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IN 테마

분당·용인 시니어의 취미 ‘사진’

지역내일 2010-04-05

‘찰칵’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취미로 배워 동호회 활동으로 이어져
 … 익숙한 것들을 다시 보는 따뜻한 시선 갖게 돼


봄이다. 4월을 넘기고서야 비로소 봄기운이 땅으로 하늘로 제법 스며들고 있다. 길고 지루하게 기다렸던 탓인지 올 봄이 주는 감회는 특히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봄을 기억하고 남기려는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칠 새라 연방 사진기의 셔터를 누른다.
설중(雪中)에 피어난 개나리와 산수유, 탄천변 솜털 뽀얗게 드러난 갯버들을 담아내려 누구보다 진지한 이들.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디지털 카메라(디카)에서 뭉툭한 셔터 소리를 장착한 DSLR 카메라까지… 사진기를 손에 들고 세상을 담아내는 ‘사진 홀릭’ 시니어들을 만나 보았다.

사진, 세상을 담아내는 멋진 시선
분당구 이매동에 사는 주미순(54)씨는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7년이 넘었다. 이젠 전문가를 버금가는 베테랑 수준에 이르렀지만 주씨가 사진을 배우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결혼 후 남편이 필름사진기를 사줬는데 그때부터 아이들보다는 풍경을 찍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애들 키우고 어른들 모시고 사느라 어디 짬이나 있었겠어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나를 찾고 싶더라고요. 그때 사진 찍던 재미가 생각났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사진 강좌를 듣다가 아예 마음 맞는 지인들과 사진 동호회를 만들어 버린 주씨. 전문 강사를 모시고 1주일에 한 번씩 나가는 출사(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나들이) 재미에 새로운 인생 활력을 얻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세상이 그대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자연이 주는 경외감이랄까? 옛 성터의 돌멩이 하나에서도 세월의 흐름을 읽고 담아낼 수 있는 눈이 생기더라고요. 세상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이 생겨 참 좋습니다.”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의 ‘성남시니어디지털카메라동호회’도 사진을 좋아하는 60세 이상 시니어로 구성된 동호회다. 이영화(70·정자동)회장은 “취미로 사진을 배우던 사람들이 강좌가 끝난 후에도 정보를 주고받고 친분을 나누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저도 그렇지만 동호회를 운영한 지난 2년 동안 회원들의 생각이 비슷하게 모아지더라고요. 사진을 찍으며 사물을 보는 눈이 좀 더 세밀하고 민감해졌다고 말합니다. 주변에 집중해야 하니 몰입능력도 생기고 또 여기저기 많이 다니다 보면 건강도 좋아지니 저희 또래에 딱 맞는 취미 활동이지요.”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 사진과 조우하다 
그런가 하면 유명자(65·이매동)씨는 은퇴 여교사 모임인 ‘명우회’의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사진을 배운 경우다.
“12년 전부터 동호회를 운영해 왔는데 우리가 활동한 내용을 기록하고 담아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 때문에 사진을 배웠답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진 찍기는 아마추어 작가 반열에 이를 만큼 상당한 실력을 갖추게 했고  지금도 사진이 주는 행복에너지에 유씨는 마냥 즐겁다.
시니어 인기 블로거인 김경규(63·보정동)씨도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즐거운 취미이자 일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은퇴 전 하던 일이 기계와 관련된 일이라 컴퓨터와 사진은 아주 익숙한 놀잇감이죠. 사진기 메고 걸으면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면 생각도 정리되고 사람들 사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또 블로그에 올려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하하하.”  
이렇듯 다양한 활용과 매력 때문에 사진은 시니어들의 취미와 여가생활을 위한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분당노인종합복지관(관장 최영대)에서 사진 강좌를 맡고 있는 김결(36·판교동) 강사는 “복지관이 오픈한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진에 대한 어르신들의 관심은 꾸준한 편”이라며 “디카 초급과 중급 과정, DSLR 과정 등 여러 사진 강좌에 고르게 등록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김 강사는 “어르신들에게 사진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도구”라며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풍경이나 사람들을 찍으며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는, 되레 이분들의 경륜이 묻어나와 수업이 더욱 풍부해진다”고 전한다. 

사진으로 경력을 나누고 사회적 역할을 찾다
사진이 단지 취미가 아닌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된 경우도 있다.
 AK 플라자 문화센터 분당점의 송영학(68)씨가 대표적인 예. 신문사 사진국장과 편집국장을 지낸 송씨는 은퇴 전 경력을 바탕으로 사진을 가르치는 전문 강사로 변신했다.
“퇴직 이후 할일이 없으니 심심하기도 하고 경력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사진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수강생들도 대부분 저랑 비슷한 연배의 50~60대 분들이라 교감이 잘 되고 사진을 찍으러 같이 출사 다니고 아름다운 풍경도 골라보니 심신 건강에 아주 좋지요.”
송 강사와 회원들이 일군 사진반과 동호회는 이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문화센터가 생긴 이래 12년 동안 가장 활발하게 유지돼 왔다. AK문화센터의 인선옥 주임은 “사진반이 항상 정원을 초과해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있는 것은 송 강사님의 역할도 한몫을 차지했다”고 귀띔했다.  죽전1동 주민센터에서 사진 강좌를 맡고 있는 이경희(66·죽전동)씨도 20년 이상 대학에서 사진과 영상학과 교수로 재직한 경력을 살려 은퇴 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
“용인 수지구나 기흥구의 주민 센터에서 사진 강좌를 맡고 있는데 수강생 열에 아홉은 50대 이상이에요. 그래서인지 대화하기도 편하고 수강생들과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것이 제 일이니 취미와 직업이 결합된 아주 좋은 경우지요. 하하하.”
이 씨는 온라인 카페(http://cafe.daum.net/dicaacademy)를 만들어 취미로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정보와 경력을 나눠주고 있다. “풍경이든 사람이든 사진을 담으려면 관찰을 많이 해야 하니 머리를 많이 쓰게 됩니다. 당연 치매 예방이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운동도 되니 건강에도 좋습니다. 내가 찍는 그림이 제대로 나오는가, 어떻게 봐야 좋게 나오는가를 생각하다보니 대단한 집중이 생깁니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출사를 다니니 사람 사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요. 사진의 매력은 끝도 없습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분당ㆍ용인에서 시니어가 사진 배울 수 있는 곳
● AK플라자 문화센터 분당점-시니어 사진 동호회 ‘아름아’ 운영중. 문의 031-779-3810
● 분당노인종합복지관-디카부터 DSLR까지 강좌운영, 사진동호회 있음. 문의 031-785-9200
● 구갈동 주민센터-취미 사진반, 동호회 운영 4월 5일(월) 개강. 문의 031-287-3407
● 구성동 주민센터-취미 사진반, 동호회 운영 4월 6일(화) 개강. 문의 031-324-6707
● 죽전1동 주민센터-취미 사진반, 동호회 운영 4월 9일(금) 개강. 문의 031-324-8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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