호! 정말 따져 보아야겠군요. 아니면 결혼 전에 시부모님께 미리 새로운 약조를 해 두던가 말이죠. 아니면 빌어먹을 채무관계를 다 끝내고 난 뒤에 결혼을 하던가, 무슨 방도를 내야겠군요. 하이고, 속 타겠어요. 날도 쌀쌀한데, 얼음물 한잔 드릴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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