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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지역내일 2010-04-12

엄마와 딸, 다르면서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


영화 <친정엄마>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영화 <애자>와 더불어 지난해 ‘엄마’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화제의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생애 마지막으로 2박3일을 함께 하는 친정엄마와 딸을 소재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감독의 말처럼 “새로울 것 없는 가족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보석 같은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따뜻한 영화”다.
‘무식하고 시끄럽고 촌스러운’ 엄마(김해숙)는 악착스럽게 콩나물 값 100원을 깎고, 두부도 반모만 사서 딸을 부끄럽게 만든다. 딸은 그렇게 아껴서 뭐하려고 그러느냐고, 그런 엄마가 창피해 죽겠다며 지청구를 늘어놓지만, ‘세상에 태어나 제일로 잘한 일이 너를 낳은 거’라며 ‘나만 보면 웃는’ 엄마는 헤벌쭉 또 웃는다. 불 꺼진 아궁이 속에 몰래 감춰둔 보물단지에 하루 100원씩 딸의 미래를 위해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으니까.
딸 지숙(박진희)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극성 엄마는 글 잘 써서 서울예전 장학생으로 합격한 딸을 위해 삼양라면 봉지에 100원짜리 동전을 가득 담아 보낸다. 어디 동전뿐인가. 때마다 이고지고 메고 바리바리 밑반찬을 싸들고 올라오는 엄마, 성당에 다니면서도 자식 걱정에 비싼 돈 주고 부적을 사는 엄마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진짜 내가 엄마 때문에 못 살아!” 입만 열면 나오는 레퍼토리지만, 어쩌겠는가! 아이 낳기 전 양수부터 터지는 것까지 엄마를 닮았음에랴.
오랜만에 친정집을 찾은 딸 지숙은 엄마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다. 그걸 알게 된 엄마가 가슴을 움켜쥐며 눈물을 삼키는 장면과 ‘엄마의 딸’에서 ‘딸의 엄마’로 되돌아가는 지숙을 떠나보내는 기차역 장면은 “그 슬픔이 너무 커서 탈진해 쓰러져 30분을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다”는 김해숙씨의 후일담이 아니어도, 그 절절함이 스크린 속에 그대로 녹아났다.
“엄마는 다 아는 거여… 내 새끼 속 타는 냄시… 엄마가 젤로 먼저 맡고… 내 새끼 가슴에 피멍 들믄… 엄마 가슴이 더 멍멍한 거여…”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엄마’는 늘 가슴 한켠을 뜨겁게 하는 그 무엇이 아닐까. 힘들고 외로울 때 의지가 되는 가장 가까운 존재. 열 달을 그녀의 몸속에서 그녀가 먹고 마시는 걸 자양분 삼아 자란 탓에 자식들은 언제나 엄마가 주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나 보다.
“내가 힘들어, 힘들어 할 때마다 엄마는 늘 말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면 엄마는 피눈물이 나고, 내 속이 상하면 엄마 속은 썩어 문들어진다고. 그게 엄마와 딸이라고…”
요란하지 않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재, ‘가족’. 봄바람이 제법 따뜻해지는 날, 모처럼 모녀간에 즐거운 데이트에 나서보자. 만약 당신에게 인생의 쉼표로 ‘엄마와의 2박3일’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감독 유성엽 주연 김해숙, 박진희 4월 22일 개봉.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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