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주말 즐기기 프로젝트 - 둔지봉

분당 궁내동의 재발견

지역내일 2010-04-19

행락철이 도래하면서 주말마다 전국 곳곳 도로가 막혀 몸살을 앓는다. 이럴 때일수록 가까운 지역에서 기름 값 아끼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기는 산행이 최고. 이번 주 코스는 분당 도심 곁 호젓한 능선자락인 궁내동 ‘둔지봉’을 소개한다. 23번 ‘대왕판교로’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대중교통(서현, 수내역에서 80-1번, 미금, 정자역에서 80번)을 이용하기도 좋다. 산행 전후 궁내동 맛집을 골라보는 것도 주말 가족나들이의 백미이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궁내동 궁안마을의 유래
분당 ‘궁내동’은 궁(宮)의 안뜰처럼 아늑한 곳이라는 뜻의 ‘궁안(宮內)’에서 나온 명칭이다. 또한 중종의 다섯째 아들 덕양군의 묘역이 들어서면서 관리를 위해 조정에서 작은 궁을 지었는데 그 궁에서 유래된 명칭이기도 하다. 궁내동 23번 대왕판교로에서 궁내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토박이말로 ‘궁안마을’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궁안마을 안쪽 사당 뒤에 덕양군의 묘역이 있는데, 풍수 지리적으로 훌륭하고 연구가치가 있는 자리라고 한다.

①궁안마을 들머리(등산로 입구)
이곳을 찾기 위해서는 네비게이션으로 ‘궁안마을’을 검색하면 된다. 23번 대왕판교로에서 궁내빌딩을 끼고 ‘궁내길’로 진입한다. 궁내빌딩 주변에는 찐빵집들이 있는데 따끈한 찐빵과 만두를 한 팩 사가지고 산에 올라가면서 먹으면 심심치 않다. 이 길에 들어서면 분당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멋진 단독주택과 저층 빌라들이 이색적이다. 궁내길 왼쪽 ‘빕스빌 빌라’와 ‘한국기기유화연구원’을 지나면 궁안마을 80, 80-1 마을버스 종점에 이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곳에서 하차할 수 있다. 여기에서 오른쪽 ‘고자낭골길’로 접어들면 ‘노블레스 빌라’를 만나게 되는데, 이 빌라의 오른쪽 밭 사이 길로 들어서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②태봉산 자락 호젓한 둔지봉 (30~40분 소요)
둔지봉은 해발 고도가 낮은 마을 뒷동산이라 초보 등산객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등반으로 부담이 없다. 등산길 초입만 약간 경사가 있어 운동이 되고, 중턱에서부터는 능선이 넓게 펼쳐져 편안하다.
찾는 사람이 드물어 등산길은 좁은데 소나무를 비롯해 나무들이 울창한 숲이라 삼림욕하기에 좋다. 중턱에는 진달래 군락지도 있어 봄철 주말 트레킹 코스로 추천하고 싶다. 10~15분 만에 도달하는 정상에서 ‘통덕랑 묘소’라는 팻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묘소에 올라가보면 양지바른 명당자리를 감상할 수 있다. 
내려오는 길에 ‘봉창수 묘소’를 볼 수 있고, 잠시 후 버스종점에 이르는 마을 밭길이 다시 나타난다. 산길이 다르게 이어지면서 출발지와 도착지점이 같아 좋다.

궁내동 맛집 순례
궁내동 대왕판교로는 성남공항 고도제한으로 높은 건물이 들어서지 못해 복잡하지 않은 도로이다.
‘궁내동 가구거리’로도 유명한 이곳에 몇 년 전부터 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섰다.
외국처럼 낮은 건물에 공간을 넓게 사용하면서 지상 주차도 편리해 지역 주민들의 주말 외식장소로도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출퇴근 운전 길에 잠깐 차를 세워 음식을 사갈 수 있는 ‘드라이빙 즉석 음식점’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어 새로운 지역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 드라이빙 즉석 음식점 : 신바람난 찐빵집(031-713-7059), 우리밀찐빵집(031-716-6567), 김초생초 스시전문점(031-711-2234)


● 가족 외식하기 좋은 곳
-삼교리동치미막국수 : 주문진 본점의 기술을 전수받아 직접 만드는 막국수집.
살얼음낀 동치미 국물을 막국수에 직접 부어 먹을 수 있다. 물막국수는 담백하며, 비빔막국수는 콩가루에 황태포가 씹혀 맛깔스럽다.
메뉴: 물, 비빔막국수 6천원, 감자전 8천원, 수육 1만5천원
휴무: 연중무휴
위치: 궁내동 239-1
 문의: 031-719-0888


-신계동 장어 : 대왕판교로에는 유난히 장어집이 많다. 이들 중 눈에 띄는 곳 하나가 ‘신계동 장어.’ 전남 영광군 법성면 신계동에 소재한 청정 지수식(넓은 시설면적에서 건강하게 양식하는 방식) 양식장에서 직송한 국내산 무항생제 장어만 취급한다.
메뉴: 장어 소금구이 3만8천원, 양념구이 4만원
휴무: 연중무휴
위치:  백현동 472-247
문의 : 031-706-1588


-수미원 : 깔끔한 퓨전 한정식집. 점심시간에 중년여성들의 모임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요즘은 찻집공간으로 쓰던 곳에 여성의류, 가방, 액세서리 점포 ‘다예지우’를 함께 운영하는데 여기가 더 붐빈다.
일명 ‘쭈그리’라 불리는 주름원단으로 만든 중저가 의류가 지역 중년여성들 사이에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식사 후 옷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메뉴: 정식 1만6천원부터
위치: 궁내동 384
문의: 031-726-4982

 Mini Interview 궁내동 토박이 이왕규 씨
“4대 째 궁안마을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궁안마을 전원주택단지를 지나 등산로로 향하다보면 제법 큰 규모의 밭들이 펼쳐져 시골 풍경을 자아낸다. 볕이 좋은 한낮에 긴 호미로 밭에 비닐을 덮고 있는 이왕규(69`분당 궁내동) 씨께 말을 걸었다. “고추농사를 짓고 있어요. 집에서 태양에 직접 말려서 고춧가루를 빻는데, 우리 집 고추 먹어본 사람들이 해마다 찾아요.” 분당 근처에서 농사를 지어 판매까지 한다니!
궁안마을에서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4대를 살고 있다는 이왕규 씨. 부인 이모열 씨는 궁내동 토박이답게 이곳 부녀회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판교신도시가 생기면서 요 아래 쇳골 낙생농협이 운중동으로 크게 이전해요. 그 일 때문에 안사람은 회의 가느라 바쁘고, 나 혼자 이렇게 슬슬 밭일 하지 뭐.” 분당 속의 작은 시골, 궁내동 궁안마을에서 만난 푸근한 옛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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