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곪아터진 충무로영화제

지역내일 2009-09-30
조직위, 직원 채용전 측근내정에 중구청장 사위 특채
홈페이지 개편에 해마다 1억 … “법적으로 문제 없다”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부절적한 인사와 방만한 예산운용 등 내부운영에서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로 3회째인 충무로국제영화제는 서울시로부터 30억원을 지원받는 등 연간 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예산규모면에선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30억원)의 두배 이상이며 부산국제영화제에 버금간다.

◆공채형식은 갖췄지만 이미 사전채용 = 충무로영화제는 올해 초 공채에서 내정자들을 선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충무로영화제는 지난 2월 11일부터 조직위원회 직원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 접수를 시작했으나 합격자들의 상당수는 이와 무관하게 내정됐다. 당시 서류 접수인원은 220여명에 이르러 경쟁률이 8.4:1에 달했으나 지원자들은 내정자 10여명을 위한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다.
내정은 정동일 조직위원장(현 중구청장)이 이덕화 집행위원장에 인선을 일임하고, 이 집행위원장은 다시 오 모 대외협력본부 수석위원에 인선을 일임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오 수석위원은 프로그래머, 프로그램 부원 등은 지명혁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고, 그 외 기획팀장, 홍보팀장 등은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하면서 알고 지내던 대행사 출신 인사들로 인선했다.
오 수석위원이 인선한 직원들은 노 모 사업국장, 김 모 기획팀장, 심 모 홍보팀장, 하 모 기획사업국장, 정 모 초청팀장 등 10여명에 이른다.
충무로영화제 사정에 밝은 A씨는 “조직위원회 핵심 인사의 지시와 그 주변 인물의 추천을 통해 내정자들을 선정, 합격시켰다”면서 “1회, 2회 때 일을 하면서 조직위원회와 마찰을 빚었던 지원자들은 올해 채용에서는 불합격했다”고 설명했다.
노 사업국장은 “직원들은 공채로 공정하게 선발했다. 심사에 영화제 위원, 중구청 관계자, 외부 인사들이 참여했다”면서 “아는 사람에게 ‘공고 뜰 테니 지원하라’고 상식적인 선에서 한 정도”라고 주장했다. 오 수석위원은 “대외협력본부에서 협찬 쪽 업무를 하고, 배우들과 관계된 이벤트 아이디어를 내는 등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구청장 사위가 근무하기도 = 조직위원회 대외협력본부에는 정 중구청장의 사위 정 모씨가 3월부터 6월까지 위원으로 근무, 중구의회 차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현 중구청장의 수행비서였던 인물로, 정 중구청장 당선 이후 6급 비서관으로 채용됐고, 지난해 초 중구청장의 딸 정 모씨와 결혼했다. 정씨는 지난해 초부터 도시디자인과 팀장을 겸직했으며 의회에서 문제제기를 하자 지난해 11월에 그만둔 후, 지난 3월 대회협력본부 위원으로 채용됐다. 이혜경 의원은 “문제제기를 하니 총무과장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했다. 도의적 책임은 있다는 것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홈페이지 해마다 개편 = 충무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매해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는 데 1억여원 이상 들이는 등 방만하게 예산을 운영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홈페이지 관련 예산으로 지난 2007년 1억원, 지난해 1억 5000만원, 올해 1억 5000만원을 집행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매해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많게는 몇 천만원을 들이는 것과 비교된다. 이 의원은 “관련 전문가에게 문의하니 처음 만든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를 하면 지금까지 들인 예산의 3분의 1이면 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주 모 홍보부장은 “내부에 웹 담당자가 1명에 불과해 대행사에 운영, 관리까지 맡겼다. 올해는 1억 5000만원이 아닌 1억 2000만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행사 선정과정도 잡음 = 조직위원회가 광고, 홍보, 디자인 대행사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광고 대행사와 홍보 대행사, 디자인 대행사 선정 시 입찰 과정에서부터 내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선정된 ㅇ광고 대행사, ㅇ홍보 대행사는 노 사업국장이 추천했으며, ㄷ디자인 대행사는 정 대외협력본부 위원이 추천했다. ㅇ광고 대행사에는 10억여원, ㅇ홍보 대행사에는 4억여원, ㄷ디자인 대행사에는 4억 5000여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A씨는 “노 사업국장, 정 대외협력본부 위원이 잘 아는 회사를 내정했다. 입찰 과정에서 심사를 거쳤지만 이미 결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 사업국장은 “영화제 위원, 중구청 관계자, 외부 인사들이 심사해 광고, 홍보, 디자인 대행사를 선정했다”면서 “(내가) 광고마케팅 쪽 메이저 대행사 출신이다 보니 선정된 업체에 아는 사람이 있어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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