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 인문학 강좌

배우는 즐거움 넘어 잃어버린 자아 찾기

지역내일 2010-05-22

4050주부들,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자녀와의 소통에 도움 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자아 찾기…중장년 남성들 매료


지난 몇 년 동안 경영계에 불었던 인문학 열풍이 최근에는 일반인, 특히 중년층을 대상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경제계 인사들이 세계 경제위기의 불황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문학에 귀 기울였다면 일반인들은 배우는 즐거움 자체를 만끽하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인문학 강좌를 듣는 일반인들의 연령은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많다. 심지어는 백발의 노신사가 강의를 듣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사실 그 동안 주부대학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등 인문학 강좌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주부들의 발길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인문학 강좌가 열리는 교실에서 4~50대의 중년 남성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왜 인문학에 빠져드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인문학이 중장년층에게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주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지난 6~80년대 경제성장기에 생계와 자녀 양육 등으로 숨 가쁘게 살아왔던 이들에게 당장은 소득과 연결되지 않는 인문학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녀들이 성장하고 경제일선에서 퇴직하거나, 퇴직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되면서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절실해졌다. 
 

인생의 중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근원을 만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는 나현우(현우글방) 씨는 평촌과 안양권 주부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현우글방의 인문학 강좌는 시작 전 얼마나 많은 주부들이 관심을 가질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4~50대 주부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나 씨는 "지역신문에 조그맣게 소개가 된 후 큰 기대를 갖지 않았는데 결과는 예상 외였다"며 "공간이 협소해 많은 인원이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10여 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첫 6개월 동안의 강좌는 철학, 사회학 등 인문학 전반에 대한 강의로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수강생들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하는 인문학적 토대에 대해 활발히 토론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면 실생활과 괴리된 조금은 따분하고 지루한 부분이 부각되면서 수강생들의 이탈도 불러왔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한 6개월 과정의 강좌는 ''우리역사이야기''로 주제를 바꿔 진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강의 주제가 조금은 가벼워지고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으로 옮겨오자 수강생들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수강생 대부분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들이기 때문에 자녀들과의 소통은 물론 학습적인 면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
 나 씨는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가장 가까워야할 부모님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에 대한 강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수강생이면서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경숙 주부는 "어느새 부턴가 개발, 경쟁, 성장 등이 삶의 목표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며 "젊은 시절부터 꿈꿔온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강의를 듣게 했지만, 강의를 통해 잃어버린 자아의 발견은 물론 자녀와 주변 사람과의 소통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교수진이 함께 하는 수준 높은 강좌
안양역사관에서 지난해 가을 강좌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제2기 박물관대학''은 역사와 미술사, 고고학을 아우르는 수준 높은 강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가을 진행되었던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고대사 이야기 Ⅰ''에 이어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고대사 이야기Ⅱ''에서는 통일신라에서 발해의 역사와 미술사적 의미를 강의한다.
 매주 금요일 마다 진행되는 박물관대학 강좌는 총 8회에 걸친 강의가 진행되는데, 각 시대와 테마별로 역사와 미술사, 고고학을 아우르는 국내 최고의 교수진으로부터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때문에 이 박물관대학에 참여하는 수강생들 역시 인문학 관련 일회성 특강보다는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강의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정재은 학예사는 "안양역사관은 단순한 일반 문화공간과 차별화되는 지역 내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 때문에 그에 걸 맞는 강좌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내용 면에서 내실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물관대학의 강의가 전문성에 높은 비중을 두는 만큼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란 문제제기도 있다. 하지만 직접 강의를 듣다보면 이런 문제제기는 지나친 기우였음을 알 수 있다는 게 정 학예사의 설명이다. 정 학예사는 "주제만 놓고 본다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 강의는 재미있고 활력 넘치는 강의라 할 수 있다"며 "강의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장답사도 이루어지고 있어 남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이 박물관대학을 통해 인문학을 만나고 있다면 어린 자녀를 둔 3040 주부들은 안양역사관의 다양한 어린이 교육사업을 통해 인문학을 만난다. 2,4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안양역사관 탐험대''와 ''우리가 만드는 안양역사관''프로그램은 자녀와 함께 부모님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우리지역의 역사는 물론 선조들의 생활모습 등을 학습하게 된다.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팀과 전시팀 등과 연계 프로그램도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우리 역사에 한 걸음 다가서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
 진인복 주부(박물관 대학 2기 수강생)는 "박물관대학을 다니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고, 역사를 이해하는 시각이 넓어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산물이 아닌 현재의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세상을 이해하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진 리포터 joli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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