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상위 시대 위축되는 남성들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리모델링하라!

지역내일 2010-02-24 (수정 2010-02-24 오전 10:29:55)



여성상위 시대 위축되는 남성들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리모델링하라!
맹활약 여성, 암묵적인 무시보다 인정해야 거듭날 수 있어
‘가정의 주권은 아내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아내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헌법조문(헌법 제1조, 제2항)을 빗댄 이 말은 현실을 대변하는 현주소다. 또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은 남자이고, 그 남자를 움직이는 사람은 여자이다.’라는 말도 있으니 여권의 신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
학교 성적은 물론 각종 시험을 휩쓰는 여성들.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육군사관학교 등 3군사관학교의 수석 입학과 졸업도 여학생들이 휩쓸고, 사법고시는 물론 해외근무가 필수인 외무고시에서도 ‘여풍’이 드세다. 세계적 학자들까지 21세기는 능력 있는 알파 걸들이 맹활약하는 여성시대라고 한다.
일부 남성들은 우리 사회가 이미 여성상위시대라며 역차별을 호소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나 남성들은 '난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밝히는 것을 자신이 ‘양성평등적이고 쿨한 남성’과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이구동성 남성들은 말한다. “지갑에서 내 돈을 꺼내면서도 기가 죽는다. 세종대왕 1만원 권이 제일 고액권이었는데 이젠 신사임당이 5만원 권 지폐에서도 여성상위시대란 걸 확인시킨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남자들이 큰소리 칠 곳은 없다.”

한걸음 비켜서지 말고
당당히 가족 안으로 들어가야
구조조정이 한창인 회사에 다니는 마문호(48·가명) 씨는 요즘 ‘우울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반복한다. 직장에선 구조조정을 앞두고 언제 퇴출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아내와 자녀들과의 대화도 원만치 않아 ‘왕따’가 된 듯한 느낌이다. 마 씨는 “게다가 교감 승진을 앞둔 아내의 얼굴을 보려 치면 괜히 주눅이 들어 ‘사내자식이 못나도 너무 못났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결혼 말이 오갈 때 직장이 튼튼해 딸 고생은 안 시키겠다는 장모님의 말도 자꾸 생각이 난다”며 “나이도 그렇고 아이들 키우느라 모아놓은 돈도 없으니 만약 구조조정 대상에라도 든다면 늙어 아내에게 눈칫밥 얻어먹으며 살게 되었다”고 하소연한다.
이 지역 대학의 교수인 김인성(49·가명) 씨는 요즘 친구들과 같이할 자리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는다. 같은 나이인 부인은 대학 첫 미팅 때 만나 결혼했고 교환교수로 미국의 애틀랜타에서 살 때도 조용히 내조만 하던 아내가 박사과정을 하겠다는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다 키워 손이 필요 없으니 이제는 자신의 놓쳐버린 기회를 찾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몇 년 전인데 이제는 박사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고전문학 찾아 전국을 일주하더니 이제는 박사를 하겠다니…, 젊은 또래의 대학원생과 같이 다니며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아내를 볼 때마다 돈 벌어들이는 기계 같이 학교와 집만을 오고가는 내 자신이 점점 싫어지면서 위축 되어가는 것 같다. 젊어지고 의식구조도 달라져 아이들과 대화도 잘되는 아내를 아이들은 찬성하는데 말릴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딸과 아들을 키우는 김우정(41) 씨는 아들을 보면 속이 상한다. “한 살 터울인 아들이 오빠인데도 무엇 하나 여동생보다 잘하는 게 없다. 상대적으로 더 화를 내게 되고 종손인데… 하는 생각이 울화통을 치밀게 한다. 아들딸 똑같이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들에게 더 맘이 가고 여자 얘보다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늘 앞선다”며 “최근에는 여자들은 남성화 되고, 남자들은 여성화되어 여자가 뭐든지 더 잘하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고 고백한다.

남성들의 공통 질병인
가부장 중심적 사고와 자폐에서 벗어나야
우리 사회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CF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성의 모습은 중후한 매력을 자랑하는 성공남이 아니다. 남성이 주인공인 유머는 웃으면서도 코끝이 찡해진다. 50대 아줌마들이 친구들과 여행가면서 남편 보라고 냉장고에 써 붙인 말 ‘까불지마라’( (까)스 조심, (불)조심, (바지지퍼) 조심, (마누라) 찾지 말고 (라면)이나 끓여 먹어라)는 우스갯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남성사회문화연구소 이의수 소장은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고 강조한다.

“거울을 꺼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전면적으로 되돌아보며 가부장적인 사고를 버리고 가족의 구성원으로, 양성평등으로 돌아가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남녀는 삶의 무게를 견디는 힘이 다르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극단적인 상황까지 나누고 소통하며 도움을 이끌어내는 시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사회 상황에서 적절한 역할 가면을 쓰지만 여성들은 순발력이 뛰어나 상황대처가 쉬운 반면 남성들은 유연성이 떨어져 가면을 쉽게 벗어던지질 못한다. 갈등과 여성에 대한 잠재적인 무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 한다”고 충고한다.
더불어 관계 지향이 본능인 인간으로서, 다양한 네트워크로 더욱 풍족하고 보람 있는 삶을 추구하라고 지적한다. 물질적으로 윤택하거나 자기 세계에 심취해 살더라도, 사람 사이의 관계망에서 떨어져 있으면 정서적인 불구자일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건강도 나빠진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삶의 의미를 더욱 깊이 느낄 것, 넓은 시각과 따뜻한 마음으로 나눌 것, 만족과 기쁨 속에 감사하는 삶,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용서하는 삶 역시 필수 리뉴얼로 꼽았다. 모든 것은 남성, 그들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도움말 : 남성사회문화연구소 이의수 소장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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