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꿈꾸는 여성들

전통한복, 그 이상의 한복을 꿈꾸며

한복디자인·전통소품·한복대여 사업 등 세계적인 브랜드까지

지역내일 2009-11-06 (수정 2009-11-06 오전 9:22:28)

 한지희 디자이너(오른쪽)와 한복드레스 작품



한복디자이너 한지희(37)! 사람들은 그녀를 ‘워커홀릭’이라고 말한다. 일에 미쳐 일 사랑에 빠진 그녀는 사넬코코를 닮고 싶은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다.
20대에 독특하게 한복을 시작한 것부터 남다르다. 10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동래에서 ‘한지희한복’을 운영하고 있다. 거기다 5년 전부터 한복대여샵 ‘나비한복’을 별도로 운영하고 4년 전부터는 조각보를 비롯한 전통쇼핑몰까지 시작, 그녀의 즐거운 일중독 행진은 끝이 없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꿈꾸는 전통소품

사람을 가장 우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한복

“평생 해야 할 일을 고민하다 번개처럼 뇌리를 스친 게 한복이었어요”라고 말하는 한씨. 부산대학교 의류학과를 96년에 졸업하고 LG그룹 공채로 들어가 백화점에서 MD 겸 바이어로 3년 근무했다고 한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과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한복을 시작한 이유는 열정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젊고 세련된 한씨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인들이 걱정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무식하리만큼 과감하게 일을 저질렸다고 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그래서 더욱 가고 싶은 길이었다.
“그때부터 고생 시작이었죠”라며 웃는 한씨의 웃음에도 열정이 묻어 있다. 한복을 배우다 너무 힘들어 몇 번이나 그만두었는데 그때마다 우연히 다시 시작할 계기가 생겼다고 한다. 아마 한씨에게 한복은 천직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80살까지도 이 일을 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한복은 가장 좋은 날 입는 옷이다. 그래서 한복을 만드는 한씨는 늘 행복한 사람들을 만난다. 무엇보다 한복은 그 어떤 옷보다 사람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여배우들이 해외 시상식에 참석해서 레드카펫을 밟을 때 한복을 입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한복 속에서 살아가는 한씨는 한복같이 멋스럽게 자신의 인생을 디자인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 만들고 싶어

일 욕심이 많아 항상 퇴근은 9시가 넘는다. 잠을 못 자 몸이 힘들거나 쉬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딸이 마음에 가장 걸린다고 한다. 또 친정어머니에게도 늘 죄송스럽다. 남편, 딸과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는 한씨.
그러나 패션쇼나 외국인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 초대받으면 딸을 데리고 간다고 한다. 그때마다 엄마를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딸을 보며 자신의 일과 삶에 보람을 느낀다.
딸이 더 큰 세상에서 더 많은 걸 배워 한 20년 정도 같이 사업을 하는 것이 한씨의 바람이다. 엄마를 닮아 엄마의 일을 좋아한다면 함께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한복은 우리 전통옷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침구와 커튼 같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라고 말하는 한씨의 목소리가 당차다.
늘 일을 저지르고 수습하다보면 조금은 발전한 자신을 발견했다는 한씨. 단순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오늘의 자신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뭐든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적고 사진을 오려서 컴퓨터 앞에 붙여놓았다고 한다. 그러면 거짓말 같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한씨는 쉼 없이 꿈꾸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미전(美展)에 당선되어 섬유작가 활동도 하고 가끔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한복이나 전통문화관련 강의를 하기도 한다. 또 2007년에는 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부단히 일하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그녀, 10년 이상 한 일에 종사하다보면 일이 보이고 더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뭐든 열심히 하면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라고 말하는 한씨에게 일이란 누군가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지금 자신의 일을 가지고 싶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을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열성으로 시작해 보라고 한씨는 말한다.
사람마다 꿈의 그릇이 다르지만 꿈꾸는 방법은 그리 다르지 않다. 일을 사랑하고, 할 수 있다는 용기로 시작하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가정과 일을 함께 일구어 가야하는 여성, 그래서 그 이름이 눈물 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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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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