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속으로

부산 바다를 열광시킨 시네마 열기

지역내일 2009-10-16 (수정 2009-10-16 오전 9:26:22)
아시아 최대의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6일 폐막식을 끝으로 9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역대 최다 상영작과 최다 방문객 기록을 경신한 이번 영화제는 부활 가능성을 보이는 한국영화계에 더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영화계에 그 위상을 알렸다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둔다.
특히 개막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3년 만에 한국영화가 개막작으로 선택된 것으로, 올해 PIFF는 한국영화를 응원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개막식 레드카펫을 시작으로 장동건, 이병헌, 조쉬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등 100여 명이 넘는 최고의 스타들이 부산을 찾은 팬들과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영화팬들, 멀리 바다 건너온 관광객들, 열정이 넘치는 자원봉사자 등
그 뜨거웠던 PIFF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달라진 모습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 작품은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동건·이순재·고두심 등 세 명의 배우가 대통령으로 등장하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예매 시작 1분 35초 만에 매진됨으로써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작품이다.
폐막작인 ‘바람의 소리’ 또한 빠른 예매 기록을 보였는데 중국 출신의 천궈푸 감독과 신예 가오쥔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전쟁 심리 스릴러로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70개국 355편의 영화가 소개됐으며 이중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가 144편이나 된다.
‘미래를 준비하고 선도하는 영화제’를 모토로 한 이번 영화제는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이나 화제작 등을 소개하는 갈라 프리젠테이션과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한국영화의 오늘 등 11개 부문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한국영화와 비 아시아권 영화를 소개하고 비아시아권의 유능한 감독을 발굴해 시상하는 ''플래시 포워드상''을 신설했다.
또 홍콩의 거장 조니토 특별전과 아시아 장편 애니메이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애니 아시아, 고 하길종 고 유현목 감독 회고전, ‘필리핀 독립영화 계보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올해 PIFF를 빛냈다.
아울러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고 장진영 특별전이 마련됐으며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이라크, 방글라데시, 카메룬 등 새로운 지역의 영화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관객·배우·감독이 함께 나누는 대화

PIFF의 또 다른 매력은 관객과 감독, 배우가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아주담담 토크’ ‘오픈토크’ ‘관객과의 대화(GV)’ ‘핸드프린트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의 상영관과 야외무대 곳곳에서 진행되는 대화의 시간은 다른 영화제에서는 볼 수 없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닌 인기코너이다.
특히 이번 영화제의 화제작 트란 안 홍 감독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배우 이병헌,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는 야외 피프빌리지에서 열린 오픈토크를 통해 1000여 명의 팬들과 데이트를 즐겼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일부 팬들은 해운대 야외무대에서 이틀간 밤을 새며 자리를 지키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11일 오후 열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과 ‘엑스맨’, ‘작전명 발키리’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오픈토크에서 관객들과 유쾌한 대화시간을 가졌다.
강원도 춘천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는 이미애(23)씨는 “오는데 힘들 긴 했지만 평소 좋아하던 감독과 배우를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고 전했다.
올해는 게스트 또한 역대 최고로 화려한 면을 자랑한다. 조쉬 하트넷과 브라이언 싱어는 할리우드 스타로서 부산 영화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장 자크 베넥스 감독, 트란 안 홍 감독, ‘피시 탱크’의 안드레아 아널드 감독, 정치영화 ‘Z’로 유명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등도 부산을 찾았다.



열정 넘치는 자원봉사자들

14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영화를 향한 열정이 큰 몫을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부터 갓 대학을 입학한 20살 여대생까지, 특히 부산 국제영화제 자원봉사 삼수생인 박봉식(60)씨는 올해 영화제 최고령 자원봉사자로 기록됐다.
영화가 좋고 젊은이들의 열정이 좋아서 2년 전부터 지원한 자원봉사자 모집에서 두 번에 걸쳐 연거푸 낙방했고 60을 맞은 올해 드디어 합격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직장인들의 자원봉사 열기 또한 뜨겁다. 현직 은행원에서부터 항공기 승무원, 경찰관에 이르기까지 근무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영화제 자원봉사에 나섰다.
또 이번 영화제에는 38명의 외국인들이 자원봉사자 모집에 지원, 일본과 중국 국적을 가진 3명이 최종 합격해 국적을 넘어선 자원봉사의 열기를 보여줬다.


Tip. 부산국제영화제 제대로 즐기려면?

상영관 근처 숙소는 예약 필수

타 지역에서 원정 오는 영화팬들은 숙박시설을 예약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영화제 기간 동안은 외국 관광객 또한 늘기 때문에 해운대와 남포동 근처는 예약없이 숙박시설을 잡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가 인기를 끌수록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찜질방. 찜질방은 비용을 아끼고자 하는 알뜰관람족들에게 인기다.

상영관 이동 시 관객셔틀과 지하철1일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는 달리 상영관 사이의 거리가 먼 것이 특징이다. 영화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은 관객셔틀과 지하철1일권이 있다.
관객셔틀은 해운대 노선만 운행되며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영된다. 다만 남포동 피프광장 지역으로는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참고해야 한다.
해운대와 남포동 둘 다 놓칠 수 없다면 3,500원으로 하루 종일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 1일권이 제격이다. 지하철 1일권으로 구간 제한 없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무박 2일’ 영화관람을 원한다면

시간은 없고 영화는 즐기고 싶다면 영화제의 인기 심야상영 프로그램인 ‘미드나잇 패션’을 추천한다. ‘미드나잇 패션’은 올해부터 해운대와 남포동에서도 열려 새벽에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부산역이나 해운대역에서 바로 집으로 갈 수 있는 무박 2일 영화제 코스다.

김영희 리포터 lagoon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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