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좋~~다. 굿거리장단에 향수병 잊어요’

대구 남구청, 전국 유일 결혼이민자여성 풍물단 운영

지역내일 2010-04-05

‘덩기덕 덩 더러러러~ 쿵기덕 쿵 더러러러~’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남구 대명2동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5층 강당은 흥겨운 풍물소리가 가득하다. 결혼이민자여성들이 풍물을 배우고 있다. 20여 명의 결혼이민자여성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이루어진 풍물단에 참여해 우리 가락을 익히며 일상 속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고 향수병을 달래고 있다.
50평 남짓한 강당을 익숙한 풍물소리로 채우고 있는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남구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결혼이민자여성들. 북과 장구, 징과 꽹과리를 든 품새는 서툴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만큼은 우리 가락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
대구 남구청(구청장 임병헌)은 매주 한번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김태화)에서 결혼이민자여성을 위한 풍물단을 운영한다.
이번에 운영되는 풍물단은 지난 2월 여성가족부 위탁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사랑과행복나눔재단 협력사업)의 다문화가족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으로, 공모한 전국 45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중 풍물 프로그램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올해 500만원의 예산도 지원받았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결혼이민자여성들은 풍물을 통해 신명나는 우리 가락을 배우는 동시에 한국 고유문화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태화 센터장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만난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자연스럽고 즐겁게 우리 문화를 익힐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풍물단을 생각하게 되었다”며 “한편으로는 낯선 땅에서의 결혼생활로 우울증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민자여성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 수업에 참가한 브라다(25·러시아)씨는 “2년 전 한국에 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서툴러 어려움이 많았는데 마침 한국 고유 악기를 배우기 위해 신청했다”며 “시베리아 지방이 고향인데 결혼하기 전 7년 동안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어 한국에 와서도 음악과 관련된 취미생활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중국 길림성에서 시집와 올해 5살짜리 아들을 둔 징리지엔(30·중국)씨는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보내주신 방문선생님을 통해 풍물단을 알게 되었다”며 “결혼하기 전 미용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 결혼 후 집에만 있는 게 많이 답답했는데 이렇게 나와 마음껏 북을 두드리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국문화공동체 BOK''가 이들의 풍물교육을 맡아 지도하며 12월까지 9개월간 연습해 연말에는 연주회도 계획하고 있다. 

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2006년 대구시 8개 구·군 중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는 가장 먼저 문을 연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해마다 800여 명의 다문화가족이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어교육 및 임신·출산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사업을 비롯 가족통합 상담프로그램 운영과 취업지원사업, 학업지원사업과 결연후원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풍물단 사업과 치과진료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구청은 대구의 결혼이민여성의 수가 1600명을 넘어서는 등 증가추세ㅇ에 있어 다문화가족 관련 사업에 3억여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병헌 남구청장은 “다문화가족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남구의 주민”이라며 “이번 풍물단이 다문화가족과 더불어 하나 되는 일에 든든한 초석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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