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반대말은 소멸이 아니다. 불멸의 반대말은 포기가 아닐까. 소멸되지 않고 끝까지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낸 누군가의 희생이 발판이 되기때문이다. 문화의 불모지, 특히 소극장 무대의 황무지인 대전. 대전 연극계는 지난해 놀랄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대전 문화재단의 출발로 인해 무대 지원금, 찾아가는 공연, 문예진흥기금, 소외지역 공연, 사랑티켓 등 여러 지원정책들이 펼쳐졌다. 또한 연극전용 소극장 ‘핫도그’와 ‘드림’ 등의 개관 뿐 아니라 ‘가톨릭문화 회관’이 연극 전용극장으로 새롭게 오픈되었다. 인구 150만의 도시인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변변한 소극장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경이적인 발전이다.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끊임없이 무대를 지켜 줬던 많은 연극인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대전 연극계의 산증인 임영주(63) 연극배우도 대전연극계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그는 대전연극협회장이었고 현재 극단(동인) 대표이며, 연출가이자 연기자로 40여년의 세월을 연극 무대를 지켜오고 있는 연극인이다. 그는 원로라는 수식어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 올해로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도 젊은 후배들과 함께 소극장 무대를 열정으로 채우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배우다. 지금까지 그가 연기한 작품 수만도 100여편이 넘는다. 요즘 그는 일본작가 ‘엔도 슈사큐’ 원작 강명수 작가가 각색한 연극 ‘침묵’을 연기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연극 침묵은 종교극으로 인간에 대한 신의 침묵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는 17세기 일본을 무대로 기독교 박해라는 역사적 사실을 주제로 배교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포르투갈의 예수회 소속 로드리고 신부 역할을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기획된 연극이다. 현재 대전 시내 각 성당을 순회하며 공연되고 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대흥성당에서 리허설에 열중해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환갑이란 나이가 믿기질 않을 정도로 작품에 대한 몰입과 열정을 보여주는 그에게서 대전 연극계의 대부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연극 침묵은 종교극이지만 솔직하게 고백건대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하지만 로드리고 신부를 연기하면서 인간에게 종교가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었고 로드리고가 믿었던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저도 모르게 ‘주님’하고 혼잣말을 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연극 침묵은 순교는 위대하고 배교는 비굴하다는 흑백논리가 아닌 순교자와 배교자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많이 받으시는 것을 볼 때 배우로서 보람이 있습니다.“
동트는 태양보다는 저무는 노을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애잔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마저 끝내지 못한 리허설을 마무리 짓기 위해 돌아서는 노배우의 뒷모습이 애잔했다. 그리고 많은 어려움을 인내하며 여전히 한자리를 지켜낸 강인한 노배우의 정신이 숭고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에겐 리허설과 본 공연의 차이는 없다. 단지 거친 숨을 토해내며 작품 속 주인공의 인생을 현실처럼 무대 위에서 진지하게 연기하는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문의 : 016-461-4351
유혜련 리포터 yoo2586@hanmail.net
스프링 페스티벌 공연 일정
안성수 픽업그룹-장미&Mating Dance
4.13(화)~14(수)|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610-2222
정은혜 무용단-미얄
4.16(금)~17(토)|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프홀|610-2222
연극-에쿠우스
4.17(토)~18(일)|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시립무용단-Between 2
4.23(금)~24(토)|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610-2222
뮤지컬-모차르트
4.23(금)~25(일)|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610-2222
연극-에이미(Amy)
4.29(목)~5.1(토)|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610-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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