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19년간 5000시간 이상 봉사해 온 노흥영씨

1991년부터 봉사활동 시작, 표창만도 무려 60장 넘어

지역내일 2009-12-16 (수정 2009-12-16 오후 3:15:46)


“내가 살기 팍팍하니까 못사는 사람들의 심경을 잘 알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기대면 의지할 곳도 생기고 사는 것이 즐겁지 않겠어요?”
결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코가 석자’인 노흥영씨의 평소 마인드다. 노 씨가 본격적으로 봉사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기 시작한 건 1991년. ‘대한적십자광주전남지사 빛고을’, ‘광주시 사랑실은교통봉사대’, ‘향우회’ 등에서 간부 활동을 하며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시간으로 따지면 5000시간도 훨씬 넘는다. 그래서일까. 어려운 가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엔 고생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 씨 같은 얼굴 없는 천사들이 주위에  많기에 세상은 아직도 훈훈하다.

봉사 순간에는 걱정거리 사라져
그의 봉사활동 행적은 공로사위원회가 펴낸 ‘대한민국 현대인물사’(2003년)라는 책자에도 소개됐을 만큼 모범이 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받은 상장만도 무려 60장. 대부분 당시 시장, 복지부장관, 경찰청장, 구청장, 각 기관장 등에게 받은 굵직한 상장들이다. 그는 상장을 받을 때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병풍 뒤편에 모두 붙여뒀다. “자식에게 가보로 물려줄 생각이에요. 아버지로서 해준 것은 별로 없지만 남을 위해 산 보람의 흔적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자식들도 이런 아비의 마음을 읽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그는 주로 하체장애시설, 복지기관, 사각지대에 있는 불우이웃들을 찾아가 재활과 목욕, 청소 등을 도와주고 있다. 특히 노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생전에 부모에게 못해준 것이 원한인지 노인들에게 잘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환갑인데 어르신들이 어리다고 부러워하죠. 재롱도 피우고 농담도 해드리면 너무 좋아합니다.” 그는 부모가 살아있을 때도 경로효친상을 받을 정도로 효자 아들이었다. “‘모두가 제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잘해드리면 어르신들도 저를 무척 따르고 좋아합니다. 그래서 봉사한다기보다는 저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해요. 이 순간만큼은 걱정거리도 모두 사라지죠.”
         
산전수전 겪어봐야 인생의 ‘기쁨’ 알게 돼
그가 받은 상장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무사고’에 대한 공로상이다. 자그마치 21년간 잡은 택시운전대를 놓은 것이 바로 지난해. 운수업을 하는 내내 사고 한번 내지 않은 모범운전수였던 것. “사실 개인택시가 소원이었죠. 그래서 사고 한번 내지 않고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개인택시 증차가 안 돼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평생직으로 생각했던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을까. 결국 스트레스성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사람들 80%가 마비증상으로 불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다행히도 저는 정상으로 돌아왔죠. 주위 사람들이 그러는데 좋은 일을 많이 해서 그렇대요. 앞으로 더 좋은 일 하라고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해요.”
택시운수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지금은 아파트 경비를 하고 있다. “사실 눈앞이 캄캄했어요. 운전대를 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당장 목에 풀칠을 해야 하는데 이 나이에 나를 받아 주는 곳이 아파트 경비뿐이더라고요.” 24시간 격일제 근무다. 근무조건이 운수업에 비하면 열악하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아파트 교통봉사도 노 씨 몫이다. “출·퇴근 시간과 학생들 등·하교 시간은 꼭 교통 봉사를 하고 있어요. 주민들도 덕분에 사고 없는 단지라고 고마워해요. 한 사람의 배려가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해요.”       

뒷바라지는 언제나 부인 몫
어려운 살림에도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건 아내의 내조 덕분이다. 부인입장에서는 상장이 달갑지 만은 않았을 터. “봉사한답시고 가정에 소홀히 하는데 좋아할 부인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점에서 아내에게 미안한 점이 많죠. 봉사활동을 핑계로 월급도 제대로 못 갖다 준 적도 많았거든요. 아내가 벌어서 자식들 가르치고 결혼도 시키고 말도 못하게 고맙죠. 이제는 제가 호강시켜줄 일만 남았어요.”
쉬는 날이면 가족과 함께 한 날보다 봉사한 시간이 더 많았던 노 씨. “봉사하러 갈 때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느새 마음이 편해지죠. 그들을 볼 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되새김질하게 돼요. 비록 형편이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매사에 긍정적으로 살다보니 마음만은 부자랍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에요. 마음에서 우러나야 즐거운 일이죠.”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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