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200km쯤에 제2의 도시, 인구 60만의 포칼라(Pokhala)가 있다. 카트만두의 서쪽 히말라야 산맥의 준봉인 안나푸르나가 있다. 카트만두에서 에베레스트로 가기 위해서는 동북쪽으로, 안나푸르나를 등정하거나 트레킹을 하기 위하여서는 서쪽, 포칼라에 가야한다. 제주도 남쪽으로 600km 지점과 위도가 같다. 상록의 아열대 도시이다. 꽃피는 아열대의 도시에서 언제나 뒷산의 만년설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실제 거리는 4~5일 트레킹을 해야 설산을 만날 수 있다. 이 숨 막히는 경치 하나만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모여든다. 산록의 분지로 되어 있는 포칼라는 공해가 없는 깨끗한 관광지이다. 카트만두에서 200km의 가까운 거리이지만, 7시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직선거리는 90km, 12승 경비행기로 30분 거리이다.
차이(茶) 맛이 일품이었다. 차이는 차(茶)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네팔과 인도에는 차이가 있다. 차이는 차와 우유, 그리고 생강 후추를 넣어 같이 끓인 것으로 차와 다르다. 차이는 네팔뿐만 아니라 티벳에서도 먹어보았다. 우유는 식량, 차는 비타민C이다.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 식품인가는 ‘차마고도’에서 보았다. 차는 기호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비타민C를 섭취하지 못하면 여기 사람들은 살아갈 수가 없다. 한잔에 200원 정도이다. 우리나라 대학캠퍼스에 들어가면 자판기로 150원짜리 커피가 있긴 하다. 1천원 70루피 환률, 20루피 찻값은 여행객에게는 참으로 값이 싸 보인다. 네팔을 대표하는 음료로 꼽아도 좋을 성 싶다. 화장실 사용료는 5루피이다. 공짜가 없다. 포칼라로 들어가는 버스는 매 두 시간마다 쉰다. 생리현상과 차이(茶) 때문이다.
포칼라는 공해가 없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여행 일정 중 경이로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 최고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경치가 아닐까 생각했다. 2006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왔을 때,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로 포칼라에 도착해 일주일간 트레킹을 했던 곳이다. 두 번 보아도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설산이 아침햇살을 받으면 산정은 황금색을 띈다. 포칼라에서 보는 경치,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산 경치는 없다. 해돋이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포칼라의 언덕, ‘사랑곳’으로 왔다. 히말라야 등반대를 통해 익히 듣던 안나프르나(8,091m), 다울라기(8,172m), 마나술루(8,163m)가 한눈에 들어온다. 장관이다. 안나푸르나가 신의 집이란 말이 허언이 아니다.
전망대에는 차이 집이 있다. 차이와 함께 화석을 팔고 있었다. 아모나이트이다. 아모나이트(Ammonite)는 주리아식 기(1억7천만 년~6천500만 년 전)에 살았던 해양 생명체의 화석이다. 소라와 비슷하다. 공룡과 같은 시대에 살았고, 공룡이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져버렸다. 그 귀한 화석을 한가마니나 파놓고 한 개에 5불에 팔고 있었다. 보물급이다. 수많은 생명체가 있지만, 그 개체가 화석이 될 확률은 수억 분의 일 정도가 된다. 영겁의 세월 속에 화석이 되기까지 정말 희귀한 확률로 돌로 변한 것이다. 8천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도 한때는 바다 밑에 있었다. 영겁의 세월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실은 시간을 무한으로 쓰고 있는 힌두교가 왜 히말라야 남쪽에서 시작했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히말라야는 거대한 산맥이다. 히말라야 산맥은 우리나라의 지질에 비하여 나이가 젊다. 6천만 년 전에 인도대륙이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하면서 육지로 솟아올랐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가파른 ''V''자 계곡의 한 면을 깎아 만들었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는 없다. 포칼라에서 룸비니까지의 가파른 계곡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형적인 ‘V''자 계곡이다. 안나푸르나에서 흘러내리는 큰 하천 유역인데도 경작지도 마을도 거의 없다. 전기가 부족한 나라에 수력발전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하천은 급류이고 ’V‘자 계곡, 유역면적이 없어 보상할 필요가 없다. 댐을 막기만 하면 된다. 수력발전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네팔에서 수자원을 이용하지 않고서 전기를 풍부하게 쓸 대안은 없어 보였다. 석가모니가 네팔에서 태어났다. 룸비니이다. 유적지라 할 만 한 유산이 남아 있지 않았다. 불교의 성지로 지정되어 있다. 위대한 종교, 불교의 발생지 유적 치고는 볼품이 없었다. 인도대륙은 힌두교가 주류이다. 힌두교도들은 일상생활에 특별한 종교적 의식이 없어 보인다. 메카를 향해 절을 한다던가, 몸에 십자가를 그리는 행위,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는 종교의식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과 생활 속에는 힌두이즘이 깊이 베여 있다. 사원에 가면 의식을 한다. 유대교, 예수교, 이슬람교는 사막의 종교이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바하이교는 강의 종교이다. 그 발원지에서 보면 위대한 종교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적응일 뿐이다. 히말라야 산맥은 물을 만들어내는 신이다. 힌두교, 불교, 라마교, 자이나교, 바하이교는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강가(갠지스 강)를 신으로 믿는다. 그 신의 이름이 무엇이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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