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품앗이 교육’이 붐처럼 일어났다. 특히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활동에 적극적인 열성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을 매개로 대안교육의 한 형태인 품앗이 교육이 등장한 것이다.
품앗이 교육은 사는 지역과 아이 연령이 비슷한 엄마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이고, 수업은 각 팀원의 집에서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형태다. 초창기만 해도 그림책을 읽고, 독후 활동(미술놀이)을 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좀 더 뚜렷한 목적을 갖고 팀을 구성한다고. 이렇게 엄마들의 품앗이 활동이 활발해지자 지역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가족 품앗이’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08년 시범운영 했던 가족품앗이 사업은 2009년부터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공통 필수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이제는 센터의 도움을 받아 품앗이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이웃의 자녀들을 함께 돌보고 양육을 나눌 수 있는 부천시 건강가정지원센터(센터)의 ‘가족 품앗이’.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가족 품앗이는 무엇이며, 이용방법과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야외에서 놀며 배우는 아이들
지난 15일 부천 상동 호수공원 초가집 인근에는 부천시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가족품앗이 ‘가람휘’가 모였다. 이 모임은 중동 반달마을과 부개동에 사는 한나래(대휘맘), 김미연(혜연맘), 김영미(선우맘)씨 가족이 모여 만든 놀이품앗이. 한 집 당 아이를 둘씩 데리고 왔으니 모두 9명. 둘째들은 아직 나이가 어린 터라 미연씨와 영미씨가 동생들을 돌보고 나머지 아이들은 나래씨를 따라 놀이체험에 참여했다. 그 날 놀이는 황금들녘에 핀 벼의 한 살이에 대해 알아보는 것.
“얘들아,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먹었던 게 무얼까? 고기? 과일? 과자?”. 여섯 살인 지대휘, 노혜연, 박선우 어린이는 오늘의 엄마 선생님 한나래씨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한다. “우리가 제일 많이 먹은 것은 쌀로 만든 밥이란다. 오늘은 밥을 만들어 준 벼를 보러 가자.”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따라갔다. 가면서 물속에 있던 소금쟁이와 송사리를 봤고 둥둥 떠다니는 물이끼를 종이컵에 떠봤다.
“물이끼는 초록색이예요. 냄새도 맡아봐야지. 어어~ 얇은 머리카락처럼 생겼네.” 선우는 신기한 표정으로 연구하듯 바라본다. 딴엔 매우 심각한 표정이다. 호수 공원 한 쪽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있었다. ‘벼의 한 살이’ 책을 꺼내든 나래씨가 벼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과 알곡을 털고 난 뒤 볏단을 어디에 사용하는 지를 설명한다. 아이들은 벼의 낟알을 까봤고 참새를 쫓기 위해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 흉내를 내보면서 벼에 대한 살아있는 공부를 마쳤다.
주먹구구식에서 구체적인 활동으로 UP!
물을 담는 큰 그릇이라는 뜻의 가람휘는 한나래씨를 중심으로 같은 동네에서 활동했던 영어품앗이모임. 그러다가 센터의 가족품앗이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놀이품앗이로 활동하게 됐다.
“저희끼리 할 때는 주먹구구식이었지만 센터를 통해 나들이와 체험 프로그램을 다니며 월간계획서와 일지를 작성했더니 더욱 알차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센터에서는 엄마들에게 영어 스토리텔링 기법과 가베 교육을 했고, 품앗이 고수인 김수정씨의 노하우도 들었다. 품앗이용 교구를 만들 때는 센터에 있는 프린터와 복사기, 코팅, 제본기, 문구류 등을 사용할 수 있어서 수업준비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더불어 도예체험과 옥토끼우주센터 체험도 센터의 지원으로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다녀왔다.
“집에서는 활달하지 않던 아이가 야외 놀이를 가면 너무 잘 놀아요. 만약에 혼자 했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미루기도 하고 포기도 하고 안 해도 괜찮았겠지만 함께 하니까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게 되는 거죠. 또 다른 아이들과 섞여 있을 때 내 아이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더라고요. 엄마들과는 고민을 나누며 육아 조언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죠. 함께 하면서 남의 장점들을 배울 때가 특히 좋았답니다.”
행복한 품앗이… 도우면서 즐겨요
“다른 모임에선 알아서 챙겨달라는 식이 많았죠. 하지만 저희 멤버들은 도움을 주면서 생색도 안내고 실속을 차리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윈윈하고 있답니다.” 비전문가들인 엄마들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좌충우돌 하는 일이 수없이 많았다. 수업진행 요령도 없고 정보수집에도 한계를 느꼈지만 엄마들은 양보하면서 서로를 도왔다.
“신문지 놀이 할 때요, 신문을 접어 모자를 만들어줬더니 아이들이 그걸 접어 칼을 만들고 골프채를 만들어 공놀이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을 하더라고요. 이후로 첫 시작만 해주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규칙을 만들어서 잘 놀게 됐어요.”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아이들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엄마들도 자부심을 가졌다. 힘든 점을 살피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다보니 현재는 행복한 품앗이로 지내고 있다.
“최근까지는 놀이를 위주로 야외활동을 했지만 이번 달부터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어요. 이제부턴 실내 활동으로 전환해야죠. 앞으로는 센터에서 배웠던 가베교육을 집에서 진행할 예정이에요.”
부천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엄기현 팀장은 “아이들끼리 친하다고 해도 어머니 관계에 의해 품앗이 활동이 좌우됩니다. 마음이 맞고 사이가 좋아야 잘 운영될 수 있는 거죠. 앞으로도 센터는 품앗이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부천 건강가족지원센터 가족품앗이를 이용하려면
미취학 아이부터 초등학교 자녀를 둔 가정이 대상이다. 연령별, 지역별, 진행내용별로 대상을 결정한다.
품앗이 교육은 돌봄, 학습, 체험(놀이), 무형식 품앗이로 나뉘어 마련된다. 현재 부천건강가족지원센터 품앗이는 가람휘, 앙쥐, 꿈꾸리꾸리, 몽키즈 등 5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학구열이 높은 부천의 주부들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편.
내년에는 특강이나 창의교육, 스토리텔링 등에 특징을 두고 확장 지원할 예정이다. 품앗이로 활동하면 센터에서 실시하는 외부놀이 체험이나 그 밖의 가족문화사업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부천품앗이 카페(http://cafe.naver.com/bucheonpumasi)가 있다. 품앗이를 하려면 복사골문화센터 5층에 있는 부천건강가정지원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문의 032-326-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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