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다운 담담한 자기고백

지역내일 2009-09-15
민주 정세균 대표 자전에세이 ‘정치에너지’ 출간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자전적 정치에세이 ‘정치 에너지’(후마니타스)를 내놓았다. ‘더 진보적이고 민주적이며 서민적이어야 한다’는 다짐임과 동시에 ‘정세균’다운 자기고백이다.
정치인의 자전적 에세이에는 일정한 틀이 있다.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워야 했던 어린시절, 주경야독, 약속된 것 같았던 결혼, 우연한 계기에 잡은 정치입문, 적당한 타협에 맞섰던 정치활동 등등. 화려한 수사와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기로 작정하고 썼지만 어디서 본 듯 한 문구 등등. 위인전을 닮기 십상이다.
정 대표의 글도 이런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굳이 포장하려 하지 않았다. ‘척’하지 않고 담담하게 써 내려 갔다. ‘실사구시’를 신조로 삼았지만 그 자신도 화려한 말과 글을 부러워했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해 7월 민주당 대표로 취임 한 후부터 이 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측근인 정치학자와 주고 받은 토론을 비서관이 재구성해 출판사와 함께 책으로 묶었다고 했다. 말은 자기 것이지만 글은 주변의 것이라는 솔직한 답인 셈이다.
정 대표는 책에서 최근 자신이 주창하고 있는 ‘민생연합’(내일신문 9월11일 4면)의 모습을 제시했다. 그는 “반MB 전선이우리가 추구하는 전부가 아니며 국민이 진정 원하는 대안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민주연합, 지역연합을 뛰어넘는, 민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촛불정국과 관련해서는“ 거리의 촛불을 아름답다고 추앙만 하는 지식인이나 촛불을 횃불로 만들어 정권 퇴진에 나서자는 운동가에게는 동조하기 어려웠다”며 “촛불이 마치 대의정치를 대체할 수 있는 힘인 양 주장하는 일부 진보파들을 볼 때 책임성의 결핍도 느꼈다”고 지적했다. 대의정치의 본산인 국회가 무기력하게 배제된 현실에서 여당 뿐 아니라 야당의 책임도 크다는 자기반성도 내놓았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소회와 평가도 담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내가 만나 본 대통령은 지나치게 솔직했고 주도 면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여야로 갈라진 채 만나지 않았다면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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