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은 줄리아 로버츠같이 만들어야

지역내일 2001-07-29
2000만달러짜리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충분히 밥값을 한다. 싸구려 연기에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받는 스타들이 넘쳐나는 할리우드에서 개런티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들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줄리아 로버츠가 바로 그런 배우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개런티 이상의 연기를 펼친다.
사실 그녀는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흥행이 보장되는 배우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이번에 출연한 영화 ‘미국의 연인(America’s Sweetheart)’을 보기 위해 8달러의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 7월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주에만 3100만달러를 챙겼다.
물론 ‘미국의 연인’은 매우 재미있는 영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성공요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 영화가 개봉할 때 ‘쥬라기공원3’의 무시무시한 공룡들과 맞서야 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줄리아 로버츠에게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관객동원력에 있어서 그녀는 최고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살펴보자. 99년의 ‘노팅힐’을 비롯한 그녀의 최근작들은 모두 20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악명 높은 ‘멕시칸’조차 처음에는 20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물론 그녀가 ‘메리라일리’처럼 시시한 영화에도 출연한 것은 사실이나 누구라도 그런 영화에 나온다면 끔찍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97년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후로 그녀는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로버츠는 마케팅 성공의 보증수표다. 누구도 그렇게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영화 ‘미국의 연인’을 봤다면 알겠지만 그녀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줄리아 로버츠로 인해 빛난다. 주연배우 캐서린 제타존스가 아니라. 모두들 곧 이것이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연인’의 흥행수입이 1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할리우드가 그녀에게 지불하는 개런티가 지나치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른 여배우들이 그녀를 좇아 몸값을 올리는데만 급급한 것이 문제다. ‘물랭루즈’에서 간드러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니콜 키드만이 1500만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니콜키드만 뿐이 아니다. 카메론 디아즈나 샤론스톤, 산드라블록, 리즈 위더스푼 등 생각해내자면 끝도 없다. 이들의 개런티는 ‘지나치게’ 높다.
특히 소니의 새 로맨틱 코메디 ‘가장 달콤한 것(The sweetest thing)’에 출연하기로 한 카메론 디아즈의 경우 개런티 1500만달러의 가치를 할 수 있을는지 미지수다. 그녀는 ‘메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미녀 삼총사’ 흥행의 여세를 몰고 있으나 이 모든 영화를 멋지게 혼자서 이끌어가기엔 그녀의 어깨가 너무 연약하다.
‘가장 달콤한 것’의 여주인공으로 소니는 ‘줄리아 로버츠 같은 사람’을 간절히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카메론 디아즈의 천진한 미소가 낙점 받았다. 이것이 영화계에 만연한 ‘줄리아로버츠 인자’다. 어쨌든 카메론 디아즈의 1500만달러짜리 영화에는 별 기대를 갖지 않는다.
뭐니뭐니해도 데미무어 만한 배우는 없다. ‘은밀한 유혹’, ‘주홍글씨’ 등의 영화에서 그녀는 형편없었다. 그녀는 96년 끔찍했던 영화 ‘스트립티즈’에 1200만달러의 거액을 받고 출연한 이후 아이다호의 별장에서 묻혀 주로 아이들을 기르는데 전념하고 있다.
이래서 줄리아 로버츠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녀의 개런티가 엄청난 것은 사실이나 배우의 가치에 비하면 아깝지 않다. 할리우드는 그녀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줄리아 로버츠는 확실히 흥행배우이며 그래서 영화 제작자들이 그녀에게 쏟아 붓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다. 개런티가 계속 올라가는데 대해 영화 제작자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도망가는 신부(Runaway Bride)’의 부케를 잡으려고 목을 길게 빼고있는 들러리들이니까.
/ edaily 박재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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