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보석은 아름다움과 부의 상징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그 보석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바로 귀금속 공예다. 손톱보다도 작은 조각을 갈고 닦고 두드려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하는 사람 김종목 귀금속 공예 명장을 만났다.
김종목 씨(천호동․53)는 우리나라에 있는 귀금속 공예 명장 6명 중 한 사람으로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김종목주얼리’라는 간판을 내걸고 70평 규모의 전시매장과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천호동에서 보석직업전문학교인 MJC를 운영하는 학교장이기도 하다.
보석보다 더 빛나는 이 사람
“평소에 공부보다는 무언가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74년 강원도에서 홀로 상경해 조그마한 보석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귀금속 일을 하게 됐죠.”
그 때 당시 한 달 학원비는 2만원. 귀금속 기술자의 한 달 월급이 2000원이던 시절이니 정말 큰돈을 투자한 셈이다. 6개월 동안 보석감정과 세공기술을 배운 후 지인 소개로 보석공방에 취직했는데 처음에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었다.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1주일을 버티다 그만두려고 작정했었죠. 그런데 누나가 소개해 준 사람 체면도 있으니 한 달만 참아보라고 설득했어요. 신기하게 한 달을 채우고 보니까 일이 재미있어서 다른 문제는 고민되지 않더라고요.”
김 명장은 귀금속 공예를 시작한 지 4년째 되는 해부터 각종 기능대회에 나가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80년에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귀금속공예분야 파견선수로 확정돼 국가대표자격으로 출전한 미국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대회준비를 위해 6개월 동안 새벽6시부터 자정까지 연습했었어요. 그래서 금상을 받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동상에 그치자 아쉬움이 커 잠시 좌절하기도 했다”고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난 후, 이를 계기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목표가 확실해졌다.
해프닝으로 끝난 5부 다이아몬드 찾기
국제대회에 다녀온 후 그는 충무로에 ‘럭키 보석’이라는 작은 공방을 차렸다. 일감이 많지 않던 초창기에는 다른 가게를 돌며 주문을 받아 밤새워 일하기 일쑤였다. 차츰 공방이 자리 잡은 후부터는 국제대회에서 놓친 금상에 대한 아쉬움으로 다시 대회준비를 했다. 그 결과 90년 전국기능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귀금속 공예 명장에 선정됐다.
값비싼 귀금속으로 장신구를 만들고 거기에 보석을 세팅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유행을 잘 따라야하고 손님들이 원하는 바와 이미지를 잘 캐치해 자신만의 색깔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손톱보다 작은 보석들이 대다수이니 잊어버리는 일 또한 잦다.
한 번은 주문받은 5부 다이아몬드를 잊어버려서 이틀 동안 머리를 끙끙 싸맨 적이 있다. 김 명장은 “백화점에서 5부 다이아를 받아와서 주문서에 따라 반지를 다 만든 후, 다이아를 물리려고 주문장을 찾아보니 없었다”면서 “쓰레기통 속에 버려졌을 거라는 생각에 쓰레기를 수거한 사람을 수소문하고, 인부 2명을 사서 이틀 동안 난지도 쓰레기장을 뒤진 일이 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결국 거래처에서 다이아몬드를 받아오지 않은 걸로 확인돼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지만 당시의 아찔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패션의 메카 혹은 한국 내 해외명품 집결지라고 불리는 청담동에는 그의 주얼리 매장이 있다. 김종목 명장의 손을 거친 특별한 것들이다 보니 독특하고 세련된 장신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담동에서 벌써 7년째네요. 핸드메이드 제품이어서 나만의 보석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오는데 연예인들, 일반인 단골이 많아요.”
보석 기능인을 양성하는 보석직업전문학교
현재 천호동에 있는 MJC보석직업전문학교에는 김종목 명장처럼 귀금속 분야에서 최고가 되길 원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김 명장은 “좋은 인재들을 모아 재능을 키워주고 한국의 귀금속 분야가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고자 97년도에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전했다. MJC보석직업전문학교에는 ‘산업예술전문학사’ 과정과 노동부 지원 직업훈련 과정, 재직자 과정, 일반인 과정이 운영된다. ‘산업예술전문학사’과정의 경우 인재양성차원에서 장학제도를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흔히 보석은 여자를 다루듯이 하라고 얘기한다. 김종목 명장은 “보석도 착용하다보면 때가 묻고 지저분해지기 마련이다”면서 “정기적으로 세척이나 광을 내는 등 관리해주면 보석의 가치가 제대로 빛이 난다”고 말했다.
‘김종목주얼리’를 언젠가는 명품 브랜드처럼 성장시키고 싶은 김종목 명장. 그는 자신을 거친 MJC의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입상을 하거나 업계에서 인정을 받을 때 보람이 크다. 그래서 MJC 보석전문학교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그날을 위해 김 명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분주하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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