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 -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오종쇄 노조위원장

노동이 대접받는 세상을 희망하며

지역내일 2009-12-11
지난 2005년 핀란드 기능올림픽 용접분야에서 우리 회사 소속의 한 노동자가 금메달을 땄다. 이 노동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권에서 용접이 3D업종으로 분류돼 수그러들고 있다”며 “선진 유럽만 해도 용접은 전문분야로서 사회적 대우가 좋은데 기능인을 홀대하는 우리 사회분위기가 아쉽다”고 한 말이 지금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내 놓을 수 있는 것이 제조업이고 이러한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노동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1970년대만 해도 중학교에서 상위 5% 이상은 되어야 기계공고에 들어갈 수 있었다. 또 기계공고에 들어간 아이들은 기능을 연마해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알았다. 정부 또한 기능올림픽에서 입상한 선수들에게 카퍼레이드를 실시할 만큼 융성한 대접을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스포츠 스타들은 연봉을 수십억 원씩 받을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봉 2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는다. 용접과 같은 육체노동이 필요한 기술을 수년간 배워봐야 명예를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오히려 ‘결코 노동자만은 안돼’라는 사회적 풍토마저 생겨버렸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국가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천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인 제조업을 살리려면 제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존귀하게 여길 줄 아는 정부의 정책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근 노동부가 기능인 최고 명예인 ‘명장’을 ‘대한민국 명장’으로 개명하기로 했다고 한다. 노동부가 숙련도가 높은 기술자들의 품격을 높이는 한편, 실질적인 임금이나 인사제도에서 능력에 맞는 정당한 대우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의 기능 장려법 개정안을 통과 시킨 것이다.
이제라도 노동부가 기능 장려법을 개정해 노동자들이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 풍토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해서 다행이다. 이번 개정을 시작으로 우리사회가 ‘노동’이 대접받을 수 있고, 노동자가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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